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분석] 한일시멘트, PBR 역대 최저 수준....왜?

한일시멘트가 실적이 개선되는데도 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해 관심을 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2분기 매출액은 2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6% 늘어난 380억원, 순이익은 113% 급증한 2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력 제품인 시멘트와 레미콘, 레미탈의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시멘트는 지난해 반기 톤당 5만6663원에서 올 반기 6만2229원으로 10% 올랐다. 레미콘과 레미탈은 각각 세제곱미터(㎥) 당 5만8050원, 6만2451원으로 13%, 11% 인상됐다.

반면, 주가는 연초 4만원 수준을 지속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7월엔 52주 최저가인 2만77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현 주가를 저평가 상태로 진단한다. 실제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25배로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는 시가총액이 자본총계의 1/4 수준에 불과하단 의미다. 또 5년 평균치인 0.47배의 절반 수준이기도 하다. 주가수익배수(PER)는 11배를 기록해 5년 평균값(26배)을 크게 하회한다. 한편 자기자본이익률은 2.2%다.



▷ 경영권 다툼이 '촉매' 역할?

최근 한일시멘트는 내부자들의 꾸준한 지분 매입으로 관심 받고 있다. 일부에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경쟁으로 바라본다. 이에 오랜 기간 저평가 된 주가가 상승의 기회를 맞을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면 주가는 상승한다. 경영권 방어와 공격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주식을 사 모으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고 허채경 창업주의 2남인 허동섭 회장은 시간외매매를 통해 주식 6만주를 매입했다. 이후 그의 딸 허서연, 허서희 씨가 각각 3만5000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지분율은 허동섭 회장 5.96%, 허서연, 허서희 씨가 각각 1.79%가 됐다.

동생인 허남섭 회장도 2년간 주식 꾸준히 사들이며 지분율을 5.9%까지 확대했다. 창업주의 장손인 허기호 부회장은 올 4월 아버지 허정섭 명예 회장이 주식 5만7126주를 증여하면서 5.87%로 올랐다.

업계에선 과거 허기호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부자경영 승계를 예상했다. 그러나 지분율이 5% 후반대로 동일 선상에 놓이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물론 허정섭 명예회장의 증여로 허기호 부회장의 승계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내부자들의 지분 매입 사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시멘트업계 상위권으로 '도약'...가격 인상에 '숨통'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레미콘, 레미탈 등을 생산하는 건축자재 전문업체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혼화재 등을 혼합한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반면 레미탈은 공사 현장에서 물을 섞어 사용할 수 있는 건조 시멘트다. 제품별 매출 비중은 시멘트 45%, 레미콘 28%, 레미탈 24%다.

이 회사는 6년간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5년 9%에서 지난해 15%까지 올라 2위인 동양시멘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폐열회수설비로 인해 시멘트업체 중 가장 우수한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영업력 강화와 운송비 절감 등을 위해 성신양회로부터 부천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을 인수했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4월을 시작으로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을 톤당 5만2000원선에서 7만7000원선까지 인상했다. 전방산업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일시멘트의 이익도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개선됐다.

시멘트 수요는 도로, 댐, 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투자(SOC)와 건축착공면적에 영향을 받는다. 2009년 이후 정부의 SOC 투자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수요는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다.

반면 제조원가는 크게 올랐다. 원재료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최근 3년 간 50% 가량 치솟았다. 국내 업체들은 이를 중국, 호주, 러시아로부터 전량 수입한다. 이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가중됐다.

▷ 재무 안전성 '보통'

한일시멘트의 재무 안전성은 보통 수준이다. 단기 지급능력 지표인 유동비율은 140%, 타인자본 의존도 지표인 부채비율은 66%다. 이자 지급이 필요한 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차입금 비중은 27%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상회하고 부채비율은 100% 미만이면 건전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차입금 비중은 40%를 넘어갈 경우 위험 수준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