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분석] 에버다임, '독야청청'...호실적 비결은?

건설기계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에버다임만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건설기계 부품업체인 동양기전, 진성티이씨, 흥국 등은 모두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에버다임은 달랐다. 매출액은 7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29% 늘었다. 자회사 손익을 반영한 순이익은 96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 에버다임, 다각화 된 제품과 매출처가 성장의 비결

에버다임의 실적 개선 비결은 한마디로 '다각화'다. 이 회사는 건설장비를 포함해 특수차량, 드릴, 중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이는 특정 사업부의 업황이 안좋더라도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상반기 기준 제품별 매출 비중은 건설기계 28%, 특수차량 43%, 드릴 7%, 중장비 22%다.

금번 2분기엔 특수차량 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기계 부문의 2분기 매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특수차량 매출은 3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나 늘었다.

특수차량 중에서도 콘크리트 펌프카의 판매 호조가 돋보였다. 콘크리트 펌프카는 고층건물의 건축작업에 필요한 콘크리트믹스를 높은 압력을 이용해 고층까지 송출하는 기계다. 최근 신흥국들이 고층 빌딩을 짓기 시작하면서 콘크리트 펌프카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버다임은 이 제품을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 주로 판매한다.

또 다른 특수차량인 타워크레인의 매출도 늘었다. 에버다임은 지난 2월 국내 타워크레인 업체인 한국타워크레인을 140억원에 인수, 내수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이 덕에 그간 50억원 수준에 머물던 연간 매출이 올 상반기엔 70억원까지 증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등록된 약 3000여대의 타워크레인 중 15~20%가 노후화 돼 교체 주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의 경우 실적 기여도는 낮았지만, 업황은 나쁘지 않다. 소방차는 제품 특성상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국내 소방법이 강화돼 수요가 늘고 있다. 소방방재청 업무보고에 의하면, 지난달 기준으로 현재 전국에는 소방차가 7829대가 있고, 이 중 노후차는 1654대로 전체의 21%에 이른다. 소방차 또한 교체 수요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에버다임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2003년 21%에 머물던 수출 비중은 현재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에버다임은 중국, 두바이, 몽고 등에 현지 판매법인을 보유 중이고, 전 세계 70여 개국에 140여개의 판매 대리점을 확보한 상태다.

▷ 중국 굴삭기만 바라보는 이들

그렇다면 동양기전, 진성티이씨, 흥국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에버다임과 다르게 매출이 특정 분야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진성티이씨가 만드는 제품은 건설기계 바퀴에 장착하는 하부주행체 부품인 '롤러'와 아이들러'다. 이 제품은 대부분 굴삭기에 채용된다. 진성티이씨는 미국의 캐터필러, 일본의 코마츠와 히타치건기, 유럽의 볼보와 테렉스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실질적인 성장의 원동력은 중국 굴삭기 시장이었다. 실제 진성티이씨의 중국 법인 순이익은 33억원(2008년) → 53억원(2009년) → 73억원(2010년)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이후 3년간 24조 위안을 신규대출 형태로 부동산 시장에 투입했다. 이는 당시 중국 명목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였다. 이 덕에 중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굴삭기 수요도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건설기계 시장도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 선두권 굴삭기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굴삭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날 정도였다. 이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관련업체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흥국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굴삭기 하부 부품인 '트랙 롤러'와 '캐리어 롤러'를 생산한다. 주 매출처가 두산인프라코어인 만큼 중국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참고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10년 31%에 달했으나, 이후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10%대로 내려왔다.

그나마 동양기전은 제품이 다각화 돼 있다. 이 회사는 굴삭기 하부부품인 '유압실린더'와 자동차부품, 산업기계 등을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실적 감소폭이 진성티이씨와 흥국에 비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굴삭기 부품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유압실린더 44%, 자동차 부품 42%, 산업기계 14%다.

증권가는 중국 굴삭기 시장이 현재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2011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23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를 보이던 중국 굴삭기 판매량이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4월 굴삭기 판매량은 13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도 기대할 만한 요인이다. 중국은 경기 경착륙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철도 관련 투자를 연초 계획보다 100억 위안 많은 6600억 위안으로 확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