숙향의 투자 편지(80)- 2007년 말 vs 2021년 말(1)

지난 1월 13일, 77번째 편지에서 저는 (다음 편지에서 변명을 늘어놓을 정도로)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시장 하락을 점치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른 게 없으므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며 그 근거로 현 지수대에서 PBR이 1배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요.

제가 투자를 시작한 지 올해로 37년째인데, 크게 혼이 난 경험은 2008년 금융위기 때가 유일합니다. 1989년 폭락 때는 집을 사느라 그 전 해에 주식을 모두 매도했던 덕분에 피했고 1997년 IMF 사태를 당한 시점에서는 보유했던 주식에서는 손해를 보았지만 이후 크게 오른 금리에 여유 자금 모두를 지방채에 투자함으로써 전화위복이 되었는데요.

지방채를 매수하고서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우리 민족의 저력을 발휘하면서 IMF 사태를 조기에 벗어났고 이에 따라 금리가 하락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저는 많은 이익을 얻고서 매수했던 지방채를 매도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현금으로 아직 바닥을 헤매고 있던 주식을 매수하면서 자산을 크게 불리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죠.

2004년 동업자 배신으로 전 재산을 날린 저는 주식투자를 재개했고 마침 도래한 가치주 전성시대를 맞아 2007년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초여름부터 싸한 조짐을 보이던 시장은 2008년 들어 본격적인 하락을 시작했고 10월에는 2007년말 기준으로 50% 이상 평가액이 줄어들 정도로 큰 위기에 빠졌는데요. 다행히 2009년 3월부터 시장은 상승을 시작했고 악착같이 버텼던 저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2008년은 저에게 지옥이 따로 없었던 한 해로 기억됩니다.

저는 작년 초 1월 11일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이 단기 고점(장중 3266.23)을 쳤을 때 2007년에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2021년을 2007년과 비교하면서 아직 11개월이나 남은 2021년보다는 2022년을 걱정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6월 25일 2021년 최고지수 3316.08을 기록한 다음 하반기 들어 시장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비교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2007년 말에 2008년 시장을 걱정했던 만큼 2022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는 편지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이유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감으로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 2005년~2007년, 3년(A)과 2019년~2021년, 3년(B)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2005년은 시장도 많이 올랐지만 제 수익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그동안 장기수익률을 평가할 때는 제외했었는데, 이번 비교를 위해 불러냈습니다.



앞선 3년(A) 동안 시장은 연평균 28.4% 올랐고 숙향의 투자금은 연평균 69.7% 늘었습니다. 뒤 3년(B) 동안 시장은 연평균 13.4% 올랐고 숙향의 투자금은 연평균 16.9% 늘었습니다.

17년(2005년~2021년) 동안 연평균 시장은 7.3% 올랐고, 숙향의 투자실적은 22.5% 불었는데요. 시장만 본다면, 최근 3년 동안 약 두배 올랐습니다. 지수 상승률로는 살짝 걱정되지만 기업가치(PBR)로는 부담이 없는 수준이므로 지나치게 하락할까 겁을 낼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56번째 편지에서 ‘시장을 대하는 가치투자자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에서 이미 제 생각을 밝혔더군요. (미처 몰랐는데, 저는 점쟁이 자질이 있나 봅니다. 맞지도 않는 예상을 끊임없이 풀어나가는, 저의 숨겨진 재능을 편지 쓰다 발견했습니다^^)

부제를 ‘횡보장에서 빛나는 가치투자법’이라고 했는데, 당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크게 내릴 가능성은 없지만 크게 오를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거의 10년 동안 Kospi지수 2000선을 중심으로 움직였듯이 앞으로 한동안은 3000선을 중심으로 횡보할 수도 있겠고요.

지수상으로 횡보하는 시장이 지속되더라도 지난 2000선 횡보 기간에 그랬듯이 가치투자자에게는 유리한 시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 증시의 두 가지 악재인 지정학적 위험과 지배구조의 문제는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우리 증시를 낙관적으로 봅니다.

또 모순된 주장을 한다며 혼란을 느낄 것 같아 부언한다면, 시장과 관계없이 오르는 주식이 있다면 내리는 주식이 있는데, 제 얘기는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은 오를 것이고 비싼 주식은 내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내년, 2023년부터 시행되는 주식양도세 실시는 가치투자자에게는 매우 유리한 국면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 번 언급한 적도 있지만 다음에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2007년에서 보는 2008년과 2021년에서 보는 2022년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하고 싶었는데, 오늘 편지가 길어져서 천상 다음 편지에서 다뤄야겠네요.

낼모레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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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6개)

  1. Kudos
    Kudos | 22.01/25 10:03
    현시점 코스피지수 고점대비 -17.09% 빠진 상황이고, 개인적으로는 선방중입니다.
    (대표님의 가르침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초-분단위로 모니터를 보며 불안해 했을텐데, 대표님 글을 읽고, 구루들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마음을 평온하게 가져봅니다.

