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은왜] '주식농부' 박영옥, 자전거株 다시 한번?

'주식 농부'로 이름 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올해 들어 자전거 업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이들 기업을 매수하는 배경에 눈길이 모인다.

박 대표는 지난 6일(이하 보고서 작성 기준일) 삼천리자전거 지분을 8.59%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직전 보고서인 6월 5일 기준 7.54%에서 1.05%p 늘린 수치다. 이보다 앞선 8월 22일엔 알톤스포츠 지분을 8.91% 보유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직전 보고서인 5월 4일 5.95%에서 약 3개월 간 2.96%p 높였다.

박 대표는 두 업체와 꽤나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10년 전인 2008년 10월 9일 삼천리자전거 지분을 5% 이상(5.06%) 보유했다고 첫 공시했다. 같은 달 30일 4.84%로 줄였다가 2015년 4월 다시 5% 이상으로 늘렸다. 이후 이어진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꾸준히 확보했다. 2015년 3만원을 바라봤던 주가는 현재 6000~7000원대로 내렸다. 이 기간 박 대표 지분율은 5.32%에서 8.59%로 3.27%p 높아졌다.



알톤스포츠의 5% 이상 주주가 된 건 2013년이다. 당해 말 5.09% 보유했다고 처음 공시했으며 취득 단가는 4000원대다. 이런 가운데 이듬해 주가가 1만7000원대까지 급등하자, 고점 부근에서 4.58%로 0.51%p 낮춰 차익 실현했다. 이후 주가가 조정 받아 다시 3000~4000원대로 내린 가운데, 올해 5월부터 지분을 다시 5% 이상으로 늘렸다.



◆ 실적은 하락세.. 다른 매력있나?

두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박 대표의 매수는 바로 이해되지 않는다. 2016년부터 각 지역마다 공공자전거 사업이 확대되고, 최대 성수기인 2~3분기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자전거 수요가 급감했다.

삼천리자전거는 2015년 말 유모차, 카시트 제조사 쁘레베베를 인수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러나 실적 개선은 역부족이었다. 본업 부진에 쁘레베베 적자까지 겹쳐 2016년 영업이익이 61% 급감했다. 2017년 영업이익은 3억원(-95%)까지 줄었고, 급기야 올해 상반기엔 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알톤스포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5년부터 이어진 매출 하락세와 함께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무려 13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입지는 견조하다. 삼천리자전거는 2016년 기준 국내 자전거 시장 51%를 점유한 압도적 1위 업체다. 2위인 알톤스포츠 점유율은 11%로 1위와 격차가 크다 . 다만 OEM으로 제작된 자전거를 수입해오는 삼천리자전거와 달리, 알톤스포츠는 직접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자체 생산한다. 원가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조다. 박 대표가 선호하는 '업계 선도 기업'에 둘 다 부합한다.

실적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부분도 있다. 전기자전거는 기존에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로 진입이 불가했으나, 최근 일정 기준을 만족할 경우 통행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이와 함께 삼천리자전거는 신제품 '팬텀 시리즈'를 출시해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격은 79만원부터 232만원으로 일반 자전거에 비해 고가다. 알톤스포츠의 경우 2012년 국내 최초로 전기자전거를 선보였다. 올해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 중이며, 최근 전기자전거 체험 행사도 마련하는 등 시장 선도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수동 페달만 있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모터가 달려 있어 주행이 수월하다. 아직 보급률과 시장 규모는 낮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정보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이 연평균 5.15% 성장하며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