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우양에이치씨, 흑자부도..왜?

그레이엄은 투자자의 진정한 리스크는 '투자한 자금의 영구적인 손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매년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보였던 우양에이치씨의 이번 부도는 투자자가 그레이엄이 언급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기업을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지난 4일 코스닥 상장사 우양에이치씨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이후 정리매매를 거쳐 17일 상장폐지됐다. 우양에이치씨는 ‘13년 상반기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던 기업이라 충격을 받은 투자자도 많았다.

관련 공시를 보면, 우양에이치씨는 약 127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 투자자를 더욱 갸우뚱하게 하는 것은 우양에이치씨가 ‘03년부터 한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속 흑자를 내오던 기업인데 갑작스럽게 부도가 발생한, 이른바 '흑자부도'에 해당했던 것이다.

우양에이치씨의 재무제표를 통해 앞으로 투자자가 이러한 사례를 어떻게 미리 대비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우선 살필 것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다. 부도는 이익보다는 '현금'이 부족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14년 3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은 116억원으로 유동자산의 5%에 불과했다(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은 현금 또는 취득일로부터의 만기가 3개월 이내인 금융자산 등이다). 대부분의 유동자산은 미청구공사항목으로 계상돼 있다. 미청구공사금액이 1600억원대로 이는 3분기 매출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표] 우양에이치씨 유동자산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미청구공사는 무엇일까? 잠시 궁금증은 뒤로 하고,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주석사항 중 차입금 현황을 보면 만기별로 차입금을 구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주석을 보면 1년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1125억원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125억원의 차입금 외에 매입채무 242억원, 미지급금 298억원을 반영하면 1년이내에 1665억원의 현금이 지출될 예정임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가용한 현금가능액이 116억과 비교하면 1년 내 지출될 금액의 10%도 안되는 현금을 갖고 있던 셈이다.

[표] 우양에이치씨 만기별 차입금현황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유동자산은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 유동부채는 1년 내 현금으로 나가야할 금액이다. 따라서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적더라도, 유동자산의 대부분(70%)을 차지하는 미청구공사 금액이 현금으로 잘 전환됐다면, 우양에이치씨가 부도에 이를 가능성도 한층 줄었을 것이다.

그럼 미청구공사는 무엇일까? 미청구공사는 건설형 공사계약을 회계처리할 때 나타나는 계정이다. 보통 건설형 공사계약의 수익인식은 진행기준으로 한다. 건설형 공사계약의 경우 건설 기간이 보통 1년 이상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므로 건설이 완료가 되지 않아도 결산시점까지의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익을 인식한다.

매출은 진행기준에 맞춰서 인식하지만 매출채권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대금스케쥴이 있고, 스케쥴에 따라 청구하면서 매출채권으로 인식한다. 매출은 공사진행률에 따라, 청구는 대금지급 스케쥴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보통 매출인식액과 청구액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차이로 인해 등장하는 계정이 미청구공사와 초과청구공사다.

예를 들어 총 계약금액 100억원, 공사완료까지 3년 걸리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대금은 첫해에 30%, 두번째 해에 30%, 마지막해에 40%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했다. 첫해에 공사를 40%정도 진행했다고 하자. 이 경우 매출은 진행기준에 따라 40억원(=100억원 x 40%)을 인식하고 받기로 한 금액 30억원(=100억 x 30%)을 매출채권으로 계상한다. 그리고 매출인식액과 매출채권금액의 차이금액을 자산 항목에 미청구공사계정으로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즉, 미청구공사란 매출액으로 인식은 했으나 아직 대금청구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청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순서상 매출채권을 다 회수한 다음에야 받을 수 있는 공사비가 되는 셈이다.

* 반대로 20%만 진행이 된 경우 부채항목으로 10억원을 초과청구공사 항목을 기록하게 된다.

[그림] 미청구공사와 초과청구공사

(자료: 아이투자)

우양에이치의 경우 미청구공사 금액과 매출액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14년 3분기 매출액이 1697억원인데 미청구공사로 1675억원이 계상돼 있다. 대부분의 매출액이 대금을 지급받는 스케쥴에 앞서 재무제표에 반영된 것이다. 이 경우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대금지급은 스케쥴에 따라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3분기 재무제표에서도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예상하는 힌트가 된다.

[표] 우양에이치씨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매출이 대부분 미청구공사로 잡히다 보니, 매출이 발생해 이익이 기록되더라도, 대금을 받지 못해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14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현금흐름표를 점검해 보면 당기순이익은 지난 3년간 매년 흑자를 냈지만, 영업활동에서 3년간 거의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기업운영 등에 필요한 현금은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했음을 알 수 있다.

[표] 우양에이치씨 활동별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

(자료: 아이투자, 사업보고서)

한편 우양에이치씨는 5일 분식회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청에 대해, 수익인식과 관련하여 수익인식 방법 중 일부에서 오류가 발생했음을 발견했으며, 현재는 수익인식 방법에 있어 추가 오류여부 및 규모를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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