    -40% 이상 빠지면 두렵고, 힘이 들겠지만(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매년 4월에 들어올 배당을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당의 중요성을 첫째로 강조하시는 대표님의 투자법에 너무나 공감하며, 감사드립니다.

    제 댓글이 너무 편파적이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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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2.01/25 11:23
      찰떡처럼 알아들으셨군요^^ 제 관점에서 지수로는 거의 올 만큼 왔다고 보는데, 추세라는 게 있어서 겁 먹게 하네요. '시세 = 돈 + 심리'인데, 다들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된, 지나치게 주눅든 모양입니다. 설 연휴가 반갑네요^^
  2. 연금고객
    연금고객 | 22.01/25 11:0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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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2.01/25 11:18
      정말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네요. 안팍으로^^ 641
  3. 김태곤
    김태곤 | 22.01/25 13:38
    저는 오늘 글은 정확하게 이해는 못했지만...^^; 우리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신다고 말씀으로 오늘 25일 월급날이라 숙향선생님 알려주신 per10이하, pbr1이하,배당 3%이상 현금자산있으면 좋고 이런 기업에 매수했습니다. 하하하 뿌듯!! 선생님 요즘 per 5이하, per0.5, 배당도 쌔게 주는 기업이 많네요!! 저같은 초보한테도 보일정도면 요즘 많이 저평가 구간인거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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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2.01/26 06:11
      당장은 아니지만 길게 보면, 저는 시장도 많이 오를 것이고 김태곤 님이 매수한 주식은 더 많이 오를 것으로 믿습니다. 같이 버텨나가셨으면 하고요. 지금이 엄청 저평가 구간이라는 말씀에도 100% 동의합니다^^
  4. 노털59
    노털59 | 22.01/25 20:49
    배당을 받고 투자금을 50%정도 줄여서, 다른 용도로 쓸려고 현금 확보 중이 였는데...어느정도 마련은 했으나,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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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2.01/26 06:08
      얼마나 잘 하시려고요. 다른 이유로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줄였다지만, 노털59 님이 마냥 부럽습니다^^ 1054
  5. 양반
    양반 | 22.01/26 16:23
    나는 올해를 상당히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다들 상저하고를 이야기 하지만 반대로 상저하저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작년 사분기에 중국생산자물가가 15%가 넘었다는 것을 보고 스테이그플레이션 걱정을 한 적도 있었고, 2023년 전면양도소득세는 생각보다 더 파괴력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읍니다.
    그래서 작년말에 자사주를 사서 주수를 줄여주고 있는 메리츠 삼인방과 미원 삼인방을 주력으로 편입했고, 리츠주를 방어망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1-3%비중으로 잘게 잘라서 편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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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반
      양반 | 22.01/27 06:41
      실망한 반응을 보였던 것 사실입니다. 메리츠화재 52천주 가지고 있었는데 22천주 팔았고, 지주 3만주 가지고 있었는데 2만주를 팔고 증권 10만주 가지고 있었는데 다 팔아치웠으니까요 화재는 배당기산일에 10억 대주주 피하기 위해 3천주를 다시 줄였읍니다. 안팔았으면 10대주주가 될 뻔하기도 했읍니다. 증권은 작년 년말과 올 1월 4일에 다시 샀읍니다. 그래서 메리츠화재가 1위 증권이 2위입니다. 지주는 그냥 만주 들고 있읍니다. 나도 기업을 가치를 믿습니다. 나는 2018년 -4%였습니다. 2008년은 -14%로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었지만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맞으면서 패닉이 왔습니다. 그때의 공포감은 지금도 몸서리 쳐지네요
    • 숙향
      숙향 | 22.01/26 21:32
      역시~ 저는 메리츠 배당정책을 보고서 실망했는데, 양반 님은 이면을 보고서 판단하시네요. 아시겠지만 저는 시장은 물론 벌어지고 있는 각종 경제 상황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냥 과거 사례나 경험을 갖고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하는 정도죠. 시장과 싼 주식은 우상향 한다는 든든한 빽을 믿고서요. 올해 시장이 오르기는 어렵고 그렇게 크게 내릴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현재 지수는 거의 바닥 근처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치주 주가는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보고요. 2018년에 시장이 17.3% 하락했지만 저는 10.7% 수익을 올렸었는데, 2022년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6. 떼빗
    떼빗 | 22.01/26 18:56
    '생각보다 삶은 길고 투자할 날도 많다'는 선배님의 조언으로 느긋하게(잘 안되지만요..ㅋ) 바라보렵니다. 책도 좀 더 많이 읽고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1/26 21:21
      시장에서 오래 머물면서 살아남은 사람이 뭔가 나은 면이 있겠죠. 떼빗 님께서 제 말을 인용한 부분은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믿고 가보시자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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