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편지(44) - 가치투자 실행 방법

오늘은 제가 주장하는 가치투자 방법이 투자금을 안전하게 불리기에 괜찮은 방법이라는 데까지는 공감하지만 막상 실행하기를 주저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지는 아이디어(?)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달에 젊은 투자자들과 대화하면서 깨닫게 된 건데요.

투자경력 2년 미만에 30대가 다수인 12명과 함께 가치투자에 대해 얘기할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다다음 주면 다섯 번째 만남이 되는데요. 현재 수입의 10%만 주식에 투자한다면 은퇴 후 생활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체적인 투자방법은 투자지표 4가지*를 활용해서 선정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된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자투리 시간만 활용해도 투자할 시간은 충분하다. 등으로 제 지론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PER: 10 이하 / PBR: 1 이하 / 배당수익률: 은행 정기예금 금리 이상 / 순현금 기업: 금융업 제외

3번째 만났을 땐데, 얘기하다 보니 분명히 제 얘기에 수긍하는 것 같은데, 미심쩍어 하는 표정이 읽히더군요. 그리고, 문득, 제 머리를 때리는 게 있었습니다.

12명 모두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투자한 주식이 있고 각자 해오던 투자방법이 있겠죠. 저의 투자경험을 배우고 싶어 혹은 (최소한)듣고 싶어 저를 만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면부지로 몇 번 만난 사이에 숙향이 이 투자법으로 성공했으므로, 앞으로 나도 이 방법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러기에는 저에 대한 신뢰문제도 있지만 이 투자방법이 앞으로도 통한다는 믿음 그리고 자신의 성향과도 맞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시하게 된 방법입니다.

투자금을 반씩 나눠 투자하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하고 있던 방법으로 50% 제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50%씩 하되 앞으로 5년 동안 해보는 겁니다. 그렇게 5년 운용하면 어느 방법이 더 좋은지 판단할 수 있겠죠. 저는 3년~5년이면 제 투자방법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소를 짓는 분이 많더군요. 저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제 경험을 들려주면서 5년이 결코 (낭비하는)긴 시간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동업자의 배신으로, 44세였던, 2004년 살던 집 하나 남기고 완전 빈털터리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경제적으로는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주식투자이고 투자방법은 4가지 투자지표를 활용해서 투자할 주식을 선정하는 가치투자였고요. 이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40세밖에 되지 않으므로 5년 정도 실험 기간을 거치더라도 (제 경험에 의하면)시간은 충분합니다.
* 저는 감히 제 투자 방법이 그들이 하고 있는 방법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50:50 보다는 제 방법에 좀더 비중을 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제가 그 순간 이런 생각을 떠올린 근거는, 우리 가치투자자들의 영원한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에 있습니다. 제가 제시했던 아이디어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맥락상으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엄은 사람들의 투기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투자금 배분 방법을 제시했는데요. (제가 살짝 살을 붙여)다음과 같이 말씀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고 싶은 주식이 있는데 가치주의 범위에서는 한참 벗어난 주식입니다. 그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지만 금방 큰 수익을 줄 것 같은 그 주식을 사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투자금의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그 주식을 사는 겁니다. 단, 그런 주식을 매매하기 위한 계좌를 따로 만들어서 분리해야 하고 절대로 각 계좌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자금이 섞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성공한 투자법이 앞으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요. 하지만 4가지 조건은 최소한 현재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찾아낼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 옳았으므로 앞으로도 옳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기도 하고요.

그레이엄의 뛰어난 제자, 워런 버핏이 스승의 투자법 3가지, 즉 주식을 기업의 지분 일부로 보라거나 가치와 가격의 안전마진, 그리고 변덕스러운 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투자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했지만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이 무시당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제 주장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편지를 끝내려는데, 버핏이 쓴 명문, ‘그레이엄과 도드 마을의 위대한 투자자들’의 마지막 글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찾아 옮겨 붙입니다.

