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손실..재무제표 징후는?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손실 은폐 의혹으로 15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20일 오전 9시 7분 현재 주가는 전일 대비 2.6% 내린 7770원으로, 15일 종가 대비 11% 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 검토에 착수했다. 2조원대의 누적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손실 은폐 여부 등은 전문가들도 알아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재무제표의 주요 항목들을 눈여겨 본다면, 손실 은폐까진 아니지만, 일반투자자들도 위험이 높은 기업을 미리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재무제표 항목을 살피며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자.

▷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

우선 손익계산서부터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다른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과 비교해보면 다른 두 회사 모두 2014년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가 있었으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었다.

[표] 조선 Big 3의 최근 영업이익 추이(연결기준)


(자료 :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 현금흐름 영업(-), 투자(-), 재무(+)..일단 주의

현금흐름표는 어떨까? 먼저 부호만 보면 201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이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꾸준하게 흑자를 기록했으나 정작 영업활동에서는 현금 유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7천억원의 현금유출이 있었다. 이렇게 모자라는 현금은 재무활동 즉 차입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상징후가 있는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영업이익이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큰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더 커야 정상이다. 영업이익은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이익이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과도하게 크거나, 영업이익은 (+),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인 기업은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 대우조선해양의 현금흐름표(연결기준)

(자료 :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 현금 대신 미청구자산 늘어나

재무제표는 대차평균의 원리에 따라 작성된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과 일치한다는 것이 대차평균의 원리다(자산 = 부채 + 자본). 지금까지 살펴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차입금으로 계속 자금을 조달하면서(부채의 증가), 영업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어 이익잉여금으로 쌓였다(자본의 증가). 자본과 부채가 모두 늘었으니, 그만큼 자산도 늘어야 한다. 그런데 이익이 쌓이고, 차입금을 빌렸음에도 자산항목에서 현금은 계속 감소했다.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그림] 대차평균의 원리 - 대우조선해양

(자료: 아이투자)

[표] 대우조선해양 현금및현금성자산, 당기순이익, 자산총계(연결기준)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재무상태표를 보면 미청구공사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에는 총자산의 26%를 차지했으나, 2015년 1분기 현재 총자산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차입금(부채)과 이익잉여금(자본)이 부채와 자본에서 증가하는 동안, 자산에서는 '미청구공사'가 증가했던 것이다.

[표]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금액과 자산총계 대비 비율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 미청구공사는 매출청구가 대금지급 일정보다 빠를 때 발생

미청구공사는 왜 발생할까? 조선업은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제품을 만든다. 이에 제작기간 동안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한다. 매출로 인식된 금액은 발주처에 현금으로 청구해야 하는데 이때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바로 미청구공사다. 다시 말해, 매출인식 시점이 공사금액 청구시점보다 빠를 때 미청구공사 금액이 발생한다.

따라서 미청구공사가 과도하다는 것은 매출을 너무 빠르게 인식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총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은 2015년 1분기말 현재 44%로 14%인 현대중공업, 32%인 삼성중공업과 비교해도 높은 비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매출로 기록했는데, 아직 현금을 받긴 어려운 매출이 많았다는 뜻이다.

[표] 조선 Big 3의 자산총액 대비 미청구공사비율(연결기준)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매출인식의 기준이 되는 진행률은 일반적으로 예정원가와 발생원가를 이용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배를 1척 만든다면, 만드는 데 필요한 총 원가를 ‘추정’해서 분모로 하고 당기에 발생한 원가를 분자로 계산해서 진행률을 구한다(진행률 = 누적발생원가 ÷ 예정원가). 총 비용이 1000억원 예상되는 데, 이번 분기에 300억원을 지출했다면 진행률은 30%로 나오는 식이다.

진행률 산정시 중요한 것은 예정원가다. 예정원가는 처음 주문을 받은 시점(=수주할 때)부터 추정하는데, 만약 처음에 예상했던 원가 보다 더 많이 비용이 들 것 같다면 예정원가를 늘려야 한다. 예정원가가 커지면 진행률 계산시 분모가 커져 진행률은 낮아지고, 진행률이 낮아지면 인식되는 매출도 감소한다.

만약 더 많은 비용이 들 것 같은데도(=예정원가가 늘어났는데도), 진행률 계산시 반영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진행률이 크게 계산된다. 이로 인해 매출액도 많이 인식되고, 대금 지급 스케줄과의 차이만큼 미청구공사도 늘어난다.

[그림] 예정원가 상승시 영향

(자료: 아이투자)

▷ 부실기업 피하려면? 이익이 현금으로 회수되는지 잘 살펴야

손실 은폐 의혹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통해 투자자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 지 살펴봤다. 이처럼 재무제표를 볼 때는 이익이 현금으로 잘 들어오는 지도 살펴야 한다. 이익이 늘었는데도 현금은 늘지 않는다면, 다른 자산항목(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미청구공사)으로 재무상태표에 반영될 것이다. 이익 대신 반영된 이 자산이 결국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는다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매출채권회전일수 등을 통해 이익과 현금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회사의 추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진행률이 대표적인 예다.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추정하기 때문에, 진행률 계산시 회사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미청구공사 비중과 추이를 점검해 늘고 있는 기업을 피한다면, 역시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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