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편지(40) - 모사재인 성사재천

-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있다.

[삼국지], 정확하게는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를 읽으신 분이라면, 제목을 보는 순간, 아~ 그 얘기! 하실 텐데요. 이 글은 촉나라 제갈공명이, 명문으로 유명한, 출사표를 내고서 북벌에 나섰을 때 그의 라이벌인 위나라 사마의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서기 234년 ‘상방곡 전투’가 배경입니다.

제갈공명은 계책을 써서 사마의가 지휘하는 위나라 군대를 불쏘시개로 채운 계곡에 가둔 다음 불화살로 공격함으로써 위 군을 전멸 직전까지 몰고 가는데요. 하지만,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부르던 그의 신통력이 없어졌는지,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지면서 불이 꺼졌고 사마의는 죽음에서 벗어납니다. 이때 제갈공명이 하늘을 우러러 보며 이 말을 내뱉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말로 제가 중학교 다닐 때 ‘한문(漢文) 시간에 배운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다음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죠.

저는 이 말이 뜻하는 것이 바로 가치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에 비해 싼 기업을 잘 선정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까지는 투자자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시장이 이 주식의 가치를 알아보고 주가를 올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죠.
시장이 금방 알아봐준다면 빨리 수익을 얻겠지만 알아주지 않으면 알아봐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무척 어렵습니다.

원래 이 말은,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치투자자는 이 말을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은 가치를 인정받을 시기를 모를 뿐이지 결국 시장이 알아준다는 점에서, ‘결국은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제 생각을 뒷받침하는 대가의 말씀을 붙이면 신뢰감이 더해지겠죠? 벤저민 그레이엄이 1956년 미의회 상원청문회에 출석해서 가치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과정에 대해 증언한 유명한 말씀은 6월 24일 20번째 편지에서 소개했으므로 오늘은 랄프 웬저의 말씀을 들려드릴게요.

시장의 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훌륭한 경영진과 우수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작지만 강한 기업의 주가는 반드시 언젠가 내재가치를 반영한다. 그것이 내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기다리기 위해 싼 주식을 사는 데 더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잔소리로 들릴 것 같아서 오늘은 생략합니다.

이미 말했다고요?

그러네요^^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A Zebra in Lion Country in 1997]

추신: 상방곡 전투는 제갈공명의 6차 북벌 때 있었는데, 제갈공명은 이 전투에서 패한 다음 귀국길에 세상을 떠나는데요. 하지만 이 얘기는 정사에 없는 허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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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낭만청년
    낭만청년 | 21.09/03 23:59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고 올라갈 일만 남은 기업을 사서 묵혀두는 것은 잃기 어려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사서 내일 오르면 좋지만 항상 그런 행운이 오는것은 아니니 실적이 후퇴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3년정도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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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1.09/06 21:32
      그렇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3년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10년이라도 지켜보자는 겁니다. 수익을 까먹지 않으면서 배당금을 꾸준하게 지급하는 회사라면 굳이 기한을 둘 필요가 없으니까요.
  2. Kudos
    Kudos | 21.09/07 09:50
    삶이나 주식을 투자함에 있어서나 인내심이 중요한 듯 합니다. 40번째 편지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대가들의 책과 숙향님의 책/ 투자편지를 읽으며 마음을 잡아봅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07 12:09
      가치투자자는 이겨놓고 기다리는 투자법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승리의 축배를 언제 들 수 있는가는 시장에 달렸을 뿐이고요. 늘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시는 Kudos 님께 감사 드립니다.
  3. 리키찬
    리키찬 | 21.09/08 20:58
    수익을 빨리 또 크게 내고싶은 욕심만 버린다면 어렵지 않은데 그게 가장 어려운…. ㅎ.
    요즘 유튜브로 듣기만 하다보니 귀와 머리가 어지러워 소음을 피해 혼자 생각하고 조용히 글을 읽고싶어 숙향님 편지로 시작합니다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9/09 07:50
      요즘 세대는 유투브가 대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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