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을 먹은 남자의 후기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네 번째 서평으로 소개할 책은 가이 스파이어의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입니다.

그동안 소개했던 “천재들의 실패”나 “머니볼”에 비해서 그 팔린 양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영문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Guy_Spier)에 따르면 약 5만부 정도로 나타납니다. 전세계 판매량인지 미국 내 판매량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아도 베스트셀러로 보기는 다소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가치투자”에 어울리는 책을 꼽자면 반드시 들어갈만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여 서평을 적어봅니다.

이 책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 내용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책을 앞으로 사서 볼지 모르는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서평에서는 가급적 책 안의 내용보다는 독자로서의 감상과 재해석을 위주로 구성을 해보았습니다.

1) 시작점: 미리 보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Page 26)

2019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자칫하면 저축은행 사태를 능가하는 대규모의 손실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피해액은 1조 2,000억원 정도이지만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자산규모를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피해의 원인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물론 이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 책에서는 “상온 핵융합”과 “우주정거장 건설” 사업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 회사의 경영진은 주식을 팔아 부자가 될 수 있고, 투자은행은 주간사 보수를 받고 주식을 거래해서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업이 성공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면 우리 고객들까지도 돈을 벌게 되지요.]

아쉽게도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 다양한 제한과 제약들이 주어져 왔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입니다. 금융상품의 판매자(중개자)에 대한 보상이 고객의 투자 성공과 관련이 없는 한 앞으로도 결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모든 금융상품/투자상품을 직접 설계하거나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자(중개자)를 없애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객들 스스로가 나에게 그 상품을 파는 사람이 성과급(보너스)를 받는 기준이 “나의 이익”과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2) 중간점: 좋은 습관을 가지는 구체적인 방법 (105page)

워렌 버핏이나 찰리 멍거, 피터 린치와 같은 “책에서나” 볼 만한 위인들은 분명 놀랍게도 훌륭한 습관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특히 직장이 따로 있는) 투자자들이 하기에는 돈/시간/의지력이 모두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일부 사업은 하나만 잘해도 성공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사소한 일을 수없이 잘해야 성공한다”라고 비유하여 작고 가볍지만 현명하고 실제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든 것은 “감사편지 보내기, 훌륭한 아침 식사장소 선택, 사람들의 말 귀 기울이기, 내가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기” 등입니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는 시간이 좀 걸릴 만한 것도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 전반에 걸쳐서 나온 저자의 “작고 소박하지만 훌륭한” 습관들은 지금이라도 실천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것을 보고 사소한 것이지만 하나 정해본 것이 있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방에 남은 쓰레기는 다 들고 나오자”라는 습관을 한번 들여볼까 합니다.^^

3) 버핏과의 점심식사: 소음을 걸러내는 방법은?

버핏이 판단을 흐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그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버핏이 평소에는 휴대전화를 꺼놓으며, 이메일 주소조차 없다”라는 언급입니다. 버핏이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놓친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지만, 꼭 투자가 아니라 고시공부가 되었든 아니면 어떤 다른 준비가 되었든 간에 한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일반인들의 의지력으로는 주어진 환경과 절차를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환경과 절차를 최대한 업무에 적합하게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챕터에서 설명하겠지만 적절한 투자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투자를 수월하게 하고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4) 투자 도구: 경영진과 면담하지 말라고? (198page)

마지막으로 저자가 공개한 투자 도구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주가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다.”부터 현실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인 “사기 전에 이 종목의 주가가 곧바로 반 토막이 나서 2년 이상 보유하게 되어도 괜찮은지 생각해본다.” 등 여덟 가지의 투자도구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치투자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정말 논란이 있을 만한 원칙이 하나 있어 소개드립니다.

가이 스파이어의 세번째 원칙
:“(나는 조사하는 기업의 경영진과 면담하지 않는다.) 아무리 카리스마, 설득력, 호감이 넘치더라도 경영진을 경계하라.”

전화나 탐방이 가치투자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가치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입니다. 저자 또한 본문에서 설명하기를 “똑똑한 투자자 중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기하는 이 문제는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을 만나봐야 주식을 사야 할지 알수 있다면, 이는 심각한 적신호다. 다른 조사를 통해서 이미 명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진은 기업(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이 실제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좋지 않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기업(주주)의 이익에 나쁘다면 긍정적인 면을 과장하고 부정적인 면을 축소하는 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서, 경영자가 지금 기업이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좋은” 상황일 수도 있고, 경영자가 지금 기업이 “나쁜”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는 “훨씬 더 나쁜”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편향된 정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서 경영진을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은 다소 과도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주 나쁜” 기업과 본인의 이익에만 충실한 경영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원칙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도구를 모니시 파브라이가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몇 문장을 옮기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모두 현금화했습니다. 상황이 안정되어서 전망이 뚜렷해질 때까지 기다릴 작정입니다. /// “자네 제정신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

“비이성적 과열은 발생했다가 사라지지만 가치투자는 영원할 것이다.”

“찰리와 나는 큰 부자가 될 것으로 늘 생각했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멋진 아이디어였다. 이들은 가격도 대단히 낮았을 뿐 아니라, 확실한 촉매도 있었다. 수익력도 강한 데다가 담보가치도 높았다. 따라서 성공가능성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나는 지수선물 매도나 풋옵션 매수 등으로 위험을 헤지하지도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변동성을 줄일 수는 있지만, 장기 수익률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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