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편지(28) - 은퇴 후 생활비 해결법 2

7월 1일 22번째 편지에서 버튼 멜킬이 제시하는 은퇴 후 생활비 마련하는 방법을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그의 명저, [가치투자의 비밀]에서 밝힌 방법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책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옮깁니다.

나는 투자자산을 대학 재단처럼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개 대학은 재단이 보유한 자산의 5% 가량을 매년 교육 사업비로 쓰고 나머지는 투자한다. 대학은 투자수익률이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재단 자산에서 매년 인출해 쓰는 5%를 합한 것보다 높기를 바란다. 그래야 재단이 보유한 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식에 투자한 자산은 은행의 예금계좌와 다르다는 점이다.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매년 변한다. 어떤 해에는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떨어져 투자자산이 전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런 때 돈이 필요하다면 불가피하게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팔아야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3년간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단기 채권에 넣어두고 있다. 단기 채권에 투자한 돈은 그냥 내버려뒀다가 주가가 하락했을 때만 인출해 쓰는 돈이다. 단기 채권에 3년간의 생활비를 넣어두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하락한 뒤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극심한 침체장을 겪은 뒤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3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은 이보다 빠르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했다. 가치투자자들은 대개 큰 손실로 이어지는 주기적인 주식시장의 거품을 피해가는 것 같다.

브라운의 말씀은, 은퇴 자산은 기금 가치를 보존하면서 운용 수익금으로 사업비를 지출하는 대학 기금처럼 관리하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그의 생각과 얼추 비슷할 것 같습니다.

1. 매년 투자자산의 5%를 인출해서 사용
2. 3년 생활비는 단기 채권으로 보유 - MMF계좌

은퇴 밑천이 10억원이라면, 1차 연도 생활비는 은퇴 밑천 10억원의 5%인 0.5억원이 되고 2차 연도 이후부터는 (버튼 맬킬이 제시했던 것처럼)1차 연도 생활비에 물가상승률만큼 늘려가면 되겠죠.

주식투자로 은퇴 후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이 예상한대로 나올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야만 투자자금이든 은퇴밑천이든 까먹지 않고 편안한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버튼 맬킬은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시장 평균수익률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했고 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린 크리스토퍼 브라운 등 많은 가치투자자들 역시 자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주식시장이 보여준 실적과 제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연 10% 수익률은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현실적으로는 물가상승률(2%)을 감안해서 투자원금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원하는 생활비(5%)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연 7% 수익률이면 충분합니다. 따라서 10% 수익률과 소비되는 7%의 차이, 즉 연 3%씩 투자자산의 가치는 계속 불어납니다. 상속인이 좋아하겠죠^^

주식투자로 은퇴 후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실행을 주저하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거나 초보 투자자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아직 주식투자 경험이 없었다면 작은 금액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경험은 꽤 되지만 자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제가 지금까지 설명했던 매우 단순한 가치투자 방법을 적용해보았으면 합니다.

싼 주식을 매수한 다음 넉넉한 배당금을 받으면서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는 매우 상식적이지만 무한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주식시장은 투자자산을 (일시적일망정)반 토막으로 만들 수 있는 무서운 곳입니다. 믿지 못하는 투자자를 쉽게 포기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모쪼록 하루라도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에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그 다음에는 인내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말씀을 덧붙이면서, 다음 편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크리스토퍼 브라운, [가치투자의 비밀 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 in 2006]

추신: 브라운은 침체장을 겪은 다음 지난 고점을 회복하는데 3년 정도 걸리지만 가치투자의 경우 그 기간은 더 짧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제 경험을 통해 우리 시장에서는 어땠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1985년으로 37년 되었지만 1989년 폭락과 1997년 IMF 사태 그리고 2000년 IT버블 붕괴는 이런저런 이유로 용케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만큼은 주식 100%인 채로 제대로 당했습니다. 2008년 10월 최악의 시점에서 투자자산 평가액은 2007년말 자산과 비교했을 때 그야말로 반 토막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자자산을 그대로 유지했더니 주가 바닥으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10월에 2007년말 자산가치가 회복되더군요. 그리고 2007년말로부터는 2년 10개월이 걸렸으므로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죠. 가치주로 구성된 저의 포트폴리오는 시장보다 회복 속도에 있어 2개월 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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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2개)

  1. Kudos
    Kudos | 21.07/22 11:28
    싼 주식을 매수한 다음 넉넉한 배당금을 받으면서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는 매우 상식적이지만 무한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인내심
    확신
    인생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7/22 13:57
      Kudos 님께서 매번 보내주시는 격려 말씀 덕분에 글 올리는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2. 리키찬
    리키찬 | 21.07/26 16:42
    좋은 글 되새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7/26 21:46
      좋게 봐주신다는 리키찬 님의 말씀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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