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 편지(15) - 주식투자는 반항이 아닌 대응하는 것

저는 지난 5월 6일 편지에서 연 1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이제 한 달이 지났고,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만 굳이 확인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소 1년 조금 급하다면 3개월은 지난 다음에 따져보는 게 적당하거든요.

오늘 편지에서 이 포트폴리오를 언급하게 된 것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던 20개 주식 중 화제가 된 주식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제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식 10개에 더해 공부하면서 소량이나마 매수하게 된 주식 4개 그리고 편입하지 않았던 주식이 6개라고 했는데요. 공부하면서 편입했던 주식인 KPX홀딩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KPX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와 투자지표를 옮겼는데요. 제가 평소 엑셀 파일로 관리하는 파일 중에서 일부분을 옮긴 것으로 보기에 불편하겠지만 회사 펀드멘털을 대략 파악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 주식을 처음 매수했던 4월, 매월 말 한 차례 공개하는 포트폴리오에서 매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자회사로 <진양홀딩스>라는 또 하나의 상장된 지주회사가 있을 정도로, 제가 보기에, 복잡한 기업입니다. 그래서 이 그룹 주식에는 애써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요. 최근 투자지표가 싸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찾던 중 동사에 대한 재발견이 있었습니다.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지분 투자 법인으로부터 매년 수령하는 배당금만으로 주주 배당금을 감당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주회사들처럼 가치에 비해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되었습니다. 배당금이 들쑥날쑥한 면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기업으로 판단했습니다. 4/30 주가: 66,700원 기준
- PER: 1.94 / PBR: 0.35 / PDR: 4.6%
- 2020년 실적으로 계산된 PER은 일시적인 이익 때문이고 예년 수준 300억으로 본다면 PER은 8 이상>>

그런데 이 회사는 주말인 5월 7일 장 마감 후 자사주를 매수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합니다. 무려 120억 원으로 이는 대주주 등이 소유한 주식을 제외한 일반 유통주식이 400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상장폐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등 갖가지 추측을 불렀고 5월 10일 시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크게 오르면서 시작했고 종가는 전날보다 14.6% 상승한 80,000원이었습니다.

다음날 83,400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주가는 찔끔찔끔 빠지기 시작했는데, 가치에 비해 많이 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매도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5월 18일 대주주인 양규모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104,000주)했다는 공시가 있었고 5월 21일 추가 매도(23,800주) 공시까지 총 127,800주를 매도했는데, 이는 회사에서 자사주 신탁계약으로 매수하려던 주식 138,750주의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회사에서 자사주를 취득하는 동안 대주주는 매도할 수 없다는 규정이 2009년까지 있었지만 이후 폐지되었습니다. 따라서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행위입니다. 이에 대한 저의 생각과 행동은 5월 말 포트폴리오에서 공개했습니다. 다음과 같이요.

<<지난 달에 KPX홀딩스를 편입한 이후 동사 주가는 크게 오르내렸는데요. 이유는 자사주 펀드 가입 120억 공시로 주가가 크게 올랐고 이후 대주주인 양규모가 보유주식 100억을 매도했다는 공시로 주가가 원 위치된 사건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회사 자금으로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비싸게 사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데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선의로 본다면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주주는 어떤 이유로 현금이 필요해서 보유주식 100억원어치를 팔아야 했는데, 이를 시장에서 매도하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회사 자금으로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를 통해 매도할 주식을 사 준다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에서는 유통주식이 400억에 불과한 주식을 회사 돈으로 120억어치나 사들인다고 하니, 상장폐지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고, 다음에 있을 공개매수 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 매수세에 의해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주주 장내 매도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자사주 매수 이전 가격으로 돌아갔고요. 재미있는 것은 자사주 매수 공시 며칠 전부터 주가가 찔끔찔끔 오르고 있었고 대주주 매도 공시 며칠 전부터 주가는 찔끔찔끔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죠^^

동사에 대한 (지금)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당 가치는 20만원 이상이므로 대주주 개인 지분을 비싼 가격으로 회사에 떠넘겼다고 볼 수는 없으며
2. 그동안의 배당성향 등을 감안할 때 동사는 일반 주주에 대한 배려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주가가 8만원을 넘겼을 때도 거의 매도하지 않았고 처음 매수했던 가격인 7만원 가까이 내려왔을 때부터 현금이 있는 계좌에서는 보유량을 늘렸습니다. 현재 동사가 보유한 현금은 시가총액의 170% 수준으로 투자지표는 지나치게 저평가 상태입니다. 5/31 주가: 72,200원 기준
- PER: 2.10 / PBR: 0.38 / PDR: 4.3%
- 2020년 실적으로 계산된 PER은 일시적인 이익 때문이고 예년 수준 300억으로 본다면 PER은 8 이상>>

주식투자는 답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가치에 비해 (많이)싼 주식을 매수하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수익을 안겨주니까요. 아마 (확실한)답이 없다는 말은 그 때를 모르기 때문에 나온 말인가 봅니다.

오늘 편지 제목을 주식투자는 대응이라고 했는데요. 살다 보면 가끔은 나에게 불리한 일이 일어났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만나게 됩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고요. 그랬을 때 화를 참지 못하고 뻔히 나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숱하게 그렇게 했고 그러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즉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반항하기 보다는 대응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죠.

오늘 편지는 꽤 길었습니다. 아이투자에서 제게 제의했을 때는 A4 용지의 1/3쯤 채워달라고 했는데 아무리 짧게 쓴 편지도 한 페이지는 넘겼는데요. 저의 큰 아이도 아이투자 회원으로서 메일을 수신하는데, 첫 편지를 읽고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아빠, 너무 길어. 내 친구들은 이렇게 긴 글 안 읽어!

그리고 반응이 없었고 저도 묻지 않았는데, 아마 이 편지를 읽고 난 다음에는 틀림없이 한 소리를 들을 것 같네요. 아이투자에서 이번 글을 그대로 내 보내준다는 전제하에^^

다음 편지는 엄청 짧게 쓸 것을 다짐합니다.

숙향 배상

추신: 종목 얘기는 늘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부언하게 되네요. 저는 KPX홀딩스를 가치에 비해 싸면서 배당성향 등을 감안할 때 주주 배려를 하는 기업으로 판단하고 포트폴리오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운용하는 투자금에서 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합니다. 또한 저는 지주사인 동사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주식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오로지 동사의 과거 재무제표만으로 따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 주셨으면 하고 더구나 이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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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2개)

  1. anatta50
    anatta50 | 21.06/10 10:54
    훌륭하신 조언이어서 긴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6/11 07:41
      격려해주신 anatta50 님께 감사 드립니다^^
  2. 리키찬
    리키찬 | 21.06/10 15:36
    숙향님 글은 길어야 제 맛입니다. 숙향님 글 기다렸는데 너무 짧게 끝나면 아쉬웠어요.
    이런 의견도 있다고 간단히 참고해주세요 ^^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1.06/11 07:43
      아이투자 대표님과 우리 큰 아이가 리키찬 님의 의견을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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