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삼정펄프'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치투자자이다. 좋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개 ~ 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슐로스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 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2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버핏의 방법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삼정펄프, 월터 슐로스 종목 선정 기준 '만족'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삼정펄프는 슐로스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이다. 올해 3분기 말 자본총계 기준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58배로 0.8배를 밑돌고, 순운전자본은 698억원으로 시가총액(922억원)의 76%에 해당한다. 주가와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 기준이다. 유동비율은 412%로 200%를 초과하고, 부채비율은 19%로 100% 미만이다.

삼정펄프는 1974년 설립된 위생용지 제조업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비중은 화장지 원지 68%, 완제품 22%, 기타 상품 9%이다.

매출비중이 가장 큰 화장지 원지는 화장지, 티슈, 키친타올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이다. 삼정펄프의 화장지 원지는 동방제지 등 중소 가공업체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후 빌딩관리업체와 대리점 등에 주로 납품된다. 유한킴벌리 등 대형 사업자는 원지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지 원지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삼정펄프는 화장지 원지에서 완제품으로 사업 영업을 확대했다. 현재 'Living' 브랜드로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슈를 판매한다.

삼정펄프의 수익성은 지난 2012년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수익성 부진의 이유였던 감가상각비와 판매량 측면에서 소폭이나마 개선이 이뤄져 향후 회복세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2년 10.6%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기준 4.3%를 기록해 2012년에 비해 6.3%p 내린 상태이다.



설비투자로 감가상각비가 늘어난 반면 경쟁 심화로 판매량이 감소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연환산 감가상각비는 85억원으로 지난 2012년에 비해 60%(32억원) 늘었다. 반면 화장지원지의 내수 판매량은 올 3분기 연환산 기준 10만3136톤으로 2012년에 비해 11% 줄었다.

다만 올 들어 감가상각비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판매량은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감가상각비는 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반면 화장지원지 내수 판매량은 8만124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감가상각비가 감소세로 전환한 만큼 추가적인 유형자산투자가 없다면 화장지원지의 판매량 회복 여부가 향후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펄프의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총 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4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 시가총액의 51%에 해당한다. 현금성 여유자산이 회사 시장가치의 절반을 넘는다는 의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상장 이후 매년 배당금을 지급했다. 주당 배당금은 최근 2년간 매년 1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과 전일 종가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2.7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