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 편지(64)- 투자자의 자세

투자자의 자세
- 하락장을 대하는 케인즈의 자세

주식시장은 긴 흐름으로 보면 상승하는 기간이 하락하는 기간에 비해 월등히 길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상승하는 동안은 천천히 조금씩 오르는 반면에 하락하는 기간은 대개 짧은 시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는, 즉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근원을 따져보면, 위험을 감지했을 때, 닥친 위기감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면 더 오를 것 같아서 매수를 서두르게 하는 것에 비해 주가가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매도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감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또한 행동경제학에서 밝히기를, 인간은 같은 금액을 벌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같은 금액을 잃었을 때, 받게 되는 낭패감이 2배 이상이라고 했는데, 잃었을 때 느끼는 실망감/공포감이 하락세에 힘을 더 얹는다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현실적인 이유로는 레버리지를 동원해서 매수한 주식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담보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매도 물량에 있고요.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급락했던 지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다음 확연하게 힘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은 Kospi지수 3300을 저항선, 2900을 지지선으로 해서 그 바깥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거래대금이 10조원 안팎으로 줄어든 모양새는, 이런 일에는 젬뱅이인 저조차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거든요.

한편으로는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으므로 급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금비중을 늘리려는 재빠른 사람들의 얘기도 들립니다. 지난 주말 전 세계 주식시장을 급락시킨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의 출현은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현실이 되었을 때 받았던 공포감을 연상시키면서 이들을 부추겼고요.

이런 방면으로는 문외한인 제가 감히 지금의 우리 주식시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주제넘은 짓인 줄 잘 알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제 생각을 밝힐 필요도 있겠지요.

저는 시장 움직임에 관계없이 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투자를 한다면, 즉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보유하는 가치투자자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그런 제 주장을 펼쳤고 가깝게는 56번째 편지에서 시장이 장기 횡보하는 기간 동안 제가 올린 훌륭한 실적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가치투자법의 우월성은 지금까지 충분히 설명했고, 제가 편지 쓰기를 중단할 때까지 거듭하게 될 테니, 오늘은 시장을 대하는 매우 단순한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다행스럽죠^^

첫째, 시장 전체적인 가치로 따진다면, Kospi지수 3000 아래에서 (2021년 추정)PBR은 1이하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이 상승하는 동안은 ROE와 PER만을 찾지만 약세로 기울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PBR로 봤을 때 현재 지수대는 저평가 구간이라는 것이죠. 현재 상장된 주식들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 보다 이들 기업의 장부가치를 합친 것이 더 크니까요. 다시 말해서 주가가 떨어질 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둘째,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두 배나 올랐으므로 시장은 하락/조정 절차를 거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죠. 올해 최고치 3316.08에서 3000선 아래로 내려온 지금은 조정기간입니다. 다음 상승을 대비해서 힘을 비축하는 기간이라고 하죠. 이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 주식시장은 2000선에서 거의 10년을 횡보하면서 보냈다고 했는데, 3000선에서도 그럴 수 있겠지요.

셋째, (제 표현이 거슬리는 분이 많겠지만)껍데기뿐인 미래 성장주로 인정받은 주식들은 떨어져야 할 것이고 가치에 비해 싼 주식들은 오르면서 균형을 맞추려 할 겁니다. 미래 성장주를 찾는 부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테고요.

넷째, 이 상황에서 수익을 얻는 투자자 부류는 둘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가치투자자들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갖가지 테마를 동원해서 시장 인기주를 만들어내는 집단입니다. 대략 5%의 가치투자자 그룹은 시장과 소외된 채 실속을 차릴 것이고 다른 95%는 인기주를 따라다니다 알토란 같은 돈을 잃을 겁니다. 한 사람을 억만장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나머지 9999명이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죠.

지금은 주식보유자는 매도할 때가 아니고 현금보유자는 주식을 매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단, 전제조건은 가치에 비해 싼 주식만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죠. 미래 성장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스스로 그 가치를 판단했고 그래서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시장이 혹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더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를 위해 오늘은 투자에서 성공한, 흔치 않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불렀습니다. 다음 케인즈의 말씀은, 여러 책에서 인용되었는데, 이번 글은 이상건 님의 [부자들의 생각을 읽는다]에 인용된 글을 옮겼습니다.

나는 주식시장이 바닥을 향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 또는 어떤 투자자든 하락하는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가 혹은 참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며 하락 장세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책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진정한 투자자는 하락 장세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냉정하면서도 침착하게 지켜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투자 결과를 지향해야만 한다. 일반적인 하락 장세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후회나 실망의 대상이 아니다.

그의 고견을 음미하면서 11월의 마지막 날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셨으면 합니다.
숙향 배상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www.itooz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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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떼빗
    떼빗 | 21.11/30 15:53
    1년 전쯤 제 친구에게 선물받은 숙향님 책을 읽고 투자자로서의 마음을 재정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시장에 휘둘리며 불편한 마음으로 1년의 시간을 보내버렸네요. 오늘 블로그 글을 보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됩니다. 책을 다시 봐야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 같아 감사함을 전합니다. 꾸준히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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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1.11/30 17:48
      제가 많이 하는 말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삶은 길고 투자할 날도 많다고요. 1년쯤 성과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경험 모두가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는 밑천이 되고 저력이 될 겁니다. 모쪼록 느긋한 마음으로 길게 보셨으면 합니다^^
  2. 연금고객
    연금고객 | 21.11/30 16:45
    장끝나고 쳐다보니 시장이 아연실색하게 하네요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마음먹고 대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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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1.11/30 17:48
      이번 달은 저도 너무 힘드네요. 마지막 날까지.. 담달은 좋겠죠^^
  3. Kudos
    Kudos | 21.11/30 17:19
    숙향님 숙향님 히든젬스 신청했습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꼭 승인해주세요.
    답글쓰기
    • Kudos
      Kudos | 21.12/01 09:14
      감사합니다. 수강 완료되었습니다 12월8일에 뵙겠습니다. 짝짝짝
    • 숙향
      숙향 | 21.11/30 17:52
      주식시장 분위기 탓으로 여기던데, 아직 수강생이 다 차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말씀주신 김에 전화 함 해봐야겠네요. Kudos 님께서 저에게 많은 호감을 보이신 터라 직접 뵙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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