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편지에서 시장 위치에 따라 현금과 주식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시장 분위기를 살필 필요없이 주식 100%를 유지하라고 했고요. 상반되는 두 가지 얘기를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오늘은 이에 대해 변명하려고 합니다.

계좌를 주식 100%로 채우는 근거는 명확합니다.

하나는, 지난 편지에서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말씀을 인용했듯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마켓타이밍을 맞출 수 없고 주가가 크게 오르는 기간이 전체 투자기간의 2~7%에 불과하므로, 어설프게 진입 시점을 따지려다 이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은 우상향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를 살펴볼까요? 장기적으로 경제는 성장하고 물가도 오릅니다. 기업은 이를 제품 가격 또는 서비스 요금에 반영해서 판매가격을 올리고요. 판매가격이 오르니까 매출은 늘고 수익도 늘어납니다.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가치도 증가하므로 개별 기업의 주가도 상승합니다. 그럴 것 같죠^^

그런데, 굳이, 벤저민 그레이엄과 월터 슐로스라는 가치투자 세계의 시조와 수제자 두 분의 말씀을 옮기면서 현금비중을 가져 갈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혼란을 자초한 것이죠.

가끔 저보다 경험이 적은 분과 투자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요. 많은 분이 이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영감이 ‘우량 주식을 사 두고서 수면제 먹고 몇 년 동안 자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지만, 이런 말로는 안심시킬 수가 없더군요. 왜냐하면 저도 (잘) 안 되는 일이니까요. 저 역시 모니터로 주식시세를 보는 시간이 많은지라 오르내리는 주가를 보면서, 저에게 유리하면 즐겁고 불리하면 I~C~ 하는 게 일상인데, 저보다 경험이 적은 분이 더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은, 마음이 편한 만큼 주식을 매수하라 입니다. 그러면서 주식 100%가 바람직하므로 차차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요. 돈을 불리는 일보다는 마음 편한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조금 다른 얘긴데, 현금비중을 상당히 가져가더라도 주식 100%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투자법이 있습니다. 신진오 님의 명저, [전략적 가치투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책에는 시물레이션으로 다양한 투자법을 보여주는데, 두 번째 시물레이션이, 현금:주식을 50:50 비중으로 가져가는 방법입니다. ‘정률 투자법’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현금:주식을 50:50 비중을 유지하면서 매월 말일에 차액을 조절해서 50:50으로 맞추는 작업을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주식은 Kospi지수를 현금은 채권으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10년(1996년 1월말~2006년 1월말) 동안 운용한 결과 시장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금과 주식을 단순하게 50%씩 맞춰가는 방식(89.6%)이 시장(59.2%)을 30.4% 이기고 있습니다. 그레이엄이 주식:현금 비중 기준을 50:50으로 하라고 했는데, 그 방법이 옳았을 수도 있겠네요.

이 밖에도 현금 비중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주식/위험자산 60%와 현금/채권 40%, 즉 6:4 방법과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 주식비중을 가져가는 두 가지 방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률이 높다는 것과 앞으로 3% 이상의 고금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식비중 100%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각자 성향에 따라 일정 부분 현금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편한 투자자는 그에 맞춰 대처하는 방법을 궁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니까요.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신진오, [전략적 가치투자, 2009]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The Intelligent Investor in 1973]

크리스토퍼 브라운, [가치투자의 비밀 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 in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