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투자자의 덕목 - 유연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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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에 유연한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원칙을 준수하되 고집을 부려선 안된다. 나의 판단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는 말을 전제 하에 두고 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지금의 사고방식을 가지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변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알아가려고 할 때 "한번 봐서는 모른다."라고 하나 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3번의 큰 변화를 겪었던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군대에 있었을 때 입니다.

저는 이등병 시절 거의 "고문관"이었습니다. 고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그런 신병이었죠. 성실하지도 않고, 틈만 나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후송(=병원 진찰 혹은 입원)을 밥 먹듯이 다녔습니다. 내무반 내에서도 신병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굳은 일은 하지않고 어영부영 고참처럼 서성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군 복무는 인생의 일순간 고통을 받는 곳일 뿐이다. 이 곳에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많은 가능성을 잃고 나갈 뿐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탕으로 깔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에 근거한 행동은 조직 속에 녹아들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자 새로운 세상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어차피 남들처럼 병장 때까지 이 짓(?)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일만이라도 성실하게 임하자...."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두어 달 가량 지났을 때였습니다. 평소 말없이 지켜보던 고참 한 명이 저에게 그러는 겁니다. "요즘 청소하는 사람은 너 밖에 안 보인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금처럼만 해라." 라고 말입니다.

그 날 저녁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없이 성실히 임하면 결국엔 남들이 알아주는구나...하는 깊은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먹기에 따라 동일한 사안이 동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깨달음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론을 이론만으로 가지지않고 직접 실천함으로써 제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였던 겁니다.

두번째는 북경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유학할 당시 본의아니게 큰 사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깡패한테 칼에 찔려 병원으로 실려갔고 4시간의 수술 끝에 겨우 살아났습니다. 수술 받는 동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아주 짧은 시간(3~40초?) 제가 살아왔던 기억이 휙~하고 스쳐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느낌은 "나 여기서 죽는구나..."하는 것이였구요.

사람은 쉽게 안 죽습니다. ^^ 영화 친구의 장면처럼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이 정도가 아니라면 쉽게 죽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알려야 하는지, 알린다면 나로인해 피해를 입을 사람이 혹시라도 있는지, 병원비는 어찌 처리해야 하는지, 뒷처리를 위해 만나야 할 사람은 누가 있는지 등등

하지만 병원에서 3일 만에 퇴원했고 다음날 바로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습니다. 병원비며 제반 비용은 모두 제가 부담했습니다. 당시에 느꼈던 배신감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시험에 합격한 후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저는 제 가치관과 세상에 대한 사고방식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였다는 느낌을 받은겁니다. 흐르는 눈물을 침을 삼키며 참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당시 저를 옆에서 간호해주던 친구녀석은 제가 "알을 깨고 나오려 한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찾아온 두번째의 변화는 기둥은 그대로이되 잔가지를 더욱 좋은 모습으로 다듬어내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세번째는 지난 2007년 3월에 찾아왔습니다. 40살이 되어서야 제가 가장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발견했던겁니다. 바로 가치투자를 알게 된 것이 그것이죠.

제가 2001년 한 때 잠깐 주식투자를 한 적 있었는데, 당시 5천만 원을 4개월 만에 4백만 원으로 만들었더랬습니다. 그 뒤로 주식시장을 처다보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상기의 책들을 3번, 4번 반복해 읽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주식투자에 대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저의 근본적인 오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구요. 저는 성격이 조금 낙천적인 편인데, 이즈음에 낙천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으로 발전된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이론을 실전투자에 적용시키며 증명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판단을 실천에 옮기면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과 겸손함을 함께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깊은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구요. 제가 가정에, 사회에, 국가에, 세계에, 인류에 어떻게 하면 미약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성찰을 갖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주식투자는 이제 저의 취미이자, 특기이자, 긍지이자, 자신감과 당당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주식투자에 성공합니다. 저 역시 유연한 사고를 가지려 애쓰며 노력하는 편입니다. 본성이나 천성같은 기둥은 변하기 어렵지만 그 위에 뻗어있는 잔가지들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