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워크] 알 수 없는 증시, 미국을 통해 보다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향후 주식수익률에 대한 공포를 촉발했으면서도, 결국엔 여러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도 못한 요란한 뉴스들로 2019년 4분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4분기 시작 시점에 미국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지수를 보면 생산량이 침체궤도에 들어서면서 미국 산업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장단기 금리역전으로 이미 다소간 어두한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많은 이들이 미국의 비농업부문고용지수(US Non-Farm Payrolls) 9월 발표에 관한 한 최악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데이터들이 일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경기침체를 확인해 주진 않았고, 주식시장은 앞서 제조업 쇼크로 잃었던 손실분 그 이상을 회복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생방송TV에 출연해 자신에게 불리한 탄핵대상 증거를 제시하는가 하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에 잠정적인 합의를 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와 브렉시트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의회의 지지를 받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연 영국이 ‘딜’ 브렉시트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올해 초만큼이나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 같다. 또,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로 가고 있는가?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 것인가?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낮아질 것인가?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약한가? 현재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구가하고 있지만, 향후 주식수익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브렉시트 문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 제조업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그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과거에 제조업부문은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좋은 바로미터였지만, 한 경기주기 내에서 제조업부문이 여러 개의 미니주기를 갖는 게 보통이고 따라서 경기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주기 쉽다. 현재의 제조업 둔화도 그런 잘못된 신호 중 하나 일 수 있는데, 그것은 서비스부문이 훨씬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미국 소비자들은 점점 더 대량구매를 꺼리고 있으며,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의 리스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플레이션 문제가 유럽을 괴롭히고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유럽 국가의 국채수익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다. 투자자가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특권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상황도 생산적인 상황도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이에 경계심을 보이는 것은 옳은 일이다. 또 바로 이 때문에--이런 걱정스러운(그리고 다소간 혼란스러운) 데이터들을 고려해--4분기 시작 즈음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증대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더욱 하락한 실업률과 함께 9월 발표된 비농업부문고용지수는 부진했던 제조업지수로 부각되었던 성장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임금상승률 둔화는 연방준비은행의 2% 기대 인플레이션 달성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준의 파월 의장도 고용보고서에서 나타난 임금상승률 둔화를 감안했을 때 2% 기대 인플레이션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명 현재의 경기주기 단계에서는 임금상승률과 인플레이션 모두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들로는 이런 수수께끼를 전혀 풀 수 없다.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향후 주식수익률
디플레이션은 현존하는 분명한 위험이고, 연방준비은행은 전체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건전성과 성장은 인정하면서도 디플레이션 리스크 문제를 다루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연준의 다음 정책방향이 직접적인 금리 인하보다 추가적인 자산매입(양적 완화)으로 향할지는 의심스럽다.

투자자들에게는 불행하게도, 거시적인 리스크들은 다양해 보이지만 주식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궁극적인 동인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미국 제조업부문의 성장 리스크를 줄여 줄뿐만 아니라 유럽의 성장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이 성장하면 미국으로 디플레이션이 유입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그러면 연방준비은행이 추가로 양적 완화를 단행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런데 미국 경제와 기업실적이 지금보다 강력한 성장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연방준비은행의 추가지원 전망이 향후 주식수익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인 중 하나가 된다. 결국 지금 살펴본 여러 거시적 리스크들이 주식시장의 공포에 불을 지펴서 투매를 유발할 가능성은 높지만, 이런 여러 리스크들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핵심은 미중 무역분쟁
만약 영국이 어떤 식으로든 브렉시트라는 난제를 해결하면, 이는 유럽의 성장 리스크 상당 부분을 제거하고 투자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노딜 브렉시트라 해도 투자를 재개하는 데 필요한 확실성은 제공해 줄 것이고, 보다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출 및 직접 투자를 통한 정부의 상당한 지원이 투자를 더욱 북돋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정체상태에서 성장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의 전면적인 무역분쟁에 대한 영구적인 해결에 도달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잠정적인 휴전이 현 경기주기의 마지막 국면까지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을 괴롭힐 수 있는--미중 무역분쟁이라는--문제를 부각시켜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관련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 문제가 향후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뉴스는 매우 적다. 시장이 한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성장에 대한 한 주간의 좋은 뉴스가 주식시장에는 나쁜 뉴스가 되더니, 그 다음엔 무역에 대한 좋은 뉴스가 향후 주식수익률에도 좋은 뉴스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신분열적으로 보이는 주식시장의 이런 데이터 소화 양상은 모두 경기주기(현재의 경기호황기) 후반부의 성장 둔화와 관련된 것이다. 이번 경기주기가 끝나기 전이나 정상상태를 회복하기 전에는 이런 양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상황은 정상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고, 따라서 지금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이런 잠재적인 충격(리스크)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때이다. 시간은 계속 가고 있고, 올해 말도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상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