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숙향의 투자 편지(2)- 공매도와 (가치)투자자의 대응법

동전 던지기에서 9 번 연속해서 뒷면이 나온 뒤에도 열 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지 않은 것처럼, 고평가된 주식(또는 시장 전체)은 놀라울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고평가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매도나 주가하락에 도박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에게는 너무 위험한 일이다.
-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5월 3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덩달아 패닉에 빠졌던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작년 3월 16일 금지된 이후 (공식적으로는)시장이 정상화되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고 있는 주식/채권을 매도한 다음 더 싼 가격으로 매수해서 상환하는 매매 또는 전략’을 의미하는데, 특히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다수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제도로 인식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기능으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매도를 실행하는 투자자는 대개 그 주식에 대해 가장 잘 분석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등 대규모 투자자들이 실행한다는 점에서 고평가된 주식을 제 가치에 맞도록 가격을 조정해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것이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힘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공매도 대상을 코스피 200(*) 및 코스닥 150(*) 종목으로 한정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공매도 재개를 가장 강하게 반대한 분들이 일부 바이오 주식 투자자일 것으로 추정한다면 그들은 실망하겠지만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의 주가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코스피 200: 전체 코스피 구성 종목의 20% / 시가총액의 약 90%
* 코스닥 150: 전체 코스닥 구성 종목으로는 비중 10% / 시가총액의 약 50%

1월 말쯤부터 경기에 민감한 대형 제조업 주식을 중심으로 가치에 비해 싼 주식들의 주가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분들이 저만은 아닐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치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의 주가 부진이 심했던 만큼 시장 주도주가 바뀌는 큰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대형주에만 매기가 쏠렸고 중소형 주식 쪽으로는 여전히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주식형펀드에서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인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특히 중소형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지만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이들 주식을 사 줄 투자자는 지극히 드문 탓에 터무니 없이 싼 주가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매도 재개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공매도 대상이 되는 대형주를 회피하는 한편 그동안 염치없이 싼 가격에 놓여 있던 중소형 가치주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공매도 재개 2주를 앞둔 지난 (4월) 19일 주식시장을 보면서 저는 이미 그런 움직임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월 중순부터 Kospi지수에 비해 뚜렷한 강세를 보였던 Kosdaq지수는 4월 들어 1000포인트를 쉽게 넘어선 다음 연일 최고지수를 경신하면서 이미 6.9%(Kospi지수: + 3.6%)나 올랐는데요. 주로 중소형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Kosdaq시장이 강하다는 것은 중소형 가치주가 상승할 시점에 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투자자는 시장에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공매도가 재개되었다면 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이런 제도를 강행하느냐고 금융당국을 비난할 게 아니라 (어차피 시행된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죠. 고민해서 내린 판단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다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더 나은 판단을 내리면 됩니다.

생각보다 투자할 시간은 깁니다. 모쪼록 느긋한 마음으로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면서, 가치투자는 시간의 테스트를 통과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주식투자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음 편지는 지난 (4월) 20일 편지에 이어서 돈 걱정 없는 은퇴를 위한 전제 조건인 경제적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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