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천재들의 실패

여러 번 읽어도 감상이 다른 책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개학도 못했지만, 올해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이 2001년생이라고 합니다. 흔히 IMF외환위기라고 부르는 1997-1998년 아시안 금융위기도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세대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마 그보다도 훨씬 더 인지도가 낮은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 소수일 것입니다.

좋은 책의 기준으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일독한 후에 다시 읽고 다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재들의 실패는 제가 대학생일 때 읽었을 때와 대학원생으로서 읽었을 때, 그리고 지금 다시 읽어보았을 때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또는 무심결에 넘겼던 사실들이 이제는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보 독자들도 수월하게 읽어내릴 수 있는 흐름과 사전지식이 필요한 난해한 내용들을 마치 뜨개질하듯이 잘 엮어놓은 느낌인데, 추천할 수 있는 독자들의 폭이 넓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익거래라는 말이 재무에서 더 이상 주석을 달 필요가 없이 쓰이기 시작한지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한국의 은행에서 파생상품/옵션부 금융상품을 팔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옛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만 하면 몇 년에 한 번씩은 꼭 금융시장에 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이와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 또는 그에 근거한 금융기법들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항상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와 그에 따른 과도한 욕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LTCM사태는 2000년대 내내 지속된 위험과 욕심, 과신을 대표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또는 가장 똑똑하다고 착각했던 사람들의 “실수”에 대해서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에도 먼저 기억에 남는 문장을 하나 소개드리면, “LTCM이 5%이상의 돈을 잃을 확률이 12%라고 계산했다. 또한 10%이상과 15%, 20%를 잃을 정확한 확률 역시 명시해 놓았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투자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확률의 계산에는 수많은 불확실한 가정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사업계획이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듯이, 투자계획 또한 투자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긋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에 대하여 세스 클라먼은 “성공적인 투자가는 100년의 홍수를 피할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점점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고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LTCM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금융리스크에 대비한 보험업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시장에 폭풍이 불지 않는다면 “유동성이 적고 전반적으로 더 위험한 채권을 소유하는 것”을 전략으로 택한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한 것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금융시장에 폭풍우가 불어닥칠 때, 얼마만큼의 보험료 청구가 밀어닥치고 결과적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올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위험의 크기를 극적으로 키워놓은 것이 차입거래(레버리지)의 문제입니다. 레버리지의 필요성이나 적정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비교적 분명한 것은 레버리지는 수익과 위험을 반드시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초자산이 무엇이고 얼마나 안전하든 간에, 레버리지만 충분히 올리면 위험한 상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손쉽습니다. 현재의 금융시장에는 이와 같이 위험이 조정된 금융상품들이 매우 흔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지는 위험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LTCM이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행동의 한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트레이더를 포함한 사람들이 항상 논리적이지는 않다.”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개발되어 나오고 있지만, 그 근간은 “미래의 위험을 과거의 가격과 변동성”을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합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천재들이 나타나 위험을 관리하고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정교한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에 근거해서 미래의 위험을 완전하게 수량화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델들이 과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몰락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블랙박스처럼 가려지고 은폐된 곳에는 가급적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대 금융시장에는 위험을 극도로 끌어올리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많고, 매니저들은 항상 고객의 돈을 위험에 걸어서 본인의 보너스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과거의 화려한 수익률을 보기에 앞서서, 그 수익률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한 상태에서 나온 수익률인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보다 훌륭한 투자자가 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영학과, 특히 재무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직접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모든 투자자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만한 책입니다. 특히 혹시 지금 서가에 이 책이 있다면, 한번쯤은 더 읽어볼 만한 책으로서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 달에 새로운 책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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