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30번째 편지에서 저는 가치투자가 장기투자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가치투자법은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한 다음 시장에서 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 방법이므로 ‘가치투자자는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리고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내심의 도우미인 배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기대했던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촉매가 드러나면서 금방 주가가 크게 오르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고요.
오늘은 지난 주말, 매수한지 4개월 만에, 전량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했던, ‘디티알오토모티브’ 매매를 통해 행운이 겹쳐 빨리 수익을 실현한 투자 사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여러 계좌에서 비슷한 시기에 매수했고 매도했지만 공개하는 펀드(아내)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중간배당을 받지 않기 위해 6월에 그리고 9월 청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펀드(친구)에서는 7월에 매도함으로써 다른 계좌보다는 낮은 가격에 매도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의도한 매수/매도에 가장 가까운 펀드(의리)에서 매매한 사례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 4개월 만에 50.8% 수익률을 얻었으므로 연 환산수익률은 150%입니다.
매수
4월 초 3만원대부터 매수를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 저는 4월말 반성문을 쓰면서 매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옛 사명, ‘동아타이어’로 2017년 타이어튜브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상호를 넘겼고 동사는 축전지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사업부문으로 존속한 법인이면서도 지금 상호로 변경했습니다.
동사는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는 1994년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수익구조와 함께 우량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멋진 펀더멘털을 보유한 기업으로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주배당에 인색했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최근 공부하던 중, 2016년 이후 배당정책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당수익률 상위 기업 리스트에서 동사와 동사에서 분할되었던 ‘동아타이어’를 발견했거든요. 대주주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해 일시적으로 배당금을 늘렸을 수도 있지만 저는 창업자에서 2세 경영인으로 경영권이 넘어오면서 배당정책에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았습니다.
관심기업이 보이면 일단 매수하는 펀드(CMA)에서, 수익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배당수익률이 더 높은, ‘동아타이어’를 먼저 매수했지만 좀더 따져본 결과 ‘디티알오토모티브’가 ‘장래성’에서 나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최근 몇 년 동안 배당금을 크게 늘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4/30 주가, 32,250원 기준 투자 지표는,
PER: 6.06 / PBR: 0.44 / PDR: 6.2%
매도
8월 13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모두를 매도한 다음 일기로 남긴 제 생각입니다.
8/9(월) 장이 끝난 다음(종가: 40,800원), 사모펀드에서 은행으로부터 300,000주를 매수했습니다. 이 거래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후 주가는 이틀 동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크게 올랐고요. 내재가치에 비해서는 아직 여유가 있었으므로 조금씩 매도하고 있었는데, 주말 (거래량이 증가하면서)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군요.
하필이면 오피스텔에서 귀가하는 차안에서 알게 되었는데, 한국경제와 매일경제에서 ‘두산공작기계’를 2.5조원에 인수한다는 기사를 올렸더군요. 저는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제 눈에 ‘두산공작기계’는 0.5조~1.0조 가치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휴대폰으로 주문을 낼 수 없기 때문에, 1시간 이상 걸려, 집에 도착한 다음 회사에 전화하는 등 상황을 정리했고 소량 보유하고 있던 ‘동아타이어’까지 전량 매도했습니다.
시장 마감 후 인수 공시를 하더군요. 신규 설립한 자본금 10억원짜리 법인, ‘지엠티홀딩스’에서 2.4조원으로 인수했는데, 피인수기업인 ‘두산공작기계’는 3년 연속 이익이 줄었고 2020년말 현재 자기자본은 0.45조원에 불과합니다.
‘디티알오토모티브’의 자기자본은 0.6조, 어차피 끌려들어갈 운명인 ‘동아타이어’는 0.4조원입니다. 자기자본 1조원짜리 기업이 2.4조원를 들여 0.5조원짜리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죠. 비싸게 사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상당한 자금조달이 필요합니다.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저의 전량 매도는 잘한 결정으로 믿고 싶습니다.
반성
‘디티알오토모티브’는 가치에 비해 싸지만 그동안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이 증여세 부담 때문에 향후 몇 년간 배당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영위하는 사업은 2차 배터리 관련주로 성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자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에서 자전거래를 통해 3% 지분을 자전거래 형태로 매수한 사건은 소외된 동사 주가에는 확실한 ‘촉매’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고요.
처음 매수했던 이유(저평가 + 고배당)와 관계없는 사건(‘두산공작기계’ 인수)이 발생했고, 저는 이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매도결정을 내렸습니다. 좋은 투자 아이디어와 행운이 더해진 덕분에 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5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간혹 나타나는 이와 같은 행운은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치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이며 특권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가치투자자는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이 언제 그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숙향 배상
추신: 5월 7일, 6번째 편지에서 장기적으로 연 10% 수익률이 가능하다며 20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습니다. 20개 종목 중에서 금화피에스시와 영풍정밀, 동아타이어, 디티알오토모티브 등 4종목은 이미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규칙적으로 관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밝힙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든 다음 편입된 주식 중에서 주가가 크게 오르면 수익을 챙긴 다음 다른 주식을 편입하거나 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습니다. 또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리벨런싱 하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전자를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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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주기
50%라는 기준을 투자하기 전에 정하는건지 아님 투자 아이디어가 다 충족이 되서 매도를 하신건지~ 정말 궁금하고 가치투자 책을 많이 읽고 투자를 하면 그것이 보이는 건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항상 좋은 글 읽고 투자에 바른 길을 찾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