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랜드엔 '강원도의 힘'은 없다?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한 달은 지난 것 같습니다. 미국-이란간의 갈등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닙니다만, 대체로 이란이 시비를 걸고 미국이 받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먼저 드러나게 사건을 만든 것이 흥미롭습니다.

마치 이스라엘이 하는 것과 같은 접근인데, 아직까지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건을 얹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그 동안 낮은 유가로 힘들어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의 경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고, 마찬가지로 유가와 실적이 연동되는 기업들이나 전기차 업계 등에는 긍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 다룰 기업은 강원랜드입니다.

강원랜드를 고른 이유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지역 리스크에 관련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산업이나 대기업, 대기업의 실적 또는 투자가 해당 지역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예를 들자면 거제도 경기가 조선산업에 영향을 받는다든가, 울산의 경기가 자동차나 조선산업의 추이에 영향을 받는 식입니다.

다만 강원랜드의 경우 이 방향성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강원도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먼저 숫자를 통해 강원도의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Figure 1 강원도 재정자립도(%)

출처: 국가통계포털(KOMIS)

Figure 2 강원도 예산규모(2007년-2019년)

출처: 강원통계정보(http://stat.gwd.go.kr/sub/sub01_02_08_05.asp)

두 출처에서 나타나는 숫자가 조금 다르지만,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간의 예산추이를 보면, 2007년에는 4조 4,283억원이던 예산규모가 2019년에는 9조 4,122억원까지 대략 두 배 정도의 증가하였습니다.

반면, 재정자립도의 경우 하단의 자료에서는 2007년의 21.0%에서 2019년에는 15.6%로 감소하였고, 국가통계포털의 자료에서도 20%전후로 파악됩니다. 재정자립도는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 / 일반회계 예산액 *100으로 나타내는데, 대략적으로 예산의 20%정도는 도내에서 자체적으로 벌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Table 1 전국 광역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출처: 국가통계포털(KOMIS)

뒤에서부터 세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전국평균과 비교해도 절반 정도 수준이니 강원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와 같이, 강원도가 현재 상당한 수준의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이와 같은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아래의 인구수에 대한 자료를 보면 강원도의 향후 세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인구수의 경우 2018년부터 감소로 돌아섰고, 고령화율은 매년 증가하는 모양이 뚜렷합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특히 생산연령의 인구가 많을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세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Figure 3 강원도 인구추계(2007년-2018년)

출처: 강원통계정보(http://stat.gwd.go.kr/sub/sub01_02_08_05.asp)

Table 2 강원도 고령화율(2007년-2018년)

출처: 강원통계정보(http://stat.gwd.go.kr/sub/sub01_02_08_05.asp)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사업과 관련된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도 문제입니다. 특히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지속적으로 부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아래의 자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강원도개발공사의 신용등급은 현재의 AA+을 유지하기보다는 더 나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Table 3 채권내재등급 대비 신용등급 현황


문제는 이와 같은 지역의 문제가 강원랜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강원랜드의 비즈니스 특수성 때문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 11조를 적용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집니다.(2005년, 2015년에 각각 10년 연기됨)”

특히 한국의 경우 속인주의(屬人主義·한국인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한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도박을 했을 경우에도 형법 규정의 적용을 받아 처벌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한국인이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강원랜드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지역적인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10년마다 법령의 연장이 필요한데, 연장에 대해서 어떤 조건이 걸리느냐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7년의 경우 재허가의 조건으로 슬롯머신 감축, 영업시간 축소 등이 조건으로 주어졌고 이에 따라 강원랜드의 2018년, 2019년 실적은 상당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강원랜드의 최근 포괄손익계산서를 뜯어보면, 숫자적으로 강원랜드가 직접 부담하고 있는 금액은 폐광지역개발기금과 영업외비용에 묻혀 있는 200억원대의 기부금 정도입니다.

Table 4 포괄손익계산서(2019.09)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Table 5 포괄손익계산서(주석)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실제로 강원랜드가 부담하고 있는 수준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강원도가 실질적으로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향후에도 이와 같은 지역에 대한 기여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Figure 4 강원랜드 폐광기금 미납관련 이슈

출처: 강원연구원 “강원도 탄광지역 동향보고(2019.09)”

다른 기업들의 경우 이와 같은 부담이 커지면 회사를 옮길 수도 있고, 새로운 곳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경우 옮기거나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지역적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그 동안 강원랜드가 직간접적으로 강원도 지역에 투자한 대부분의 기업 또는 사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동강시스타, 하이원추추파크와 같은 사업은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래와 같이 정치적인 이슈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상황들도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비해 사외이사들의 배임에 대해서 법원의 판결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시작하고 있는 카지노머신 제조사업이나 노인요양사업 또한 하이원엔터를 통해 추진하던 그 동안의 신사업들에 비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Figure 5 오투리조트 지원관련 손해배상 기사(한겨레, 2019.05.19)


Figure 6 카지노머신 제조사업 관련기사(뉴스1, 2019.12.26)


Figure 7 태백시의회 반대에도 강원랜드 대체사업 추진(뉴스1, 2019.10.24)


현재 2020년 1월 7일 기준, 강원랜드의 시가총액은 6조 2,364억원입니다. 매년 5,000억원대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으로 크게 비싸보이지는 않습니다. 주가로 보면 29,150원으로 2019년 기록한 연저점 27,650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예상)배당수익률 측면에서도 3%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강원도와의 밀당이 필연적으로 지속될 것을 생각해보면, 선뜻 손이 가지 않기는 합니다. 인천시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각종 개발사업에 의한 재정난을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고 있어 보이는데, 강원도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0년의 한 연구에서 채권시장의 참여자들에게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강원도의 지방채 신용등급은 AA+에서 AA-사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BBB이하로 판단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문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채권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원랜드에 오랜 기간 관심을 둔 투자자로서 이번 글을 쓰면서 공기업의 특성과 상장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해충돌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강원랜드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져갈 생각이지만 앞으로 이 회사에 더 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Table 6 참고자료: 설문조사(2010년 지방자치단체 신용등급평가 설문조사)

지방자치단체 신용등급 평가표 (정부지원 가능성 포함)


지방자치단체 신용등급 평가표 (정부지원 배제)

출처: 2010년 지방채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행정안전부,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장우 교수 외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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