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쉽지 않은 기업의 주가

[책갈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⑧

[아이투자 위아람 연구원]
편집자주 | 경제 경영 출판사 부크온에서 나온 책의 내용 중 예비 독자들과 공유할 만한 부분을 발췌해 연재한다. 이번 책은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를 위해선 단순히 투자 지식이 아니라, 종합적인 교양학 측면의 지식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1997년 5월 15일, 아마존Amazon.com이 상장되었다. 상장주관사에서 책정한 공모가격은 주당 18달러였다. 상장 첫날 주가는 하루에만 28%가 오른 23달러로 마감되었다. 기술주 버블의 시기였던 1999년 12월까지 주가는 주당 100달러 이상에 거래되었다. 이런 높은 주가 상승에도 당황하지 않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주가가 3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마존은 1994년 제프 베저스가 창업했다. 1년 후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인터넷상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기술주 버블과 뒤이은 폭락의 시기에, 수많은 인터넷기업들이 생겨났다 얼마 못 가 사라질 정도로 시장은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았다. 많은 신생 인터넷기업들이 상장된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2002년 10월 9일, 1999년의 최고치에서 78% 하락한 상태로 마침내 바닥에 도달했는데, 아마존은 여전히 건재했다.

당신은 투자자들이 기술주 붕괴에도 살아남은 기업에 찬사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이 기술주 폭락 후에도 여전히 심하게 고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비록 회사가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그리 오래 견디지는 못할거라고 그들은 전망했다. 2002년 말 아마존은 현금흐름의 90배에 거래되었는데, 240만 달러 적자를 보았다고 공시했다.



아마존의 주가 하락을 점치는 약세론자들은 온라인서점으로서 아마존이 오프라인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고평가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회사가 DVD, CD, 컴퓨터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가전, 의류, 가구, 장난감, 음식료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을 때도, 해당 분야의 오프라인기업들과 비교되었다. 처음에는 아마존을 반스앤노블 서점에 비교했고, 나중에는 월마트에 비교했다. 어디에 비교를 하든,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rice to earnings과 주가현금흐름비율price to cash flow은 전통적인 소매점에 비해 너무 높았다.

반대로 아마존의 주가 상승을 주장하는 강세론자들은 아마존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아마존은 반스앤노블이나 월마트가 아니라 델Dell Computer처럼 보였다. 처음에 약세론자들은 이런 비교에 경악했다. 델은 PC와 컴퓨터 관련 제품을 직판하는 유통업체였는데, 1990년대 가장 잘 나가는 주식 중에 하나였다. 1995년과 1999년 사이에 S&P500지수가 250% 오른 데 비해 델의 주가는 7,860%가 올랐다. 곧바로 약세론자들은 강세론자들이 아마존을 이미 입증된 온라인 승자기업과 비교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신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아마존을 바라보면, 사업운영 방식이 월마트보다는 델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델은 전국에 위치한 여러 배송센터에서 컴퓨터를 조립해 실어보낸다. 온라인에서 주문을 받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대규모 판매조직을 가질 필요가 없다. 아마존도 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주문을 받고, 역시 델처럼 여러 물류센터 중의 하나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실어보낸다. 고비용의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이 사업모델은 부의 운전자본(제조사와 공급업체에게 물품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고객에게 먼저 돈을 받는다)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데, 덕분에 두 회사는 모두 100%가 넘는 자본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아마존을 월마트와 비교하는 게 합당한가? 두 회사가 근본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점은 그것뿐이다. 월마트는 210만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9,500개 매장을 운영한다. 직원 1인당 대략 20만 달러의 매출을 일으킨다. 아마존은 5만 1,000명의 종업원과 69개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직원 1인당 95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킨다. 덧붙여, 월마트는 향후 5년 동안 연간 9%의 매출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데 비해, 아마존은 28%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온라인 상점들이 연휴 기간 쇼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인행사를 하는 추수감사절 다음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는 이제 한 해에 구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날이 되었다. 사이버 먼데이에 발생한 온라인 매출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3일 전부터 누적한 매출액을 압도한다.

아마존을 반스앤노블처럼 기술해야 할까? 월마트처럼 기술해야 할까? 아니면 델처럼?

만델브로가 옳았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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