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나이그렌의 선택 '세아특수강'

윌리엄 나이그렌은 1996년부터 오크마크 펀드의 매니저로 활약해온 가치투자자다. 나이그렌은 수많은 저평가 주식을 발굴해 S&P 500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둬왔다. H&R블록(세무 대행), 토이저러스(장난감 판매), 리버티 미디어(케이블 미디어) 등 10루타 종목들이 나이그렌의 손을 거쳤다.

나이그렌은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주식, 동종 산업의 다른 회사에 비해 주가수익배수(PER)가 낮은 주식 등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았다. 종목을 매수한 뒤에는 엄격한 매도기준을 적용해서 주가가 내재가치의 90%가 되면 팔아 높은 수익을 유지했다.

윌리엄 나이그렌의 선택 '세아특수강'

윌리엄 나이그렌의 종목 선정 기준은 PER이 업종 평균보다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이며 배당수익률이 3% 이상인 종목이다.

세아특수강은 윌리엄 나이그렌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종목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실적 기준(최근 4분기 실적 합산) PER은 6.3배로 철강업종 평균인 35.7배보다 낮다. 업종 내 47개 종목 가운데 14개 종목이 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평균 PER이 높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순이익과 1분기 말 자본총계로 계산한 이 회사의 ROE는 10.8%로 10% 이상이며, 지난해 주당 배당금과 전일 종가로 계산한 배당수익률 3.73%로 3%를 웃돈다.

세아특수강은 냉간압조용선재와 마봉강을 만드는 철강업체다. 해당 제품들은 자동차, 전자, 산업기계,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에 공급되는 기초소재이다. 세아특수강의 주요 전방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다.

냉간압조용선재는 철강사에서 구입한 특수강 선재를 가공해 만든 강선으로 볼트, 너트, 작은 나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봉강은 선재를 가공해 봉(Bar) 형태로 만든 것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세아특수강의 올해 1분기 내수시장 점유율은 냉간압조용선재 41%, 봉강 43%이다. 세아특수강은 주요 원재료인 선재(Wire Rod)를 포스코에서 주로 매입한다.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별도 기준 실적은 매출액이 1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고, 영업이익이 24% 감소해 9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연결 지배지분)은 30% 줄어든 63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총 판매량은 13만109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지만, 판매가는 톤당 평균 138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내렸다. 현대차그룹의 특수강 시장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가 판매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세아특수강은 국내 특수강 업계에서 거의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특수강 진입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현대제철은 2016년 1월 상용화를 목표로 100만톤 규모(봉강 60만톤, 선재 40만톤)의 특수강 설비를 건설 중이다. 또한, 세아특수강의 경쟁사인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을 지난 2월 인수해 하공정 생산라인을 확보했다.

현대종합특수강은 올해도 수소로 3기를 추가 도입해 냉간압조용선재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3만톤 증가한 27만톤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현대종합특수강이 그룹 네트워크의 이점을 살려 세아특수강의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용 특수강 비중이 70%에 이르는 세아특수강은 향후 매출처 다변화에 힘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세아그룹은 현대차그룹의 특수강 시장 진입에 대응해 제품 다각화와 매출처 다변화를 함께 추진 중이다.  세아특수강의 관계사인 세아베스틸은 지난 3월 세아창원특수강(구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마무리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는 탄소강에 치우친 제품 비중을 스테인리스강으로 다각화해 향후 현대차그룹 물량 감소에 대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세아그룹은 글로벌 공급선 다변화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독일 등 고급 차량으로 수출을 늘리고, 건설·기계·조선산업으로의 공급을 늘려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