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치투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벤저민 그레이엄을 성장주 투자에서는 필립 피셔로 알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자신의 투자철학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 두 분으로 두 분을 꼽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하지만 필립 피셔에 앞서 성장주 투자를 개척한 분이 있었는데 바로 티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1898~1983)입니다. 그는 성장회사, 성장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는데요. 쉽게 수긍이 갑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성장주로 불리는 주식 중, 프라이스의 정의에 부합하는 주식이 얼마나 있을까요? 혹시 가치에 비해 비싼 주식을 통틀어 성장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나요? 또는 시장에서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테마주를 얘기하나요?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된 주식들, 특히 이들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오 주식들은 잘 되면 대박, 즉 로또지 성장주로 볼 수 없습니다. 성장주라면-프라이스가 정의한 것처럼 매년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나지는 않더라도-향후 가시적인 몇 년 내에는 실적을 보여줄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성장주는 일반투자자들이 판단해서 투자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투자를 만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에 비해 비싼 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그 기업이 영위하는/하려는 사업을 철저히 분석해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그런 주식은 능력이 되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야 하고요.

많은 대가들이 경고하기를,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는 사람은 시장/주가가 오를 것 같아서 주식을 사고 시장/주가가 하락할 것 같아서 주식을 매도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대박이 날 거라며 매수를 부추기는 허황된 얘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소중한 돈을 맡기는 사람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았으면 합니다.

그레이엄은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를 건전한 투자라고 하면서 이 투자법은 누구나 부자로 만들어준다고 했습니다. 가치에 비해 싸면서 확실한 수익이 예상되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꾸준히 관리해나간다면 복리의 마법은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산을 불려줄 것입니다.

엉터리 성장주에 한 눈 팔지 마시고 안전한 가치주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사족: 가치투자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는 1924년 [장기투자로서의 보통주]를 출간한 에드가 스미스가 있었음을 밝혀두고 싶네요.

참고 책:

존 트레인, [대가들의 주식투자법, The Money Masters in 1980]

메리 버핏, [주식투자의 비밀, The Buffettology Workbook in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