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 편지(62)- 여불위, 탐욕 그리고 절제

여불위,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운 진시황(秦始皇)의 도우미
- 탐욕 그리고 절제

여불위(?~BC235)는 전국시대 7개 국가를 넘나들며 장사를 해서 거금을 모은 상인입니다. 한번은 조(趙)나라 길거리를 걷다 인질로 와 있던 진(秦)나라 왕자, ‘이인’을 보게 됩니다. 한눈에 귀인임을 알아챘지만, ‘이인’은 진나라 태자인 안국군의 20명이나 되는 아들 중의 한 명으로 왕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는데요.

여불위는 정보망을 동원해서, 안국군의 정실인 화양부인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것을 실마리로 ‘이인 왕 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해득실 문제를 아버지에게 여쭙게 되죠.

여불위: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요?
아버지: 열 배쯤.
여불위: 귀한 보석을 구해 좋은 가격으로 팔면 몇 배 남길 수 있을까요?
아버지: 백 배는 되겠지.
여불위: 그렇다면, 제가 한 나라의 왕을 만든다면 그 이익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버지: 그건 계산할 수가 없지 않겠니?

부자지만 상인이란 낮은 신분에 불만을 품고 있던 여불위는 ‘이인’을 진나라의 왕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은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재산을 ‘이인 왕 만들기’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갑니다.

52번째 편지에서 다루었던, ‘장평전투’에서 보았듯이, 그러는 동안, 진나라와 조나라의 관계는 최악으로 발전했고 인질 신분인 ‘이인’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에 몰립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여불위는 이인의 처자를 조나라에 남겨두고 ‘이인’만을 진나라로 탈출시켰고, ‘이인’을 화양부인의 양자로 들여 결국 안국군의 후계자로 만듭니다.

그에 앞서 여불위는 자신의 애첩(조희)을 ‘이인’에게 시집보냈고 둘 사이에서 영정(BC259~210, 진시황)이 태어납니다. 조나라에 남겨진 처자는 이 두 사람을 말하는 건데요. 이런 이유로 진시황이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말도 있지만, 진나라를 중국의 변방으로 낮춰보는, 한족들이 지어낸 거짓일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다수 의견입니다.

장기 집권한 소양왕(BC325~251, 재위 BC306~251)이 죽고 안국군(BC302~250, 효문왕)이 왕위를 잇고 다음 왕위에 오른 이인(BC281~247, 장양왕)은 여불위를 상국에 임명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여불위는 해낸 것이죠.

하지만 장양왕이 왕위에 오른지 3년만에 죽으면서 여불위의 계획이 틀어집니다. 어쩌면 최고 권력의 맛을 본 그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여불위는 영정의 어머니(조희 BC280~228)와 함께 13세에 왕이 된 영정이 성인이 될 때까지 섭정을 맡아 왕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섭정이면서 영정의 상부 또는 중부로 불리면서 권세를 누린 여불위는 각국의 인재들을 진나라로 불러들여 당시까지의 고사와 뛰어난 글을 모은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을 편찬하기도 합니다. 그가 평범한 장사꾼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죠.
* 제가 여불위를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1990년대 말 ‘고려원’ 번역본으로 처음 읽었을 때입니다.

여불위는 이사를 비롯한 많은 인재를 영입했고 뛰어난 수완으로 진나라의 국력을 키워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놓기 싫었던 탓에 왕위에 오른 영정과 갈등을 빚었고 그가 태후의 정부(情夫)로 천거한 노애가 반란을 일으킨 사건(BC238년)에 연루되어 지방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여전히 10만호의 식읍을 받으면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여불위는 진시황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BC235년 자결로 생을 마감합니다.

역사란 ‘만약’이란 것이 없다지만, 여불위의 삶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불위가 처음 조나라 길거리에서, 비루한 상태였으나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인을 보고 투자하기로 결심했던 상인의 마음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어땠을까요? 그가 원했던 가늠할 수 없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만수무강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그를 중국 최초 통일국가인 진나라의 국부(國父)로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욕심을 넘어 바랄 수 없는 것을 원했던, 탐욕이 그의 생을 자결로 조기 마감하도록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의 삶을 돌아보면서, 또 한 사람, 제시 리버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투기꾼으로서 엄청난 부를 일궜지만 몇 차례나 파산을 거듭했고 결국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행복한 삶’이란 목표를 잊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할 돈을 불리는 데만 몰입하다 한 번뿐인 인생을 허무하게 끝낸 것이죠.

왜 주식투자를 하려고 마음 먹었었는지,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첫 주문을 내던 그 날, 그 날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저도 그러려고 합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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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4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1.11/23 16:17
    메일로 먼저 잘 읽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욕심을 자제해보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24 04:05
      부제를 탐욕 다음의 '절제'보다는 '과유불급'이 더 좋았겠다 싶네요.감사합니다^^ 1002
  2. Kudos
    Kudos | 21.11/24 10:11
    초심을 지키는 것
    절제하는 것
    항상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숙향님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24 13:52
      일이 잘 풀린다고 할 때, 스스로에게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초심을 돌아보는 데 있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Kudos 님^^
  3. 리키찬
    리키찬 | 21.11/26 22:29
    욕심으로 손실을 보고도 어느새 또 욕심을 부리는 제 모습을 반성하고 갑니다_^^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27 10:01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지, 모두 다 그렇죠. 경험이 쌓이면 조금은 여유로워지는 것 같긴 하던데,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네요^^ 1169
  4. 뽀니
    뽀니 | 21.11/28 09:50
    항상 아침에 출근해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메일 확인해서 꼼꼼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판단과 결정의 연속 속에서 선생님의 귀중한 말씀이 정말 많이 심리적으로 힘이 됩니다.
    올해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시점인데 즐거움 보다는 반성과 자책으로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다시금 초심과 실천으로 돌아가는 것이 답이겠지요.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28 16:49
      아침 일찍 제 편지를 읽으신다니, 뽀니 님은 가치투자자로서의 성공은 보장되었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네요^^ 시장은 많은 일이 일어나서 투자자를 힘들게 하죠. 당장 더 강력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고 하니, 걱정이지만,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우상향이란 점을 믿고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늘려간다면, 보답 받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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