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AI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 일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회사 내부자가 지분을 팔아 대규모 차익을 남겨 화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이-글벳의 최대주주인 강승조 회장과 친인척은 회사 주식 39만8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일은 지난달 28일(변동일 기준)이며 평균 매도 단가는 9375원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6.7%에서 41.2%로 5.5%P 감소했다.

이에 앞서 동원수산의 최대주주 일가도 보유 지분을 대거 팔아 치웠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왕기철 대표 및 친인척은 회사 주식 26만5200주를 장내 매도했다. 발행주식수의 무려 7.0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처분일은 지난달 20~22일이며, 평균 매도 단가는 1만3350원이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테마로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17일 전북 고창의 한 농가에서 고병원성 AI로 의심되는 오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백신·수산주는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글벳과 동원수산 주가 역시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백신·수산주는 AI 수혜주로 분류된다. AI가 발생하면 백신 수요가 늘고, 닭고기 대체 수요가 수산물에 집중된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이와 다르다. 지난 10년간 AI는 총 4번 발생했지만, 수산주와 백신주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아이투자는 지난달 21일 AI가 백신·수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 바로가기: [분석] 백신·수산株, 과연 AI 수혜주?

두 회사의 내부자는 AI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자 주식 처분에 나섰다. 우선, 동원수산 주가가 이틀 만에 30% 넘게 오르자 내부자는 보유 지분을 대거 팔아치웠다. AI 발생 전인 16일 종가가 1만350원이고 동원수산 내부자가 주당 1만3350원에 팔아치운 것을 감안하면, 4일만에 29%의 수익 증가분을 거둔 셈이다. 매도 지분이 7.07%으로 수익 증가분은 7억9500만원에 달한다.

이-글벳 최대주주 일가는 더 큰 수익을 냈다. 내부자의 평균 매도가는 주당 9375원으로 지난 16일 종가 대비 78% 높다. 매도 규모가 39만여주임을 감안하면 이 기간 수익 증가분은 16억원을 넘는다.

한편 전일 종가 기준 이-글벳의 주가수익배수(PER)는 66.2배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89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3%다. 동원수산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해 PER 산정이 불가능하다. PBR은 1.02배를 기록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