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치투자자들은 시장을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저는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시장을 보지 않는다는 편에 섭니다.

- 랄프 웬저

주식에 투자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시장에 또는 개별 주식으로 구분해서 투자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인데요. 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은 ETF 등을 이용해서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저는 이론으로만 알고 있을 뿐 실제 매매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개별 주식에 투자할 때, 시장을 먼저 보고 투자할 주식을 찾느냐 아니면 시장은 무시하고 개별 주식에만 집중하느냐 하는 두 가지 접근 방법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전자는 주식시장이 투자하기에 좋은 상태인지 파악해서 앞으로 가장 좋아질 업종을 찾은 다음 그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종목을 찾는 방법으로, 바로 Top-Down, 하향식 접근방식입니다.

후자는 개별 기업의 사업가치와 재무제표 등을 분석해서 (현재 혹은 미래)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싼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입니다. Bottom-Up, 상향식 접근방식이죠.

Top-Down 방식은 경제 상황을 파악한 다음 유망 업종과 유망 기업을 찾아야 하므로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Bottom-Up 방식은 개별 기업의 가치만 따지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가치를 계산한 다음 주가와 비교해서 싼 기업을 찾으면 되니까요. 제가 4가지 혹은 3가지 투자지표만으로 투자할 주식을 찾는 방법이 바로 Bottom-Up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의 대가들 역시 Bottom-Up 방식으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합니다. 그래서 시장을 보지 말라고 하죠.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전쟁이 일어나든 평화로운 시절이든 개의치 말고 싼 주식을 매수한 다음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굳건히 지키라고 합니다.

저는 Bottom-Up 방식이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본업이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좌는 항상 주식 100%로 채우고서 말이죠. 주식 100%를 권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마켓타이밍을 맞출 수 없고 주가가 크게 오르는 기간이 전체 투자기간의 2 ~ 7%에 불과하므로, 어설프게 진입 시점을 따지려다 이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 2010년에 썼던 [가치투자의 비밀] 독후감 중에서

다만 시장이 과열되었거나 지나치게 침체되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면 주식보유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일부 계좌지만, 100% 주식을 보유하던 과거 스타일에서 벗어나 현금비중을 가져가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래서인데요.

제가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현재 시장 위치를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엄청나게 풀어댄 자금과 초저금리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성장할 사업으로 다수가 인정한 주식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그 증거이고요.

이와 관련해서 개별 주식 가치에 집중했던 구루 두 분의 말씀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시장을 대했는지 배우려고 합니다. 두 분은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로 그레이엄의 투자법을 고수했던 월터 슐로스인데요. 시장이 한쪽으로 몰렸다고 느꼈을 때 주식 비중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줍니다.

-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투자원금의 70%까지 잃었던 경험 때문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레이엄은 시장 위치에 따라 주식비중을 조절했던 것이죠.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을 끝까지 실행한 것으로 유명한 월터 슐로스는 45년(1955~2000) 동안 연평균 15.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수익률을 5% 이상 앞선 것으로 알려졌고요.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월터 슐로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요. 현재 시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Be aware of the level of the stock market. Are yields low and P-E ratios high? If the stock market historically high. Are people very optimistic etc?

하지만! 가치에 비해 충분히 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식 100%는 여전히 유효한 투자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계속해서 투자금을 불려나가는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나눠 운용하는 계좌 중 다수는 여전히 주식 10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A Zebra in Lion Country in 1997]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The Intelligent Investor in 1973]

크리스토퍼 브라운, [가치투자의 비밀 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 in 2006]

월터 슐로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 Factors needed to make money in the stock market in 1994>, 슐로스에 대해 검색하던 중 ‘와이민 님’의 블로그에서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