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 편지(61)- 리밸런싱

리밸런싱 rebalancing
-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재조정하는 일

가끔 제가 보낸 편지에 대한 수신자의 반응을 엿볼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투자 홈페이지에 공유한 편지에 올려준 의견과 제가 따로 공유하는 몇 분으로부터 듣게 되는 조언인데요. 한번은 54번째 편지, ‘단순한 투자법’에 대해 아이투자 홈페이지에 질문을 올려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실 때 리밸런싱의 대략적인 기간과 어떠할 때 개별 종목 수익을 실현하고 재편입하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정해둔 리밸런싱 기간은 없습니다. 다만 분기 실적이 나왔을 때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난 다음, 의식한 것은 아닌데, 지난 편지 몇 통을, 시장대응, 가치반영, 보유효과, 내재가치, 안전마진 등을 주제로 삼았던 것은 그 질문의 영향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막상 리밸런싱에 대해 좀더 제 생각을 들려드리려고 마음먹었건만, 딱히 쓸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지난 번에 답글로 드렸던, 위의 두 문장이 모두거든요.

그래도 조금만 더 살을 붙여봅니다.

흔히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이야말로 퀀트투자의 원조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몇 가지 조건에 맞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그렇게 보입니다.

그레이엄의 초기 투자법은 시가총액이 순유동자산의 2/3를 하회하는 20~30개 주식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든 다음 각각의 주식이 매수가보다 50% 오르면 매도했고 매수한 주식을 보유하고서 2년이 지나면 손익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매도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레이엄의 리밸런싱 기간은 2년이라고 보면 되겠죠.

책을 통해 그레이엄의 과거 행적을 보면, 투자한 회사가 불필요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인 채권을 매도해서 주주들에게 분배하도록 하기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여 목적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주주운동을 한 것이죠.

또한 그레이엄 평생 투자수익의 절반 이상을 기여한, ‘가이코 GEICO’ 투자 역시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레이엄 투자법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레이엄을 퀀트 투자자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레이엄이 퀀트 투자자가 아니듯이, 저 역시 4가지 투자지표 조건을 충족하는 주식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지만 이를 엄밀하게 지키지 않고 경영진의 신뢰, 자질, 일반 주주에 대한 배려심 등 정성적인 조건을 고려하고 또한 보유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퀀트 투자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 투자방식을 활용해서 가장 싼 주식 30~50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1년에 한번 리밸런싱 했을 때 실제로 제가 운용해서 올린 수익률보다 제법 더 높은 수익률이 나오더라는 믿을만한 증언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수익률면에서는 기계적인 퀀트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죠.

퀀트 투자는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법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제가 이 방법을 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의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리밸런싱이란 말이, 퀀트와 연결되는 통에 괜한 얘기로 피곤하게 했네요. 모처럼 A4 한 장으로 끝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벌써 2장째 중간으로 들어서려고 하니, 이것도 병입니다. 이제 마무리 할게요.

기업 실적을 중시하는, 주식투자자에게는 기업에서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실적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깊다면, 1년에 한번 결산 사업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대개의 경우 3개월에 한번씩 공시하는 분기 실적을 살펴봐야 합니다.

전 분기보다는 전년도 동기 실적과 비교하고 (전 분기 비교를 포함해서)실적 변화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 파악을 해야 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이건 정말 꼼꼼히)나쁜 대로 이유를 파악해서 지속될 일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문제인지 따져보는 것이죠. 저는 사업분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숫자와 주석으로 파악이 안 되면 주주 담당에게 전화해서 궁금증을 해결하곤 합니다.

그렇게 공시된 실적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한 다음, 투자 판단을 내립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추가 매수를 하거나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합니다. 손해보고서라도 매도할 때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고요. 즉 3개월에 한번, 실적 공시가 있을 때를 리밸런싱 기회로 이용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적 공시 시즌은 투자할 주식을 발굴하는 기회가 됩니다.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에 반영이 안 되었거나 좋지 않은 실적을 공시했지만 일시적인 악재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면 좋은 매수기회로 삼는 것이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투자를 시작한지 37년이나 되는 저도 여전히 자신 없는 일이고요.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발전할 테고 독서를 통해 대가들의 조언을 구한다면 더 나아질 것으로 믿습니다. 또 그 말이냐고요. 정말 중요한 얘기라, 지웠다 다시 살릴 수밖에 없는 제 마음을 탓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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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리키찬
    리키찬 | 21.11/18 1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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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1.11/19 05:43
      저는 글로, 엄지 척!^^
  2. rony
    rony | 21.11/18 20:00
    항상 상세한 설명에 감사 드립니다. 37년의 투자경력!! 멋지십니다. 물론 그동안의 고생도 많으셨겠지만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19 05:43
      37년 앞에 경험만 많았다는 말을 더했어야 하는데, 깜빡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편인데 2008년 금융위기 때 만큼은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그렇지만 버티면 되더라는 것을 확실히 배웠죠. 1596
  3. 연금고객
    연금고객 | 21.11/19 16:30
    저도 준 퀀트인거 같습니다 91종목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19 22:48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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