배들이 전 세계를 항해하고 있지만 Flat Earth Society(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는 번창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격과 가치의 광범위한 차이는 계속될 것이고, 그레이엄과 도드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계속 번성할 것이다.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The Intelligent Investor in 1973]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www.itooz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바로가기] 종목발굴에 강한 아이투자 전체기사 보기
https://goo.gl/tdcM33
아이투자 구독 채널 바로가기



프린트프린트 스크랩블로그 담기(1명) 점수주기점수주기(2명)
보내기 :

나도 한마디 (댓글 6개)

  1. 김태곤
    김태곤 | 21.09/16 10:10
    투자자들과 대화를 하신다니~띠용~@.@ 선생님 저도 말씀 나누고 싶습니다. 한자리 없나요?^^:ㅎㅎㅎ
    오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현재도 기존에 투자하는 방식, 숙향샘 방식 폴더를 다르게 놓고 분기마다 엑셀를 정리하며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 방식에 투자금액이 많지만 조금씩 가치투자 방식으로 전환려 합니다. 처음부터 하는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진짜 어렵네요!!^^;
    매일 출근해서 숙향쌤 글이 읽으면 오늘도 투자에 근육을 키우고 있다 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미래에 대한 마음이 불안 보다는 담담하게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같은분이 되고 싶습니다. 제 주변 직장동료, 가족까지 숙향선생님 편지를 보내며 투자를 권장하고 있고 물론 하는사람도 있고 숙향이 누꼬? 하는 사람 있고 하지만요!! 너무 두서없이 적었네요!!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세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16 20:23
      김태곤 님의 글을 보면서, 감동했습니다. '보람을 느낌니다' 정도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할 것 같고.. 어떡하죠^^ 저는 주식투자는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에 권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투자를 하겠다고 시작했지만 투기로 빠지고 결국 일껏 모아두었던 돈을 다 날려버리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제 편지를 보이는 분들은 틀림없이 김태곤 님께서 함께 잘 되었으면 하는 분이겠지요. 하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권하지 마시고, 지금 편지를 공유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 중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그때 권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Kudos
    Kudos | 21.09/16 15:11
    그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지만 금방 큰 수익을 줄 것 같은 그 주식을 사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 너무나 옳으신 말씀이고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그럴 때는 투자금의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그 주식을 사는 겁니다. 단, 그런 주식을 매매하기 위한 계좌를 따로 만들어서 분리해야 하고 절대로 각 계좌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자금이 섞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추석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16 20:10
      아시겠지만, 제가 흠모하는 벤저민 그레이엄 님의 가르침이랍니다. 투자에서 심리학을 중요하게 다루는 구루들이 많지만, 투자에 심리학을 적용하기로는 그레이엄 님이 (거의)원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외유내강
    외유내강 | 21.09/17 00:25
    재미있는 내기(?)입니다. 이긴 쪽에서 진 쪽에게 피자 쏘기로 하면 더 재미있겠네요.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17 03:05
      저와 내기하고 싶다면, 저는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내기죠. 마치 워런 버핏이 헤지 펀드매니저와 내기했을 때 버핏이 이길 것을 자신했듯이 이건 제가 이길 확률이 거의 100%라고 생각합니다^^
  4. 래오
    래오 | 21.09/18 08:25
    금융업 제외는 투자대상에서 제외 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예외 라는 표현으로 바궈 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늘 글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쓰기
  5. 숙향
    숙향 | 21.09/18 16:14
    그러네요. 원문은 아이투자에서 올리는 글이라 제가 수정할 수 없어서.. 다음 순현금 기업을 언급할 때부터는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오 님께서 지적해주지 않았다면 계속 실수를 저지를 뻔 했네요.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6. 구름모자
    구름모자 | 21.09/19 09:32
    좋은글 감사합니다.
    숙향님의 책을 참고하여 작년 초부터 숙향님의 투자 방식으로 80% 정도 전환하고 있습니다.
    투자경력은 7년정도이지만 투자성과는 이전 보다 훨씬 좋아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보유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마음이 편안함을 가질수 있고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오래 보유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질수 있게 되는것 같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20 05:42
      구름모자 님께서 고마운 말씀을 들려주시네요. 다만 올해 들어서면서 가치에 비해 싼 주식들의 주가가 좋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 방법은 주가가 떨어지더라고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투자방법이지만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거고요. 앞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반드시 지금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 HTML 태그 등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댓글입력

목록


20201111_부크온_워런 버핏처럼 주식투자 시작하는 법20210628_부크온_가치투자는_옳다

제휴 및 서비스제공사

뉴스핌 이데일리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VIP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에프앤가이드 민앤지 빅파이낸스 IRKUDOS이패스코리아 naver LG유플러스 KT
우리투자증권-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