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윌리엄 밀러의 'GKL'

"수익성이 뛰어난 평균 이상의 기업을 매수하라"

윌리엄 밀러는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의 매니저로 1991년부터 매년 S&P 500(미국 주가지수)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이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밀러는 사업의 미래가치에 주목해 가치투자를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윌리엄 밀러는 기업의 수익성에 주목했다. 우선 영업이익률이 해당 업종에서 평균 이상인 기업을 골랐다. 그런 다음 ROE(자기자본이익률)가 15%를 넘고, 5년간 EPS(주당순이익)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기업을 선별했다. 즉, 업종 내 경쟁력이 있고 절대적인 수익성도 좋은 기업을 찾은 것이다.

또한, 그는 배당수익률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배당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에 가까운 기업을 매수해 과도하게 고평가된 기업을 피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했다.

윌리엄 밀러의 선택 'GKL'

GKL은 밀러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23%로 업종(호텔·레스토랑·레저) 평균인 13%보다 높다.

지난 1분기 실적 기준 ROE는 20%, 지난 5년간 EPS 성장률은 연평균 15%로 모두 밀러의 투자 기준(ROE 15% 이상, EPS 성장률 10% 이상)을 만족한다. 순이익과 자본총계는 연결 지배지분 기준이다.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은 국내 최대 규모 카지노인 '세븐럭(7LUCK)카지노'를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분의 51%를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으로, 2006년에 서울 강남점, 서울 힐튼점, 부산 롯데점을 개장해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세븐럭 카지노 영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GKL의 연간 실적 추이를 보면, 2011년~2013년은 직전년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고, 2014년~2015년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신영증권 한승호 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2013년 GKL 수익성 개선의 주요 원인은 정부의 중국인 입국규제 완화다. 해당 기간 동안 정부가 중국인의 입국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며 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늘어왔고, 이에 2013년 상장 이후 최고 매출액인 5613억원도 기록했다. 중국인 방문객의 비중은 2011년 이후부터 매년마다 전년 대비 늘어왔다('11년 22.7% → '12년 27.4% → '13년 32.6% → '14년 40.4% → '15년 44.1%).



반면, 실적 악화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실적악화 요인은 일본 내 혐한 분위기 확대로 인한 방문객 수 감소다. 2012년부터 독도 등의 국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확대됐고, 이에 일본인 방문객 수가 감소했다. 2015년 일본인 방문객 수는 2012년 대비 37% 적은 39만4011명이며, 비중도 16.7%p 하락한 24.6%가 됐다.



두 번째 요인은 홀드율의 하락이다. 홀드율이란 게임이 끝난 후 실질적으로 카지노가 딴 금액의 비율로, 순매출을 드롭액(고객이 카지노에서 소유한 현금을 칩으로 바꿔서 게임에 투입한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GKL의 홀드율은 2011년 이후 매년 전년 대비 하락해왔음에도 2011년~2013년 평균 홀드율이 14.5%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다만 2014년 VIP 비중이 2013년 대비 3%p 큰 폭으로 늘어나며 홀드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고, 이에 2014년 홀드율은 2%p 하락한 12%가 돼 수익성이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 최민하 연구원에 따르면 홀드율은 기본적으로 운에 따라 변동을 보이지만, VIP 고객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고 그 외 일반고객 비중이 상승하면 홀드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같은 해(2014년) GKL이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매출액의 3.3%를 개별소비세로 부담하게 된 점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에는 중국정부의 한국 외국인 전용카지노 단속과 메르스 발병으로 매출액과 드롭액이 2014년 대비 각각 6.5%, 6.3%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GKL은 지난 8월 5일 컨센을 상회한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290억원이다(이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314억원, 순이익은 38% 증가한 256억원이다. 매출보다 이익이 더 큰폭으로 늘며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보다 6.6%p 높아진 24.3%가 됐다. 한편, 판관비에 해당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약 45억원은 2분기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이는 하반기로 이연 될 예정이다.



최근인 8일 리포트를 낸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인 VIP 방문객 감소(-12%, 전년 동기 대비)에 구조적인 홀드율 상승(+1.4%p, 전년 동기 대비)과 콤프 감소(-9%, 전년 동기 대비)에 따른 원가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콤프란 compliment의 약자로, 카지노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사나 숙식 등의 무료 서비스를 뜻한다.

이 연구원은 GKL이 이번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메르스 및 중국 VIP 모객 중단 기저효과와 일반 고객군 비중 상승의 영향이다. 올해 2분기 MASS(일반고객) 고객의 드롭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면서 그 비중이 전체 드롭액의 24%(+4.4%p, 전년 동기 대비)까지 늘어났다. 반면, VIP 고객의 드롭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6277억원을 기록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MASS 고객 비중의 상승이 안정적인 고객 믹스를 구축하게 해 콤프 비용 감소 및 구조적인 홀드율 개선세를 이어가게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 연구원이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예상한 GKL의 2016년 매출액은 5502억원(+8.8%,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1438억원(+10.6%)이다. 이는 최근 3개월간 GKL의 실적을 예상한 증권사들의 평균치보다는 각각 0.8%, 1.2% 낮은 수준이다.

GKL의 재무상태를 보면, 올해 1분기 개별 기준 부채비율은 53%로 낮고 유동비율은 245%로 높다. 차입금도 거의 없어 이자비용이 미미하다.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차입금)도 풍부하다. GKL가 보유한 순현금자산은 5042억원으로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5959억원 대비 약 32% 가량이다.

꾸준히 지급해 온 배당매력도 눈에 띈다. GKL은 최근 5년간 매년 주당 512~1217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해당 기간 평균 시가배당률과 배당성향은 각각 3.3%, 52.9%다. 다만 GKL은 최근 4년간 주당 배당금을 줄이고 있다. 만약 올해 배당금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기대할 수 있는 시가배당률은 3.22%다(전일 종가 기준).



한편, 국내 카지노 산업은 허가제로 현재 총 17개의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16개이며, 내국인 대상 카지노는 1곳으로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중 8개가 제주도에 몰려 있으며, 서울에 3개, 부산에 2개, 인천·강원·대구에 각각 1개씩 있다. 지난 2005년 GKL이 설립되며 3곳의 신규 사업장을 허가 받은 이래 새로운 업체의 진입은 없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GKL과 파라다이스가 양분한다. 시장점유율은 방문객 기준 GKL 72.3%, 파라다이스 18.7%며, 순매출액(Net Sales) 기준 GKL 45.3%, 파라다이스 50%다.



GKL의 올해 2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17.2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3.46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다. 한편, 파라다이스의 올해 2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를 반영한 PER은 25.6, PBR은 1.39, ROE는 5.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