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분석] 메디톡스, 자본 97% 시설투자...왜?

[아이투자 이래학] 메디톡스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메디톡스는 오송생명과학 단지에 미국 의약품 생산 기준(cGMP)과 유럽 의약품 생산기준(EU GMP)에 부합하는 공장을 짓는다고 공시했다. 총 투자금액은 400억원으로 2011년 말 자기자본 대비 무려 97.37%에 달한다. 완공예정일은 내년 6월 말이다.

◆ '보톡스' 국산화 업체...세계 3위

메디톡스는 국내 최초로 '보톡스'를 국산화한 업체다. 보톡스란 주름치료제로 잘 알려진 미국 제약사 앨러간의 브랜드다. 앨러간이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보톡스'란 단어가 사실상 '주름치료체'와 동의어로 불린다. 메디톡스의 자체 브랜드는 '메디톡신'이다.

보톡스, 메디톡신의 원료는 '보톨리눔 독소'다. 보툴리눔 독소는 1g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이다. 생물무기로 분류돼 국가 간 '생물무기 금지협약'에 따라 수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고도의 독처리 기술이 필요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7개에 불과하다. 메디톡스는 4번째로 시장에 진출했으며, 가격·품질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가 넘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2%로 미미하다. 앨러간(76%), 프랑스의 입센(16%)에 이어 3위라는 게 무색할 정도다. 메디톡스가 유독 수출에 힘쓰는 이유다. 지난해 일본과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을 62%까지 늘렸다.

◆ 차세대 메디톡신으로 유럽‧미국 '공략'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톨리눔 독소 시장의 80%는 미국과 유럽이다. 보톨리눔 독소가 성형·치료제용인 만큼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대부분의 수요가 발생한다. 메디톡스가 이번 증설을 통해 생산할 품목은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차세대 메디톡신'이다.

기존의 메디톡신은 동양인에게서 유래한 인간 혈청 알부민을 통해 제조됐다.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동물성 유래성분을 사용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차세대 메디톡신은 이 두 가지를 배제한 제품이다. 안전성이 높고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완료된다. 결과에 따라 임상 3상을 거쳐 2015년 미국·유럽의 허가를 받고 2016년께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차세대 메디톡신은 신진국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보툴리눔 독소 시장의 90%는 성형시장이지만, 미국은 치료제시장이 절반이다. 앨러간은 이미 보톡스를 안검경련, 다한증 등 6가지 적응증의 치료제로 내놨다. 메디톡스도 소아뇌성마비, 안검경련, 중증미간주름 등 메디톡신의 쓰임새를 다각화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성형용보다 치료제용 보톨리눔 독소 제품의 마진이 높다. 향후 미국시장에 진출해 치료용 메디톡신을 출시한다면 메디톡스의 이익률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차세대 메디톡신의 성공 여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쟁사 제품과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 면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메디톡신은 앨러간의 '보톡스'에 비해 약 30% 저렴하며, 입센의 '다이스포트'보다도 15%가량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 300억 투입, 생산능력 10배 증가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번 증설로 생산능력이 10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생산능력이 매출액 기준 연 6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6000억원까지 확대된다. 자기자본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조달 여부도 관심사다. 회사 측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실제로 400억원보다 적은 3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메디톡스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메디톡스가 증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돈 바 있다.

◆ 차입 불가피, 재무안전성은 이상 없나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을 합한 금액은 209억원이다. 3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억원을 차입한다고 가정하면 총 차입금은 18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은 15%에서 28%로 커진다. 이자 비용도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이 35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급여력은 충분하다. 현재 메디톡스는 재고자산과 대표이사의 신용을 담보로 2%~4%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연 지급 이자가 2억원에 불과해 추가로 자금을 차입해도 이자부담은 적을 전망이다.



지난해 메디톡스의 매출액은 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무형자산손상차손이 발생해 영업이익은 25% 줄어든 79억4000만원, 순이익은 30% 감소한 7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아직 1분기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다.

개장 전 주가수익배수(PER)는 36.1배다. 주가순자산배수는 6.4배, 자기자본이익률은 1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