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가치 투자자? 알고보면 '열정' 투자자

새로운 책이 한권 나왔습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모 경제지에서는 '서울대생, 10년만에 1.5조 굴리는 큰손 된 비결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던데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없습니다.

저자인 최준철,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가 애초 이 책을 쓴 목적이 전작인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이나 '가치투자가 쉬워지는 V차트' 류 같은 본격적인 투자지침서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저 담담히 자신들이 걸어왔던 10년의 여정을 남기는데 의미가 있었던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현재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화보가 등장하기도 하고, 마치 걸어왔던 길의 이정표를 보듯 큼지막한 수치들이 곧잘 나타납니다. 책은 그래서 일견 사보집 같기도 하고, 홍보용 브로셔 같기도 합니다. 당연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까닭에 일반 단행본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열정: 가치투자 10년의 기록(최준철, 김민국 지음)

책을 쓴 목적도 그러하고, 책의 외양도 그러하다보니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그들의 생생한 투자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만약 그런 목적이 강하다면 차라리 주말에 대형 서점에 나가 쓱 몇장 넘겨보다보면 원하는 대목 일부에 만족하셔도 될 성싶습니다. 책값이 아주 싼 것도 아닌 탓이죠.

사실 아이투자의 부크온은 이번 책의 판매만 대행하고 있습니다. 편집이며 인쇄며 책은 저자 쪽에서 다 만들었는데, 혹시라도 이 책을 꼭 구매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마니아'가 있다면 그 분들의 편의를 위해 서점에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만을 합니다. (현재는 아이투자를 한국투자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은 이 두 저자가 인터넷 세상에 아이투자를 만든 주인공이라는 인연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광고도 하지 않고,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요란하게 알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 책은 멘토에게 듣는 투자 지침서를 기대했다면 미흡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미덕이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계보에다, 성과로 증명된 가치투자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 비해 국내에는 여전히 투기적 시각이 강하던 10년전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며 야심차게 뛰어든 두 젊은이의 생생한 10년사를 돌아보는 재미가 솔솔하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는 흔히 소수의 투자법이라 외롭고 고독한 길이라고 합니다. 그 길을 먼저 걷고 성공을 증명해낸 사람들의 발자취가 담긴 이 책은 앞으로도 여전히 외로운 가치투자의 길을 가야하는 사람들에게 어두운 밤길 손전등이나 말벗 역할 정도는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투자도 이 책의 두 저자가 그러했듯이, 뚜벅뚜벅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