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편지(52)- 장평 전투와 주식

- 인내의 도우미, 배당금

장평 전투는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와 조(趙)나라가 BC262년에서 BC260년에 걸쳐 벌인 대규모 전투인데요. 전국시대 7개 국가 중에서 중국 통일의 욕망이 가장 강했던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했고 명장 염파가 지휘하는 조나라는 강력한 보루를 쌓고서 방어로 버팁니다.

원정군의 불리함이 있는 진나라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조나라 군대를 지휘하는 염파는 수비로 일관합니다. 그래서 진나라 재상 범수는 꾀를 냅니다. 조나라에 첩자를 투입해 이간계를 써서 염파를 끌어내리고 대신 조괄이 지휘하도록 하는 것이었죠. 조나라에 투입된 진나라 첩자들은 다음과 같은 소문을 퍼뜨립니다.

염파가 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뒤에서 진과 내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이 두려워하는 것은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이다.

조괄은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유일하게 이긴 전력이 있는 명장 조사의 아들로, 아버지 조사도 인정할 정도로 병법에는 통달했지만 실전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요. 조나라 왕은 조괄을 불러 어떻게 진나라에 이길 것인지 물었고 조괄은 능란한 이론을 펼쳐 왕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오랜 전쟁에 지쳐 있기로는 진나라와 같은 처지였던 조나라 왕은 염파를 불러들이고 조괄에게 지휘를 맡깁니다.

조괄이 조나라 군대 지휘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조괄의 어머니는 왕을 만나 생전에 남편 조사가 그의 아들에 대해 평가했던 말을 들려주면서 장군 임명을 철회해줄 것을 간청합니다.

조괄은 아버지인 나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병법에 통달했습니다. 하지만 외우기만 한 병법과 실전에 응용하는 능력은 다릅니다. 게다가 조괄은 거들먹거리고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품이라 지휘관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입니다.

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조괄의 어머니는 아들이 전투에서 패하더라도 자신과 며느리의 목숨은 보존해줄 것을 허락 받은 다음 물러납니다.

조괄이 장군이 됨으로써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진나라에서는 지휘관을 왕흘에서 백전노장 백기로 교체합니다. 백기는 몇 차례 맞붙어 작은 패배로 조나라 대군을 호구로 끌어들여 완전 포위한 다음 이들의 보급로를 차단해 버립니다. 꼼짝없이 갇혀버린 조나라 군 25만명은 부상당한 말을 잡아먹고, 멀쩡한 말을 잡아먹고, 그리고 서로 잡아먹기를 거듭하면서 버티다 조괄이 최후의 일격을 노리던 전투에서 전사한 다음 항복하고 맙니다.

진나라에서는 25만명이나 되는 포로들을 먹일 군량이 없었고 돌려보내면 조나라 군 전력이 될 게 뻔하기 때문에 모두 죽입니다. 당시 중국 전체 인구를 2천만명으로 추정하는데, 장평 전투에서 장년 남자 40만명(전사자 15만명 + 포로로 죽은 자 25만명)이 사라지면서 국력이 급격히 약화된 조나라는 멸망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고사에는 다른 얘기도 있는데요. 당시 흉년이 계속되는 통에 양쪽 군대 모두 식량난이 극심했다고 합니다. 후방 촉 땅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진나라는 그나마 형편이 나았지만 조나라는 주위 국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더 어려웠고 따라서 전투를 빨리 끝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지연 작전을 펼치는 염파보다는 바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조괄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죠.

이 고사를 보면서, 천상 주식투자자인,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이라면 주식투자라는 전쟁에서는 배당금이 아닐까 하고요. 식량이 넉넉했다면 조나라는 계속 지연작전을 펼치면서 진나라가 철군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을 겁니다.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하면 주식투자자는 배당금을 받으면서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요.

2. 조나라는 이론에만 밝고 거만한 젊은 조괄로 교체하지 않고 경험이 풍부한 노장 염파에게 계속 지휘를 맡김으로써 당장의 위기를 모면한 다음 진나라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주식투자자라면 수령하는 배당금을 쓰면서 다음 상승장을 기다리거나 혹은 배당금으로 주식 보유량을 늘려서 다음 상승 때는 늘어난 주식만큼 수익을 더 늘릴 수도 있겠고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삶의 지혜를 얻으려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주식투자에서도 많은 생각 거리와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중국 역사에 관심이 없는 분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 같네요. 다음에 진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여불위라는 성공한 투기꾼의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은데, 이번 편지에 대한 반응을 살핀 다음 결정하려고 합니다.

숙향 배상

추신:
1. BC246년 13세에 왕위에 오른 진시황은 BC230년 이미 신하 국의 위치에 있던 한나라 정복을 시작으로 조 – 위 – 초 – 연, 그리고 BC221년 제나라를 멸망시키면서 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 최초 통일국가를 만듭니다.
2. 조나라를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장평 전투에서 조나라 군대는 40만명이 죽었다고 했는데요. 워낙 뻥이 심한 중국이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이후 조나라는 다른 국가와 연합해서 진나라에 대항하면서 30년 이상을 버틴 것으로 봤을 때도 역시 과장된 숫자로 보입니다.
3. 조나라 포로 25만명을 산채로 묻어 죽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진나라 장수 백기는 BC257년 그의 공을 시샘하던 재상 범수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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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4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1.10/19 08:58
    덕분에 역사까지 배웠습니다. 노련한 장수의 힘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19 14:24
      연금고객 님이라면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겠죠^^
  2. T.F.S
    T.F.S | 21.10/19 09:29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의 하나는 역시 역사이겠지요.
    배우려는 자에게는 한 없이 베풀어주는 것이 역사의 힘이지 않을까 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19 14:25
      동감해주신 T.F.S 님께 감사드립니다^^
  3. 낭만청년
    낭만청년 | 21.10/24 16:53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두어달만 있음 내년 배당이 확정되는군요.

    4월의 보너스가 벌써 기대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24 17:54
      예전에는 대부분의 기업 주총이 2월에 열렸는데, 이제 서로 늦추기를 경쟁하듯이 3월 말에 임박해서 주총이 열리더군요. 따라서 3월에 수령하는 게 당연했던 배당금도 4월에 받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기업과 일반 주주의 거리는 멀어졌고요^^ 1507
  4. 한니발의개척
    한니발의개척 | 21.10/30 11:44
    중국 역사까지 공부하고 계시니..독서량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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