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편지(47) - 멀리건, 실수를 만회할 기회

* 멀리건: 골프에서, 최초의 티샷이 잘못되어도 벌타 없이 다시 한번 치게 하는 것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우리 일반 투자자들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인내심’이란 말이 바로 떠오릅니다.

시장을 길게 보는 가치투자자에게 있어 인내심은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한 다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제1의 덕목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내심을 발휘할 시기를 매수한 다음 매도할 때까지 보유하는 동안으로 (흔히)생각하지만 대가들은 매수하기 전 단계에서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 유망한 주식을 발견하더라도 충분한 안전마진이 발생할 때까지, 즉 주가가 어느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요. 그는 타격왕 테드 윌리엄스의 책 내용을 인용해서 쉽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테드 윌리엄스가 말한 교훈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테드는 자신의 저서인 [타격의 과학]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셀로 나누었습니다. 각 셀은 야구공 한 개 크기입니다. 그는 ‘가장 좋은’ 셀에 들어오는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야만 4할의 타율을 달성할 수 있으며, ‘최악의’ 셀에 들어오는 공, 즉 스트라이크 존 외곽으로 낮게 깔리는 공을 때리면 타율이 2할3푼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때리기 좋은 공을 기다리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지만,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휘두르면 마이너리그행 티켓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버핏은, 투자자는 테드와 달리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3개의 공을 치지 못한다고 해서 삼진아웃으로 물러나는 일은 없으므로 투자하기에 정말 좋은 주식이 나타날 때까지 매수를 미루라고 합니다.

저는 버핏의 이 말씀을 책에서 처음 보았을 때, 과연 버핏이라며, 감탄했던 저를 잊지 못합니다. 버크셔 사무실 벽에 붙어있다는 그림(*)을 구하려고 수소문하기도 했고요. 이후 독서량이 늘어나고 다양한 책에서 이 얘기를 반복해서 만나다 보니,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 테드 윌리엄스가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고 홈플레이트 위로 77개 셀로 구분해서 각 셀에 타율이 표시된 그림

일껏 매력적인 주식을 발굴했지만, 좀더 싸게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주식의 주가가 저만치 올라가버리면 어떡하나? 계산한 주식의 가치와 그 주식의 주가 차이, 즉 안전마진이 30%쯤 되길래,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주가가 야금야금 오르면 또 어떡하고? 신중을 기해서 어렵게 매수한 주식이 판단 실수로 드러나면 어떡하지?

들어오는 공을 계속해서 보내버릴 수 있겠지만, 다음 번 공이 더 마음에 들 거라는 보장이 없듯이 정말 매력적인 주식을 늘 발견하리라는 보장도, 또한 늘 그렇게 싸게 거래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현금만 들고서 멍하니 기다리다 ‘기회비용’만 늘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말입니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에는 인기 없는 업종이라서 혹은 미래 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청나게 싸게 거래되는 주식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런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행위는 마치 한 가운데 들어오는 스트라이크를 계속 흘려 보내고 있는 미련퉁이나 하는 짓거리는 아닐까요?

마침 앤서니 볼턴이 빌 밀러의 말씀을 인용해서 이런 제 생각을 응원해줍니다.

증시에는 멀리건(mulligan: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 얼마든지 있다.

투자에서는 설사 실수하더라도 다음에 만회할 기회가 있으며 손실을 본 종목에서도 다음 번 다른 상황에서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항상 올바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래야만 실수를 통해 배운 경험을 다음에 만날 기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경험이 쌓이면서 가장 늘어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기다리는 것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저도 대가일까요? 그럴 리가요^^
성공한 대가들을 제대로 흉내만 내도 시장을 이기는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딱 그쯤에 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저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제임스 올러클린, [버핏, 신화를 벗다 The Real Warren Buffett in 2002]
- 인용문: 1997년 버크셔 주주연례서한
앤서니 볼턴,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Investing against the Tide in 2009]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www.itooz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바로가기] 종목발굴에 강한 아이투자 전체기사 보기
https://goo.gl/tdcM33
아이투자 구독 채널 바로가기



프린트프린트 스크랩블로그 담기(0명) 점수주기점수주기(0명)
보내기 :

나도 한마디 (댓글 4개)

  1. Kudos
    Kudos | 21.09/30 14:23
    멀리건(mulligan: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 얼마든지 있다.
    실수를 통해 배운 경험을 다음에 만날 기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가르침 감사합니다.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아 그런지 하늘이 공기가 아주 맑고 좋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30 18:59
      주식투자자들에게는 9월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편했고 연말까지는 더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상황이죠.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왜 이런 마음이 느껴질까요^^
  2. 진이라네
    진이라네 | 21.10/03 11:29
    항상 좋은 글, 늘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03 14:08
      좋게 봐주신 진이라네 님께 감사 드립니다^^
  3. 두산
    두산 | 21.10/05 08:04
    숙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2019년에 퇴직후 주식투자 공부를 하며 일부는 작게나마 주식투자를 하고 있읍니다

    숙향님이 쓰신 책 숙향의 주식투자 이야기 내용이 좋아 올해 초 2권을 사서 1권은 해외 친지에 보내주고 1권은 아직 읽고 있읍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어 여기서 질의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요을 적어봅니다
    기업체 평가나 분석은 대충 알겠는데 문제는 분석대상 업체는 어디서 구하는 지가 궁급합니다
    신문기사나 뉴스에 나오는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요 아니면 특정 사이트에서 구하는지 궁금합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기업체들은 대부분 주가가 올라서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읍니다.

    여기서 질의하는 것이 실례가 아니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10/05 13:32
      제가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라고 하면서 3항 배당수익률을 가장 먼저 보라고 했는데요.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선정한 다음 이들 종목 중에서 나머지 1항과 2항을 검토하는 순서로 하면 검토할 종목이 많이 줄어듭니다. 간단하게 찾는 방법은.. '네이버' 금융면에서 상위 분류표에서 '금융홈' 다음 '국내증시'를 클릭하면 왼쪽 검색란 5번째 줄쯤에 '배당'이 있습니다. 이 '배당'을 클릭하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 순서로 볼 수 있습니다.
  4. 두산
    두산 | 21.10/05 15:02
    친절하고 빠른 답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쓰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 HTML 태그 등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댓글입력

목록


20201111_부크온_워런 버핏처럼 주식투자 시작하는 법20210628_부크온_가치투자는_옳다

제휴 및 서비스제공사

뉴스핌 이데일리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VIP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에프앤가이드 민앤지 빅파이낸스 IRKUDOS이패스코리아 naver LG유플러스 KT
우리투자증권-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