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편지(53) - 나무하러 가는 날

상속재산을 준비해둔 주식투자자

제가 지난 주 편지에서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나열했는데, 지나고 보니, 빼먹은 게 많더군요. 그 중 하나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퀴즈’는 녹화방송으로라도 챙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얼마 전, 대구경북 지역 방송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분이 출연했는데요. 활달한 이 분은 처음 등장할 때의 느낌과 달리 들려주는 속 깊은 말씀이 한 마디로 감동 덩어리였습니다.

이 분이 리포터로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구 경북 지역의 시골 장터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컨셉이라고 하는데요. 그가 겪은 몇 가지 사례를 들려주던 중에 제목으로 삼은, ‘나무하러 가는 날’을 따온 얘기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리포터 일행이 지난 번에 방문했던 마을을 또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간 김에 앞서 방문했던 집에 들렸더니, 담벼락 안쪽으로 땔감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할머니에게 물었겠지요.

리포터: 할머니, 무슨 나무를 이렇게 많이 했어요?
할머니: 영감이 이렇게 많이 했네.
리포터: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할머니: 나무하러 갔지.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나무하러 간다’는 말은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뜻이더군요.

10년 전 중국 계림 지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계림 공항 대합실에서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알리는 지방 신문을 보았습니다.

큰 글씨로 ‘사세(辭世)’라는 말을 썼더군요. ‘세상에 사표를 냈다’, 중국에서는 죽음을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고 그 표현이 너무 멋있어서 그날 이후 저는 이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요.

저에게 있어 주식투자는 제가 이 세상에 사표를 낼 때까지 할 일입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그래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노인들은 남은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려고 한다고 합니다. 위의 할아버지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땔감을 잔뜩 준비해두고서 나무하러 떠났던 것이죠. 어느 할머니는 평소보다 된장을 많이 담그더라고 합니다.

이런 감동적인 얘기를 듣고는 약삭빠른데다 천생 주식꾼인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누누이 얘기했듯이, 저는 은퇴 후 생활비를 주식 배당금으로 해결하고 있는데요.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면 돈에 구애받지 않는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 감소 위험이 없습니다. 즉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 증가분으로 인플레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배당금으로 생활하는 제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상속인(남은 가족)들은 남겨둔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받게 됩니다. 상속인들은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테고요.

저는 평소 안정된 배당수입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는 은퇴생활을 즐기면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는 넉넉한 땔감과 된장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더구나 이 땔감과 된장은 웬만큼 쓰더라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마치 화수분과 다름 없답니다.

얼마 전에 [한국의 시간]이란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더군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의식주에 큰 불편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적어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상태이다. 물론 그 행복은 일회성 행복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행복이어야 한다.

주식투자자는 자신이 누렸던 행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단, 건전한 주식투자자만이 이 일이 가능하다는 필수 조건/자격을 덧붙입니다.

오늘 편지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면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추신: 한번은 그 리포터가 어느 촌로에게 물었답니다. “할아버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그 노인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고 하네요.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라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다녀라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씀이지만, 한 노인이 긴 세월을 살면서 깨친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www.itooz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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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4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1.10/21 08:46
    나무하러간다.. 저도 즐겁게 나무해놓고 가야겠어요.. 참 인상적인 표현입니다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21 10:33
      내세가 있다고 믿는 분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무하러 간다고 받아들인다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리키찬
    리키찬 | 21.10/22 10:52
    시작부터 울컥하는 내용이네요..ㅜ
    저도 나무하러 가기 전에 땔깜 좀 미리 쌓아두고 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22 16:39
      내 자신이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남은 사람에 대한 대비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죠. 건전한 주식투자자는 굳이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답니다.
  3. 낭만청년
    낭만청년 | 21.10/26 18:52
    사실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긴 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사는게 제일 좋지만 세상일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는지라..저도 나무랑 된장 준비 착실히 해놔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27 04:41
      자신을 위해 잘 준비한다면 남을 사람을 위한 대비도 이미 되어 있다는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자기도취 수준인가요^^ 1573
  4. Kudos
    Kudos | 21.11/01 09:34
    유투브 김작가TV에 박영옥님이 출연하셔서 숙향님과 비슷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배당을 주는 저평가된 좋은 회사를 선택해서 투자하라는 쉽고도 어려운 말씀.

    숙향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1/01 14:05
      투자를 길게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인데, 우리 인간이 워낙 급한 동물이라 그렇죠. 그런 점에서는 저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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