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0번째 편지를 쓰게 되네요. 그래서 오늘은, 제 마음에 새겨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너무 잘 아는 내용이지만 50번째에 의미를 두고 싶은 제 마음이 선택한 글입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철학이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85%를 필립 피셔로부터 15%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요. 이런 버핏이 정리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3가지 교훈은 그레이엄 투자이론의 기본 뼈대로 우리 가치투자자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며, 오로지 투기가 아닌 투자만을 하라. 투자는 사업과 닮았을 때 가장 현명한 것이므로 주식을 가격에 따라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가 아닌 진짜 회사에 대한 소유권으로 봐야 한다.

저는 PER과 PBR을 따질 때, 주가를 EPS로 나누거나 BPS로 나눠 계산하기보다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 방법을 추천하는데요.

- 이를 PER로 설명하면,

주가: 12,000원 / EPS: 1,250원 = 9.6으로 산출하는 것보다

시가총액: 960억 / 당기순이익: 100억 = 9.6으로 산출하는 방식이 기업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서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기업의 실질가치를 알고 있다면 이익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 그 주식을 사거나 팔면 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미스터 마켓의 변덕에 같이 흔들리지 말고 그를 현명하게 이용하라. 변동성을 이용해라.

주당 내재가치 10,000원인 주식을 5,000원에 매수해서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이 4,500원에 매도 주문이 나온다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어떤 이유에서든 시장의 인기를 얻어서 주가가 10,000원을 넘겨 오른다면 매도해서 이익을 챙길 기회가 되겠고요.

시장은 주식의 가치를 매기는 곳이 아니고 주식을 매매하는 장소일 뿐입니다. 때로는 패닉에 빠지고 때로는 버블이 형성되는 곳이죠. 투자자는 이런 시장의 변동성/변덕을 이용해야지 이용당해서는 안 됩니다.

-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 즉 안전마진이 충분히 확보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안전마진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안전 장치다. 안전마진에 기반해서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굳이 제 생각을 더할 필요가 없겠죠.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살수록 안전마진이 커지므로 손해 볼 위험은 줄어들고 이익 볼 가능성은 늘어납니다. 만약의 실수를 대비해서 안전마진이 확보된 주식 10개 내외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즉 분산 투자해야 하고요.

1994년 워런 버핏은 그레이엄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바친 헌사에서 위와 같이 3가지 교훈에 대해 설명한 다음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자신의 무한 신뢰를 드러냈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폴 오팔라, [100만원만 있어도 워렌 버핏처럼 가치투자하라,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