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길리건의 대봉엘에스

길리건 "기업가치의 추세로 매수 시점을 파악해라"

제임스 길리건은 기업가치의 추세를 파악하는 투자 대가다. 밴 캠펜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운용팀과 60억달러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회사를 매 분기 지켜보며 수익을 검사한 후 기업가치의 추세가 바뀌는 굴절 시점에 주식을 매입한다. 지난 분기에 회사의 매출이 10% 줄었는데 이번 분기에 매출이 2% 감소했다면 길리건에게는 그 회사를 매수할 기회다.

길리건은 시장이 과거에 보아왔던 것들로만 주식의 가격을 매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언가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추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기업의 수익과 마진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한다.

제임스 길리건의 선택 '대봉엘에스'

제임스 길리건은 종목 선정 시 마진율과 재무건전성에 중점을 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며,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이 양수(+)인 종목을 선호한다.

대봉엘에스는 길리건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최근 ROE는 13.8%로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은 12%로 기준(100% 미만)을 넉넉히 통과한다.

지난해 연간 기준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8700만원이다. 양수(+)를 기록해 길리건 기준을 만족한다.

대봉엘에스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지만, 1분기 말 기준 재무상태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ROE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반영해 계산하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대봉엘에스는 1986년 원료의약품 제조기업으로 시작해 화장품 원료, 양어(광어 등) 사료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 매출비중은 화장품 원료 60%, 의약품 원료 30%, 어사료 10%다. 전방산업 호조로 화장품 원료 사업의 비중이 커졌다.

전일(3일)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이 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고, 영업이익이 59% 증가한 25억22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연결 지배)은 66% 늘어난 19억370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20억원을 웃돌았다. 컨센서스는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의 집계치다.

매출액은 최근 9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은 5개 분기 연속으로 각각 전년 동기비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에 올해 1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연결 실적은 매출액(621억원)과 영업이익(94억8900만원), 순이익(연결 지배, 79억2500만원)이 모두 연결 실적 발표 이래 최대치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그룹')의 중국 매출 증가가 협력사인 대봉엘에스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봉엘에스는 아모레그룹에 천연화장품 원료 등 화장품 원료를 공급한다.

대봉엘에스의 대표적인 천연화장품 원료는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개발한 '생녹차수'다. 생녹차수는 찻잎에서 피부 개선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추출해 제조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인 '이니스프리'에서 판매되는 '그린티'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다.



종속기업인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연결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45억8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고, 순이익은 56% 뛴 23억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지난해 순이익률은 50.2%에 달했다. 대봉엘에스는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 지분 83.3%를 보유하고 있다.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화장품의 효능 테스트와 임상실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기능성화장품에 대한 인증매출비중이 크다.

1분기 실적을 반영한 대봉엘에스의 주가수익배수(PER)는 18.9배다. 과거 5년 평균은 14.3배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62배,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8%다. 각각 5년 평균인 1.53배와 10.3%보다 높다.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