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천재만 있으면 안되는 이유

[책갈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개미 행동에 매료된 존슨은 이제 인간의 집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시험하는 일에 착수했다. 존슨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무수히 많은 경로를 가진 미로를 만들었는데, 이 중 몇 개의 경로만 짧게 만들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학습단계와 적용단계,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학습단계에서, 행위자는 출구를 발견할 때까지 어떻게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지에 관한 특별한 지식없이 미로를 탐색한다. 이것은 개미가 먹이를 찾기 시작할 때 따랐던 절차와 유사하다.

적용단계에서, 행위자는 자신이 학습한 것을 적용한다. 존슨은 첫번째 단계에서 행위자들이 미로를 빠져나가는 데 평균 34.3걸음이 걸렸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12.8걸음이 걸렸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으로 집합적 해답을 찾기 위해, 존슨은 모든 개별 해답을 결합하여 적용단계에서 적용시켰다. 만약 최소 다섯 명의 행위자를 고려한다면, 그들의 집합적 해답은 개별 해답의 평균값보다 더 나았다. 미로를 빠져나가는 최단 경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20명의 행위자가 필요했다.



20명의 행위자 집단은 미로의 전체 구조를 모른 상태에서 최단 경로를 발견했으며, 이와 같은 집단적 문제해결은 시스템의 창발적 특성이다.

비록 존슨의 미로가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불과하지만, 창발적 행동을 잘 보여준다. 창발적 행동을 낳기 위해 자기조직시스템이 가져야 하는 필수적 특성을 알려준다. 바로 ‘다양성’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관련하여 각자 경험이 다른 인물들이 폭넓게 포함되어 있다면, 집합적 해답의 질이 높아진다고 존슨은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시스템이 똑똑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되면, 오히려 집합적 해답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을 존슨은 발견했다. 다양성을 갖춘 집단이 예상치 못했던 구조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존슨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이 다양한 행위자 집단으로 구성되었을 때 더 강건해질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똑똑한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경우보다 평균 지능을 가진 사람, 지능이 평균 이하인 사람, 아주 똑똑한 사람들을 모두 구성원으로 가질 때 주식시장이 더 강건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연구 결과가 다소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당일치기 매매를 일삼는 단타매매자들과 아무런 준비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아마추어 행태를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존슨이 옳다면, 거래자와 투기자, 똑똑한 사람과 바보 같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다양한 투자자들의 참여가 시장을 훨씬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

노먼 존슨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통찰은 시스템이 다양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시스템은 보통의 소음(어느 정도 거슬리고 파괴적인 행동)에 비교적 둔감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슨은 의도적으로 한 개인이 공헌한 부분의 품질을 저하시켰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참여자들이 미로에서 최단 경로를 찾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혼란의 정도를 크게 높여도, 잠깐 지체되기는 하지만, 집합적 행동은 최소 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소음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집합적 의사결정 과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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