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레이엄이 살아있다면? "비트코인, 내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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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11월과 12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누가 뭐래도 비트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급등락을 보면 ‘주식은 매우, 굉장히 안전자산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으로 투기수요들이 죄다 몰려드는 바람에 금이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들이 급락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림]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 빗썸)

위와 같이 시가총액이 이미 수백조 원에 달하고, 투자자의 수가 100만 명을 논할 정도라면 금융시장도 그 실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비트코인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다만 그 실체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또는 가치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투자자로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정부도 비트코인에 대해 공식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 금융거래로 인정할 때 여러 문제로 파생될 수 있어서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선물 거래도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이 비트코인은 아직 화폐나 기초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비트코인이 보여주는 놀라울 정도의 가격 변동성은 우려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그레이엄의 눈으로 본 비트코인'이라는 주제로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비트코인이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합당할지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그림] 벤저민 그레이엄(도서목록)


모든 가치투자자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워렌 버핏이라면,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를 최초로 정의한 사람이자, 또한 모든 가치투자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와 ‘증권분석’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치투자의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선 다시 ‘교과서’로 돌아가서, 투기와 투자의 관점에서 ‘투자’를 위한 조건들을 되짚어보려합니다. 그레이엄이 말한 가치투자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투자”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이다.’

다르게 말하면, 가격이 아무리 올라간다고 해도 “철저한 분석”이 수반되지 못하고,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면 투기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에 대해 “철저한 분석”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기존의 비트코인들에 대한 분석들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비트코인이 가져올 기술적 혁신과 혁명에 대한 분석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기술적 혁신이나 혁명을 통해, 향후 비트코인이 화폐 이상의 가치 있는 자산으로서 대접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기술의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마련입니다. 가깝게는 스마트폰과 같은 IT기술이나 글리벡 등의 신약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기술 등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과 페이스북, 암젠과 길리어드와 같은 기술적 선도기업들의 주주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평가를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적으며, 블록체인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듯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신기술의 가치는 쉽게 측정하기 어려우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에 대한 수혜를 누가 받는지는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나 네비게이션이 세상을 바꾸어놓기는 했지만, 냉장고나 네비게이션의 발명자가 누구인지, 또는 그만한 보상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은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절대 찢어지지 않는 종이이고, 비트코인 거래는 마치 그 종이로 만든 “화폐”라고 주장하는 뭔가를 거래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 찢어지지 않는 종이 기술은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걸로 만든 화폐가 다른 화폐에 비해서 더 가치가 있지는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또한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다른 화폐들이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대체재들이 쏟아져나올 경우 비트코인이 현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에 대한 분석

비트코인의 가격흐름을 분석하여 미래의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주가에 대한 기술적 분석과 흡사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가격 예측을 위한 분석은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장하는 합리적이고 철저한 분석에서 지향하는 ‘본질가치’에 대한 측정과는 거리가 먼 듯 합니다.

기술적 분석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습니다. 다만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가격”에 대한 예측은 아직까지는 의미가 적다고 보이며, 그렇다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가격에 대한 예측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 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격의 예측에 관한 분석들은 가치투자의 관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특성에 근거한 다양한 사용법에 대한 분석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화폐가치의 변화가 극심한 국가들의 경우, 가상화폐로 법정화폐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간 외환거래(환전)에 있어서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가능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들이 세계 경제(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로 미미하며, 실제로 그러한 변화가 있다고 해서 가상화폐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위의 상황은 외환관리법 위반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언제든 간에 각국 정부의 규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에서 비트코인 등에 대한 규제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객관적으로 볼 때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서 호의적인 면보다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더 크게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다른 측면을 보면, 비트코인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이 필요합니다.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안전마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안전마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의 ‘본질가치’에 대한 측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본질가치’란 시장가치와는 다르게 해당 자산이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적절한 가치를 의미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가치투자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본질가치와 시장가치 간에 차이가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이와 같은 ‘본질가치’를 측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자산이나 어떤 기관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달러나 엔, 또는 원화로 바꾸어줄 것을 보증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금이나 석유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분류하는 실물자산으로 바꾸어줄 것을 보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경우 본질가치를 측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안전마진 또한 측정할 수 없으므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트코인의 경우 주식의 배당이나 채권의 이자와 같이 스스로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폐 이외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와 같이 열 배 스무 배 더 오르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레이엄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아직 가치투자자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자산으로 보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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