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하고 난 다음 보유하기 전보다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심리적 효과

오늘 편지는 제가 건설업종 주식에 대해 크게 실망한 나머지 아직도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근원(根源)을 제공한 ‘삼환기업’ 투자 사례에 대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와 ‘삼환기업’과의 인연은 1985년 SK(당시 회사명: 유공) 주주총회 참석일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직장은 회사 사업과 관련 있는 많은 상장사 주식을 소량씩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주총일이 되면 직원들은 이들 기업 주총에 참석해 그 기업의 영업보고서를 입수하고 업체 동향을 살피는데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맡겨진 회사가 SK였던 것이죠. 주총장인 워크힐 호텔을 어렵사리 찾아서 자리에 앉아 난생 처음 참석한 주총장의 긴장감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좌석 하나 건너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귀에 들어오더군요.

지금의 제 나이보다 조금 더 들었을 중년의 세 분이 ‘SK’에 대해 얘기하면서, 투자할 만한 주식은 이 회사와 ‘현대상사’, ‘삼환기업’ 정도밖에 없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들 기업이 예멘에 유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였는데요.

아직은 ‘주식 = 도박’으로 여기던 저는 그런 기억만 갖고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주총 참석을 지시한)감사님께 주총장에서 받은 자료와 나온 얘기를 간략하게 정리한 보고서를 올리는 것으로 저의 첫 주총 참석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감사님은 저에게 ‘Korea Fund’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일은 저로 하여금 주식은 도박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투자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고요.

그렇게 주식투자에 입문한지 22년이 흐른 2007년 4월, 투자할 주식을 찾기 위해 관심 기업들의 2006년도 결산 사업보고서를 뒤적이던 중 ‘삼환기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삼환기업’에 대한 기록과 펀드(아내) 등 몇 개 계좌에서 매매한 내역을 찾아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행히 매매 내역은 매매가 거의 없어서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 재무제표 상으로 BPS 3만5756원, EPS 3103원, DPS 600원이었습니다. 삼환기업은 순현금만 2000억원 정도를 보유해 우량한 재무제표를 자랑합니다.

주가가 3만원대 보통주와 1만원대 초반인 우선주의 차이가 워낙 커서 배당수익률이 5% 넘는 우선주만 매수했는데, 나중에 주총에 참석할 목적으로 보통주를 3만원에 소량 매수했습니다.

① 2007년 4월: 삼환기업(우선주) 1만500원, 연말 종가: 1만3700원

② 2007년 9월: 삼환기업(보통주) 3만원, 연말 종가: 2만7700원

■ 매도

① 2010년 10월: 삼환기업(보통주) 1만1000원

② 2011년 3월~4월: 삼환기업(우선주) 4500원

소량 보유했던 보통주는 2010년에 먼저 매도했고, 우선주는 2010년 실적을 확인한 다음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2007년 매수할 때 기준이 된 2006년 재무상태표에서는 순현금이 1944억원이었는데, 4년 후인 2010년에는 현금을 다 까먹고 금융부채만 4046억원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주총에 참석해서 주주 담당자를 만나 한 차례 직접 대화한 것을 포함해 주담과는 2007년 5월 첫 통화 이후 2010년 2월말을 마지막으로 총 12번 통화했더군요. 악화되는 재무제표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주담과의 대화로, 안심시키면서 (손실을 실현하는)매도를 주저했던 것이죠.

재무제표상으로 흑자를 유지했고 배당금도 지급했지만, 공사미수금과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도 손실을 실현하기 싫어 애써 외면했던 겁니다.

실제 손실금액은 실패 사례로 들먹이기에는 미미합니다. 2004년에 운용을 시작한 펀드(아내)의 경우 2020년까지 17년 동안 총 투자수익이 3억9000만원인데, ‘삼환기업’ 투자에서 입은 손실은 27만9610원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동사 주식을 보유했던 5년 동안 주담과 12회나 대화할 정도로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고 우연히 만나 엿듣게 된 주식 베테랑들의 대화 등, ‘삼환기업’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큰 교훈을 주었고, ‘분식회계가 쉬운 건설 업종은 보기도 싫다’는 편견까지 덤으로 주었으니 말이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 추신: ‘삼환기업’은 다른 주식도 그렇듯이 매도한 다음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요. 몇 년 후 회사 부도 소식이 들리더군요. 원인은 회사 직원 횡령이라고 하던데,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편지를 쓰면서 검색해보니, SM그룹의 건설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괜히 반가운 거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