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관련 없는 것은 다 버려라

"아주 간단합니다. 다비드와 관련 없는 것은 다 버렸습니다."

교황의 '당신은 어떻게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냐는' 물음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대답이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한 선택들>(롤프 도벨리 저)에서 인용된 일화인데요.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 위 문구를 보고 문득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스님은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면 '마치 녹이 쇠를 먹어버리듯, 사람도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버리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워렌 버핏의 파트너이자 버크셔 헤서웨이의 부회장인 찰리 멍거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바로 "나는 내가 죽을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싶으며, 만약 그 곳을 안다면 절대 거기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미켈란젤로와 법정 스님, 그리고 찰리 멍거의 말은 투자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는 투자를 함에 있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러다보면 여기 저기서 들어오는 소위 '고급 정보'에 부화뇌동해 포트폴리오를 성급하게 채우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무엇을 담을까를 고민하는 것 못지 않게, '불필요한' 종목이 들어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애초에 '필요한' 종목이었다고 하더라도 투자 아이디어가 깨져 불필요한 종목이 되진 않았는지 부지런히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만 10번을 잘 하다 몇 번의 실수로 자산을 모두 까먹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워렌 버핏이 말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라는 말의 뜻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투자 철학, 합리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종목'을 찾아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설사 그럴듯해 보여도 '불필요한 종목'은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는다는 철학에서 말입니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평생을 이 같은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고, 심지어 1990년 후반 IT 버블시기 IT주를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단 한 주의 IT도 편입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포트폴리오에 '불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겠죠. 결국, 그는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투자 역사에 길이 남을 '다비드 상'을 조각해 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채우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철학과 원칙도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합니다.

날씨가 무던히도 덥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