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추적] 신영자산, 일신방직 계속 늘려..'뚝심매수' 통할까?

신영자산운용이 일신방직 지분율을 최대주주 다음으로 높은 17%까지 확대했다. 일신방직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며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지난 3일 기준 일신방직 지분을 17.72%(42만5449주) 보유했다고 밝혔다(이하 일임계약 보유분, (특별관계자 1인 포함). 이는 직전 대비 1.9%p 늘린 수치다. 특별관계자 신영플러스안정형투자회사5(채권혼합)이 207주, 신영자산운용이 42만5242주를 갖고있다.

현재 지분율은 최대주주인 김영호 회장 다음으로 높다. 김 회장의 보유 주식수는 49만6301주, 지분율로는 20.68%다. 신영자산과 불과 약 3%p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일신방직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25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들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50.66%다. 김영호 회장과 신영자산을 제외한 5% 이상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6.91%), 김정수 사장(5.51%), 일신문화재단(5%)이 있다.



신영자산은 일신방직을 10년 넘게 관심권에 뒀다. 지난 2005년 말 처음 5% 이상 보유했다고 신규 보고한 뒤, 약 13년 간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특히 일신방직 주가가 하락세를 시작한 2015년부터 지분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7월 8.57%에서 약 3년이 지난 현재 지분율이 2배 가량 늘었다. 해당 기간 주가는 약 20만원에서 11만원 내외로,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내렸다.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계속 지분을 늘린, 그야말로 '뚝심매수'다.



신영자산은 최근 지분 확대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며 경영에 참가할 목적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가치투자 명가'란 평판처럼 신영자산은 일신방직의 자산가치와 저평가 매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일신방직에 대해 자산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라 언급했다. 1분기 말 기준 일신방직이 보유한 단기금융자산은 1768억원으로, 4일 시가총액 2844억원의 무려 62%에 해당한다. 여기에 보유한 투자부동산도 시가총액의 62% 규모다. 현금, 금융자산, 부동산을 모두 더하면 시가총액보다 2배 많은 5726억원이며, 여기서 차입금(897억원)을 제외해도 시가총액보다 33% 많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 5일 오후 2시 59분 일신방직 주가는 전일 대비 0.4% 내린 1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 시가총액(2832억원)에 1분기 실적을 반영한 PER(주가수익배수)은 13.4배, PBR(주가순자산배수)은 0.41배다. ROE(자기자본이익률)은 3.07배다. 주가가 하락하기 직전인 2015년 상반기엔 PER이 20배 내외에 형성됐다.



◆ 신영자산이 꽂힌 일신방직, 어떤 회사?

일신방직은 1951년 설립된 섬유제품 제조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은 전방, 태광산업에 이어 업계 3위로 추정된다. 자회사를 통해 투자조합운영과 화장품 판매사업 등도 한다. 매출 비중은 본업인 섬유제품이 약 75%, 자회사가 하는 화장품 사업 등이 15%다.

일신방직은 본업 외에도 알짜 사업이 탄탄하다. 자회사 비에스케이코퍼레이션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더바디샵'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 거기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에 과거 면사를 납품한 인연을 계기로 현재 합작 회사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들이 일신방직에 이른바 자금줄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일신방직 매출액은 폭발적이진 않으나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4%다. 영업이익은 사업 확장과 섬유 원재료 가격 등락으로 다소 변동을 보였다. 2013년 406억원에서 이듬해 240억원으로 감소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250억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적은 양호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1350억원, 영업이익은 19% 늘어난 73억원이다. 본업인 섬유제품 매출이 6% 증가했고, 종속회사 일신창업투자를 통한 투자조합운영 매출도 4억원에서 22억원으로 늘었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본업에서 면화가격 상승과 포트폴리오 단순화 작업, 베트남법인 효율 개선을 통해 실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올해 일부 노후설비를 가동 중단하면서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일신방직은 지난 6월 28일 광주1공장에서 생산하는 면사, 혼방사에 대해 일부 저효율 노후설비를 가동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일부 설비를 베트남 법인으로 이전한 뒤 올해 안에 가동할 예정이다.

서 연구원은 최근 바디샵, 지오다노 등 내수 브랜드 사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며, 추후 베트남 생산기지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할 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19일 기준 목표주가도 종전 대비 17% 하향한 20만원으로 제시했다.

거래량이 적은 점도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은 약 3500주로, 5000주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기관 투자자는 최근 13거래일간 일신방직 주식을 연일 순매수 중이다. 해당 기간 사들인 주식 수는 1만9283주(발행주식수의 0.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