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분석] 피씨디렉트, 시총 순운전자본 '돌파'

피씨디렉트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23일 오전 10시 43분 현재 가격 제한폭까지 오른 5180원에 거래되고 있다.

피씨디렉트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 이하에 머물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순운전자본을 넘어서게 됐다. 피씨디렉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2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순운전자본인 161억원의 124% 수준이다. 워렌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의 67% 이하에 거래될 때 매수해 순운전자본에 도달하면 매도하는 방식의 투자를 즐겨했다. 피씨디렉트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그레이엄 매수 조건을 충족했었다.



피씨디렉트는 컴퓨터 하드웨어 유통 전문업체다. 해외에서 컴퓨터 부품을 수입해 국내 컴퓨터 생산업체와 도매상 등에 공급한다. 주력 품목은 CPU(중앙처리장치)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밖에 저장장치, 메인보드 등도 취급한다. PC 시장이 확대돼 부품 수요가 늘거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입가가 내리면 실적에 긍정적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PC 교체 시기에 도달한 사용자들이 데스크탑 대신 태블릿 PC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 In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9030여만대로 집계됐다. 한국IDC 또한 같은 기간 국내 PC 출하량이 117만대로 2011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피씨디렉트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1774억원으로 전년과 거의 동일했으나, 영업이익은 12억700만원으로 61% 줄었다. 순이익은 37% 감소한 13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향후 서버용 PC 등 고사양 PC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SSD와 서버(Server) 같은 신규 품목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 중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SSD다. SSD(Solid State Drive/Disk)는 반도체인 플래시 메모리로 만든 저장장치다. 하드디스크(HDD)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기를 적게 쓰며 소음이 없고 충격에 강한 장점이 있다. 과거 SSD는 가격이 비싸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최근 10만원 이하의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HIS iSuppli는 올해 전세계 SSD 출하량이 8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출하량이 2억3900만대에 달해 주 저장장치 시장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실적을 반영한 피씨디렉트의 주가수익배수(PER)는 14.3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1.1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4%다.

한편 스틸투자자문은 지난 18일 피씨디렉트 지분 8.58%(33만1013주)를 보유 중이라고 신규 공시했다. 이로써 2대주주로 올라섰다. 피씨디렉트의 최대주주는 서대식 대표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7.53%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