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분산투자, 10개 내외 종목이면 '적절'

워렌 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투자 고수가 아니라면,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서 단 몇 개의 종목에 투자자금을 모두 쏟아붓고 '저녁에 편히 발 뻗고 잠자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투자자는 분산 투자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막상 분산투자를 실행하다 보면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과연 몇 개의 종목을 포트폴리오(이하 '포트')에 담아야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말입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투자 종목 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개별 기업이 위험이 전체 포트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종목 수를 늘리다 보면 기대수익률이 제한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령 40개 종목에 투자했다면, 그 중 하나가 100% 상승해도 전체 포트수익률은 2.5% 오르는데 그치게 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가치투자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경험상 10~30개의 종목으로 적절한 분산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레일리와 케이스 브라운은 그들의 공저 『투자 분석과 포트폴리오 운용』에서 "무작위로 고른 12개~18개의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가 수익률 상위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언급했고, 1968년 에반스와 아처는 10개 종목을 담으면 포트의 위험은 전체 시장의 그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에서 2008년까지 51~53개가 종목이 적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윤영섭, 손파도, 김성신)

이 밖에도 적정 종목 수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학자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발표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견이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에게 있어 가장 합리적인 범위의 보유 종목 수는 몇 개 일까요? 굳이 범위를 정해야 한다면 10개 내외가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우선,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개 10개 내외의 종목을 보유하면, 개별 종목이 전체 포트에 미치는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10개 이상의 종목을 보유하더라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리스크 감소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반면, 너무 적은 수의 종목으로 포트를 구성하게 되면 개별 종목의 영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가령 3개 종목으로 이뤄진 포트는 한 종목이 -50%의 수익률을 내면 전체 포트 수익률이 약 16% 하락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 변화를 꾸준히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기마다 나오는 사업보고서를 읽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를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문투자자가 아니라면 10개 넘는 종목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10개 내외'가 정답이 될 순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워렌 버핏처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비용이나 관리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마다 기업분석 능력이 다르고, 투자분석에 쓸 수 있는 시간도 다르며, 변동성을 감내하는 정도도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과 능력, 환경을 냉철히 판단한 후, 이에 맞게 종목 수를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만약, 개별 기업의 변동성을 이겨내는 데 취약한 개인투자자라면 보수적인 관점에서 종목을 선정하고, 10개 내외 종목에 적절히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