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현명하게 사고 파는 법

[책갈피]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펀드매니저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 규모가 작고 집중화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당시에는 나는 주식 선별뿐만 아니라 거래도 직접 하곤 했다. 매수와 매도를 직접 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 트레이딩팀을 꾸리는 편이 자원 이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거래담당자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거래담당자는 자산 운용가가 언제 주식을 사고 싶어 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거래담당자라면 어떤 뉴스가 간과해선 안 될 만큼 중요하고 어떤 뉴스가 그저 ‘잡담’에 불과한지도 잘 알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나는 낚시질에 심취해왔다. 낚시에 일가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식 시장을 잊고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즐길 거리였기 때문이다. 낚시와 주식 거래는 유사하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언제 잡아당겨야 할지 언제 줄을 느슨하게 풀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매수 또는 매도 시점은 언제인지, 시장이 마음에 맞는 상태가 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는 때는 언제인지 아는 것도 주식 거래의 기술이다.



오랫동안 나는 특정 주식에 대해 시장에서 즉시 조달할 수 있는 규모 이상의 주문을 내곤 했다.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 될 때까지 사거나 팔려면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리기 일쑤다. 때문에 매수할 때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일괄 매매block(대규모 지분 매각 시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특정 주체에게 일정 분량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옮긴이) 주식이 시장에 있는지(매도할 때는 일괄 매각 주식에대한 입찰이 있는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규모가 큰 매수·매도를 가장 싸게 처리하는 방법은 거의 언제나 일괄 매매를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거래담당들은 가능한 모든 일괄 매매 거래의 가능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나는 이런 일괄 매매 물량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움직이곤 한다(예를 들어 그것이 내가 주시해야 할 기업 목록에 올려놓은 작은 회사일 경우).

우리에겐 매매 전담팀 말고도 죽의 장막 뒤에 숨어 일괄 매각 지분에 대한 우리의 처분을 도와주는 또 다른 이도 있다. 나는 특히 피델리티의 다른 자산운용가가 내놓는 일괄 매각 주식을 선호하는데, 이는 일괄 매매와 관련된 모든 거래 가운데서도 가장 싸기 때문이다(이런 일이 일어나는 한 가지 이유는 서로 다른 펀드는 서로 다른 현금 유출입을 가지고 있으며, 때때로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특정 주식을 팔 때 다른 매니저는 그것을 사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가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따라서 예를 들어 성장주 펀드가 특정 주식을 사들이는 시기에 가치주 펀드는 이를 파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극히 일부의 거래에만 한도를 설정한다. 그리고 보통 거래담당자에게 전권을 준다. 하지만 만약 주가가 3% 이상 변동하면 거래담당은 즉시 내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한도를 설정할 때는 우수리가 없는 수, 즉 딱 맞아 떨어지는 수는 피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사사오입 방식으로 사고하며 10 또는 100의 배수로 한도를 설정한다.

따라서 주식이 98펜스에 거래되면 100펜스가 될 때까지 사라고 말하고, 93펜스에 거래되면 90 펜스까지 내렸을 때 팔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우수리 없는 수의 바로 위나 아래 숫자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 경우라면 나의 매수 한도는 101펜스, 매도 한도는 89펜스가 될 것이다. 이는 특히 플레이싱 방식 주식공모(런던 증권 거래소에서 주식 대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팔고 일부만 일반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옮긴이)나 신주 발행의 경우에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도 대부분의 주문이 우수리 없는 수로 들어온다. 이런 우수리 없는 수를 피하면 특정한 거래를 내게 유리한 쪽으로 성사시킬확률이 더 높아진다.

나는 대부분의 돈을 개방형 펀드(투자자들이 날마다 돈을 보태거나 찾을 수 있어 이에 따라 총액 규모가 달라지는 펀드)로 운용한다. 큰 금액의 상환 요구를 받을 때도 펀드의 크기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환 요구에 대비해 나는 합당한 규모의 유동성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유동성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는 지분은 거래하긴 어려워도 가격 매력도는 더 높다. 이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작은 주식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내가 찾아낸 또 하나의 사실은 특정한 주가에 주식을 거래할 기회가 단 한 번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뉴스가 쏟아진 것이 아니고 여러분에게 인내심만 있다면, 최초의 흥분이 가라앉고 난 뒤에도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레그 메이슨Legg Mason 자산운용의 빌 밀러 회장은 이를 벌칙 없이 주어지는 두 번째 티샷을 의미하는 골프 용어 ‘멀리건’에 비유하였다. 즉 증시에는 ‘멀리건(실수를 만회할 기회)’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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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시가총액 상위 관심 종목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NAVER LG화학 셀트리온 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