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편지(42) - 너 자신을 알라

- 겸손한 자세에 대한 얘기

워런 버핏은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하면서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으로서는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 싶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사실 그대롭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가르침이죠.

25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사형 판결을 받은 아테네 법정에서, 그를 고발한 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자신의 지혜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사람보다 지혜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도무지 모르고 있는데도 이 사람은 알고 있는 줄로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오직 그것만으로 내가 더 지혜로운 사람이다.

제목으로 쓴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당시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진 글이었다고 하는데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했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한 원인(遠因)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인 카이레폰이 아폴론 신전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카이레폰은 신전의 무녀에게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가 있는지 물었고 '그보다 더한 지혜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델포이로부터 신탁을 받은 것이죠.

이 얘기를 들은 소크라테스는 신의 증언을 시험하는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그리고 지혜롭기로 이름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지혜를 확인해서, 그들이 자신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그 신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그래서 그는 명성이 높은 아테네 안팎의 정치인, 변론가, 시인 등을 찾아 다니며, 그들을 상대로 대화를 거듭했고 그리고 알게 됩니다.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도 그런 평판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가장 어리석은 자들이라는 것을요.

이에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자신은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스스로가 타인들보다 더 현명한 줄 알고 있다.
결국 그 사람이나 자기 자신이나 무엇이 선한 것이고 또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주 작은 그 차이로 지혜의 있고 없음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들어와서 당시 인기주를 매수해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주식투자를 쉽게 생각합니다. 마치 자신이 주식의 신이 된 듯한 흡족한 기분에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되고요. 그리고 어느 날 행복감을 충분히 만끽하기도 전에 시장은 급변하고 수익이 손실로 바뀐 계좌를 보면서 당황하게 됩니다.

환상에 빠진 자신은 탐욕이 지배했고 당황하는 자신은 공포에 지배당한 것이죠. 이 2가지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겠지만 조금씩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함으로써 쌓이는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대가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독서를 통해서 말이죠.

소크라테스는 어쩌면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에 빠져들어 겸손했던 자신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테네 법정에서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면서 배심원들을 조롱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내생이 있다는 것을 믿었기에 70 인생에 만족하고 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 교훈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은 그의 마지막은, 최소한 그를 따르던 동지들을 위해서라도, 저의 눈에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글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면서 다음 편지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국가, 향연 등] – 왕학수 번역, 동서문화사
로렌스 커닝햄 엮음,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The Essays of Warren Buffett 4th Edition in 2014]

추신: 소크라테스에 대한 상식을 조금 덧붙입니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을 번역한 왕학수 님께서 정리해주신 글에서 인용/정리했습니다.

소크라테스(BC469~BC399)
- BC399년에 사형 판결을 받은 다음 한 달 후 독주를 마시고 세상을 떠날 때 소크라테스는 70세였으므로 태어난 해를 BC469년으로 추정
- 아버지는 소프로니코스로 직업은 석공, 어머니는 파이나레테로 솜씨 좋은 산파였지만 직업적 조산원인지는 확실하지 않음
- 어머니는 파트로클레스라는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데리고 소프로니코스와 결혼한 재혼녀로 어머니 이름으로 짐작하건대 좋은 집안 태생이었을 것으로 추측
- 악처로 유명한 아내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저서에서는 애정이 깊은 여성으로 악처였다는 말은 없음.
- 장남이 아내에게 대들 때 소크라테스는 아내 편을 들어 아들을 꾸짖는 일화가 남아 있음
- 소크라테스가 70세로 죽임을 당할 때 장남 람프로클레스는 17세였고 차남과 막내도 어린아이들이었으므로 결혼은 50세 전후에 했을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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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1개)

  1. 리키찬
    리키찬 | 21.09/13 12:17
    오늘도 좋은 글 잘 보고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

    얼마 전 코로나 이후 상승 시류에 너도나도 올라타 추천주로 수익을 좀 내더니 저를 가르치려 들던 주변 사람들...요즘엔 주식을 안하네요. 재미가 없겠죠~ 예전처럼 아무거나 사도 다 오르지 않고 하락하고 변동성이 크니까요~

    생각해보면 저도 처음엔 주식투자를 쉽게 생각하고 쫌 안다고 남들한테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네요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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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1.09/13 13:28
      언젠가, '주식투자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했던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적절한 비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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