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올해 주식거래일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많이 추워졌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않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돈 없고 힘 없는 분들이 덜 고생하겠죠.
눈 올때마다 길에 눈 치우는 분은
청소부 아저씨들, 가게에서 심부름 하시는 분들이지
힘쎄고 돈 많은 분들은 아니죠.
올해는 경제도 어렵고 해서 그런지
유난히도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거리에 캐롤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상해다고 생각했더니
저작권 문제로 길거리에 캐롤을 못 틀게 한다는 군요.
점점 인심이 각박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제게 가장 기억이 남는 사건은 2월에 일어났던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입니다.
식당에서 허드렛일 하며 당뇨병을 앓던 첫째 딸(35세)과 신용불량자가 된 막내 딸(32세)을 데리고 살던
60세 아주머니가 사고를 당해 다쳐 그나마 작은 수입도 끊겨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자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한 사건이지요.
세 사람이 저세상으로 가면서 마지막으로 흰 봉투에 남긴 것은 집세와 전기세가 담긴 70만원.
아마 세 사람의 전 재산이었을 겁니다.
주식 계좌에서 하루동안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돈 밖에 안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목숨이 달린 \'돈\' 일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저는 한 해 동안 사이버공간에서 수익을 올려 생활비에 보태 편하게 먹고 살고
수익률이 좀 떨어졌다고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고 했었는데
뼈 빠지게 일하고도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자살하는 이웃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해봅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생일이자
가족들과 이웃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뜻 깊은 날이죠.
금년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별로 벌지 못했고
매일 매일 돈을 쫓으며 살았지만
내가 \'돈의 노예\'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지 않은 돈이지만 세 모녀가 남기고간 돈의 세배 만큼
크리스마스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려 합니다.
12월에 제게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은
제게 기부를 가르쳐준 \'그녀\'와의 재이별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15년만에 전화를 해 온 그녀를
지난 1월 스위스에서 다시 만났었는데
얼마전 다시 전화를 해왔더군요. 남편을 따라 중동으로 간다고.
두 사람 사무실이 근처에 있는 관계로 지난주 회사 부근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둘 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터라. 그녀가 올해 큰 수익을 올린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제가 올해 수익을 올린 비츠로셀, 풀무원 등 주식 이야기도 하고
애들 학교 이야기, 회사 동료들 이야기를 하면서 한 시간이 후닥 지나갔습니다.
근데 그녀를 볼 때마다 뭐랄까 제 마음이 설레고
저와 애기할 때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면서
아직도 서로 끌리는 것을 느꼈지만 두 사람 다 애써 태연하게 식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로 친다면 \'화양연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
그리고 15년전 같이 갔었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말했습니다.
\"너랑 오랬동안 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인연의 끈으로 서로 이어져있었던 같아.
중동으로 가면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 흰머리가 더 많이 나있겠지?\"
\"오빠 그동안 많이 도와줘서 고마워요. 잘 지내세요\"
카폐를 나와서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힘껏 손을 흔들었습니다.
\"잘 가\" (젊은날의 추억들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기억들아, 훨훨 새 처럼 날아가렴!)
앞으로 제가 그녀를 다시 만나자고 하면 그녀가 만나줄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중동으로 떠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한 손은 와이프를 잡고, 다른 한손은 애들 손을 잡고 막내를 업고 걸어가야하는 40대라는 나이는
내 감정대로 사는 20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애들의 크리스마스 연극을 같이보고
목요일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러갈까합니다.
은혜롭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기원합니다.
PS. 그런데 주식투자 까페에 이런 잡설을 늘어놔서 방장님이 화내실지도 모르겠군요. 널리 이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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