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6월 25일 신영증권 주주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재무제표로부터 산출된 투자지표를 갖고서 투자 가치를 판단하는 저에게 주총 참석은 기업 분위기를 파악하고 최고 경영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연례 행사입니다.
주주총회 참석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일단 참석해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몇 번 경험하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실적에 대해 질문하거나 경영진에게 원하는 것을 제안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제가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대략 다음 3가지입니다.
1. 투자하고 있는 기업을 직접 살펴볼 수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영위하는 사업을 살펴보거나 주주담당자와 통화하면서 파악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에 대한 안목이 커집니다.
2. 주주담당자는 물론 최고 경영자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유일한 기회이고 이 인연으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이후 기업에 대한 궁금증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주총 의사진행 과정에서 발언기회를 얻어 주주로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질문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일반 주주참석이 거의 없는 작은 규모의 기업 경영자는 주주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을 해주려고 하며 제안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번 신영증권 주총 참석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 및 제안할 것을 정리했습니다.
1. 2021년 3월 결산 실적(연결)
영업익: 2,575억, 순이익: 1,898억 역대 최고 실적의 2.5배
- 6/24 주가 기준 - PER: 2.74 / PBR: 0.39 / PDR: 6.2% (우선주: 6.3%)
- 실적이 좋았던 이유?
- 향후 지속 여부
2. 배당
- 주당 4,000원 배당은 고맙지만 이번 배당성향은 17%로 예년의 30%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 늘린 배당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배당금을 책정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향후 4,000원 배당을 기준으로 생각해도 되겠는가?
- 배당락 주가가 큰 편이므로 중간배당을 실시하면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3. 내재가치
- 대략 계산해도 15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금융주 전체적으로 저평가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싸다. 가치에 어울리는 주가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4. 자사주 매수
- 우선주만 매수하지 말고 보통주도 매수하라.
- 최근 키움증권 전환우선주 400억을 매수했는데 이는 키움증권의 본질가치만큼 지급한 것으로 차라리 자사주를 매수하는 것이 주식가치를 올리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5. 의장 답변 및 평가
현재 주가가 가치에 비해 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고 자사주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으며 자사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 등 각각의 질문에 대해 진지한 답을 들었지만 오너 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아 진행했던 탓에 두루뭉실한 답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전인 2016년 6월 3일 참석했던 주총에서는 오너 경영인이 진행했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정리한 질의응답 중 하나만 옮깁니다.
숙향: 첫 번째 질문은 배당에 대해서인데, 이번에 10% 늘린 것은 정부의 배당세제 혜택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2년 동안 매년 10% 이상씩 늘릴 것으로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의장: 그러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익을 많이 내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날 주총에 참석한 다음 제가 받은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더군요.
신영증권 대표이사인 원종석은 아버지인 원국희 회장에 이어 2세 경영인입니다. 동사에 대해서는 이미 신뢰를 갖고 있던 기업인데, 이번 주총 참석 후 대표이사와 대화하면서 신뢰감은 배로 늘었습니다. 과거 <동서> 주총에 참석했을 때 느꼈던 감정인데,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주주총회 참석은 주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모레 목요일 편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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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주기
업황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었으나 미래먹거리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점 그리고 주주와의 동반자 마인드를 확인 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주주와의 이익분배에 대해 인색하지 않은 회사지만 주총에서 배당 삭감에 대해서 주주들의 우려사항도 전달했기에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친화적인 이벤트도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