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한국밸류, 삼성전자 투자...배경은?

가치주 운용사로 알려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이 삼성전자를 대거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펀드투자자에게 송부된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의 2분기(2013.4.18~2013.07.17)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은 20%에 이릅니다. 평가액은 2032억으로 비중이 두번 째로 높은 KT의 평가액 657억원 3배가 넘습니다.

사실 가치투자자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이례적인 것입니다.

IT산업은 '졸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실적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 미래에도 계속 그러할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현재 주가 수준이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미래 업황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 한다라……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렇다면 가치투자 철학에 기초해 자산을 운용한다는 한국밸류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편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011년이었던가요? 워렌 버핏이 IBM에 투자하면서 가치투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는데요, 한국밸류의 이번 삼성전자 투자는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사실 가치투자자가 IT주를 꺼리는 것은 이익의 변동성이 커기 때문이지, IT주라는 그 이름 자체 때문은 아닙니다. 따라서 IT주도 일반적인 가치주의 특징인 이익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인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싸다 비싸다를 판단 할 수 있는 것이겠죠.

한국밸류는 삼성전자가 TV,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면서 단순히 변동성이 큰 IT주가 아니라,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외부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투자는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역발상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존 템플턴은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죽는다.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바우포스트 그룹을 이끄는 가치투자의 대가 세스 클라만도 '가치투자는 본질적으로 역발상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대중이 선호하는 증권은 낙관적인 기대로 가격이 상승해 있고, 이런 낙관적인 시각이 가득찬 산업에서 훌륭한 기업은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오른 덕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연초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가 우려된다는 시각이 반영되면서, 미국의 애플사가 그랬던 것처럼 실적을 계속 늘어나는데 반대로 주가는 조정을 받는 국면이 펼쳐진 것입니다.

존 템플턴과 세스 클라만의 말에 따르면, 개별 주식의 가치에 상관 없이 주가가 오해 혹은 과도한 우려로 약세를 보인다면 좋은 매수 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와 '과도한 우려'입니다. 투자 대상이 가치가 없다면, 과도한 우려나 오해라는 말 차제가 성립이 되지 않겠지요. 현재 시장의 판단이 옳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한 자산운용사가 아무리 가치투자 철학을 강조해도 정말 그 운용사가 가치투자 철학에서만 움직이는지, 운용사 내부 사정상 다른 방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가치주 운용사로 알려진 한국밸류이기에 가치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투자 결정을 해석하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과연 한국밸류의 삼성전자 투자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참으로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