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로널드 뮬렌캠프의 '조선선재’

뮬렌캠프 "평균 이상의 회사에 씨앗을 뿌려라"

뮬렌캠프 앤드 컴퍼니의 설립자인 로널드 뮬렌캠프에 따르면 투자는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작물을 기르면 풍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에 맞기만 하면 어떤 규모의 회사라도 매입한다.

뮬렌캠프는 주식을 농사로, 채권을 땅으로 비유한다. 땅만 보유하는 것보다 작물을 키우 듯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좋다고 말한다. 농장에서 작물이 매달 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안겨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뮬렌캠프는 기후도 중요시한다. 투자의 기후를 파악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치투자 분석에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을 감안한 자신의 모델을 사용한다. 그는 기후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한다.

뮬렌캠프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이상의 회사를 원하며 최고도, 최악도 원하지 않는다. ROE가 25%를 넘는 최고의 회사들은 대부분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 회사들을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다른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선선재, 뮬렌캠프 기준 '만족'

뮬렌캠프는 ROE가 꾸준히 15%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여기에 주가순자산배수(PBR)가 2.5배 미만인 기업을 매수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재무 건전성을 보기 위해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지 확인한다.

조선선재는 뮬렌캠프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5년 평균 ROE는 26.1%로 기준인 15%를 넘는다. 전일(8일) 종가 기준 PBR은 1.15배로 2.5배 미만이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 20%로 기준인 '150% 미만'을 넉넉히 만족한다. 이 회사는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조선선재는 피복봉 제조사다. 피복봉은 용접시 열을 가해 금속을 접합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소재다. 건설, 기계, 화공플랜트 등 철 구조물이 필요한 산업이 주요 전방산업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선재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수익성 향상으로 영업이익을 늘린 점, 이익이 현금성 여유자산으로 쌓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 이후 이 회사 매출액은 감소세를 나타낸 반면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3분기 연환산 매출액은 673억원으로 2012년 대비 8.3%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68억원으로 2012년 대비 64% 뛴 상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3.9%에서 24.9%로 11%p 상승했다.



유형자산과 관련된 고정비 부담이 낮은 점과 원재료 비용 감소가 맞물려 수익성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조선선재의 유형자산은 97억6500만원으로 자산총계의 11.3%에 해당하고, 지난해 3분기 연환산 감가상각비는 8억4600만원으로 매출액의 1.3%에 불과하다. 매출이 감소해도 유형자산과 관련된 고정비 부담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연환산 기준 '매출 대비 종업원급여 비중'은 12.7%로 지난 2012년(9.5%) 대비 3.2%p 상승했지만, 같은기간 원재료 비중은 45%로 2012년 대비 17.1%p 내렸다. 이에 지난해 3분기 연환산 영업이익률은 24.9%로 2012년 대배 11%p 뛰었다. 원재료 매입비용의 감소가 수익성 상승에 주된 역할을 한 것이다. 원재료비는 분기보고서 주석 사항인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기록된 관련 비용('재고자산의 변동', '원재료와 상품의 매입액')을 합산해 구했다.

주요 원재료인 Y-11과 POWELD-2A의 매입가는 지난해 3분기 Kg당 808원과 813원으로 2012년 대비 각각 27%와 26% 내렸다. 조선선재는 포스코 등 제철회사에서 원재료를 매입한다. 철광석 가격 하락,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등으로 철강재 가격이 내린 점이 조선선재의 매입가 인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선재는 수익성 향상으로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을 현금성자산으로 쌓고 있다. 이 회사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총차입금)은 지난 2011년 말 양수(+)로 전환한 후 증가세를 지속해 지난해 3분기 말 51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분기 말 순현금자산은 전일 시가총액(850억원)의 60%에 해당한다.



다만 현금성자산의 증가는 ROE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ROE는 '순이익률(순이익/매출액) x 자산회전율(매출액/자산총계) x 레버리지(자산총계/자본총계)'로 계산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연환산 기준 조선선재의 순이익률은 21.2%, 자산회전율은 0.78배, 레버리지는 1.2배다. 최근 순이익률은 2010년 대비 6.8%p 상승했지만, 자산회전율은 2010년 1.8배에서 최근 0.78배로 낮아졌다. 이에 최근 ROE는 19.9%로 5년 평균(26.1%) 대비 6.2%p 하락한 상태다. 신규 사업 투자, 배당과 자사주 매입 실시 등으로 여유자산을 활용한다면 ROE가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연환산 실적과 전일 종가 기준 조선선재의 주가수익배수(PER)는 5.9배다. 5년 평균 PER은 5.6배다. 현재 PBR은 1.19배, 최근 ROE는 19.9%다. 각각 5년 평균인 1.29배와 26.1%보다 낮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