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쌍용양회, 대한시멘트 '장착'.. 올해 이익성장 나서나

수 년에 걸친 시멘트 업계 M&A(인수·합병)가 지난해 일단락됐다. 몸집을 키운 기업들의 본격적인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시멘트를 품은 쌍용양회는 올해 성장률이 두 자릿 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2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대한시멘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시멘트 업계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2015년엔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사명을 삼표시멘트로 변경했고, 2016년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에 이어 쌍용양회 경영권(46.1%)도 사들였다.

지난해엔 M&A가 정점을 찍으며 'TOP5' 체재가 구축됐다. 2017년 6월 쌍용양회가 대한시멘트를, 7월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각각 인수했다. 시멘트 업계 마지막 매물인 한라시멘트는 아세아시멘트가 품게 됐다. 이로써 국내 시멘트 산업은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5개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 쌍용양회, 올해 이익 성장 기대.. 인수효과 나오나?

쌍용양회는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을 꾀했다. 이 때 모색한 전략 중 하나가 슬래그시멘트 시장 과점이다. 슬래그시멘트란 철광석을 정제한 슬래그(Slag)를 시멘트와 1대1로 섞은 것이다. 일반 시멘트보다 품질이 낮은 대신 가격이 10% 가량 저렴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기준 쌍용양회의 슬래그시멘트 점유율은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업계 1위인 대한시멘트와 그 자회사 대한슬래그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슬래그시멘트 시장 점유율은 39%로 2위인 아세아시멘트 점유율(18%)과 격차가 크다.

시멘트 시장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성장성이다. 건설경기 둔화와 공급과잉으로 최근 몇 년간 성장이 다소 정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에 따르면 슬래그시멘트는 원가가 싸고 아직 시멘트 시장 내 점유율이 선진국보다 낮아 성장성이 높다.

쌍용양회는 기존에 쌍용기초소재, 한국기초소재, 쌍용레미콘을 시멘트 사업 자회사로 뒀다. 쌍용기초소재와 한국기초소재는 슬래그시멘트를 만들고, 쌍용레미콘은 슬래그시멘트를 원료로 레미콘을 제조한다. 여기에 슬래그시멘트 1위 기업 대한시멘트와 슬래그시멘트 원료인 슬래그파우더 제조사 대한슬래그가 자회사로 추가됐다.

이경자 연구원은 이로써 쌍용양회가 슬래그시멘트 사업 내 수평적 통합을 이뤄 수익성 증대 기반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쌍용양회 매출액은 전년도 2조597억원 대비 27% 감소한 1조5034억원, 영업이익은 2618억원에서 4% 줄어든 2509억원이다. 대한시멘트 실적은 2017년 9월부터 재무제표에 반영된 반면, 자회사 쌍용머티리얼과 쌍용에너텍을 각각 4월과 6월 처분하면서 외형이 축소됐다.

그러나 올해는 대한시멘트 인수효과가 온기로 반영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경자 연구원은 2018년 매출액을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조6670억원, 영업이익을 10% 늘어난 2750억원으로 추정했다. 쌍용머티리얼과 쌍용에너텍 매각으로 인해 매출액은 2016년보다 19% 적지만 영업이익은 5% 많다. 또한 2019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1% 증가해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 대주주 재무구조 개선 돌입.. 배당성향 높여

자금 조달을 통해 공격적인 M&A를 단행한 시멘트 업체들은 리파이낸싱(차환)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은 22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추진 중이며, 아세아시멘트도 4000억 규모 리파이낸싱 대주단을 구성하고 있다. 리파이낸싱이란 기존 차입금의 금리, 만기 등을 조정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설정하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기존보다 낮아지면 다시 자금을 조달해 기존 대출금을 갚는 식이다. 이런 경우 일종의 '금리 갈아타기' 효과가 발생해 차입금 규모가 같아도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쌍용양회는 대한시멘트 인수 자금으로 2650억원을 투입했다. 이와 함께 2017년 3분기 말 보유 차입금은 9717억원으로 직전 분기 6494억원에서 3000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자산대비 차입금 비중은 27%, 부채비율은 88%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77%, 지분율)는 재무구조 개선이 보다 시급하다. 2016년 쌍용양회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7800억원을 외부로부터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최근 1조원 규모 리파이낸싱에 돌입했고 약 30개 금융사가 참여한 대주단 모집을 마친 상태다.

쌍용양회도 지난해 배당을 대폭 늘려 한앤컴퍼니 투자금 회수에 힘을 실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분기배당과 결산배당을 합쳐 주당 107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2016년 160원보다 910원이나 많고, 시가배당률은 1.1%에서 5.7%로 4.6%p 상승했다. 배당 총액은 2017년 연결기준 순이익의 35%인 1056억원이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배당수익으로 약 800억원을 취득한다. 이경자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높은 지분율과 인수금융 비용 부담을 고려했을 때 향후 쌍용양회의 배당성향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7일 오후 3시 16분 현재 쌍용양회 주가는 전일 대비 5.5% 오른 2만950원이다. 현재 주가에 2017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은 6.9배, 주가순자산배수(PBR)은 1.04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4.9%다. 단, PER 산정에 사용된 순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