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분석] 디오텍, 주주들 '유·무증' 불만?

[아이투자 이래학] 디오텍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가운데 하한가로 추락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상증자도 병행했지만 시장의 실망감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23일 오후 2시 21분 현재 디오텍은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한 7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장 마감 후 디오텍은 일반공모방식으로 195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보통주 1주당 0.5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한다. 디오텍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말 자본총계 260억원 대비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디오텍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언어인식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및 특허취득, 브랜드 강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언어인식 솔루션 개발에 149억원을 투자해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향후 성장동력원을 확보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음성인식 솔루션은 애플의 음성인식 어플리케이션인 시리(SIRI) 출시 후 스마트 TV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분야다.

디오텍이 올해 에이치씨아이랩(이하 HCI)의 지분을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0년 디오텍은 음성인식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업체 HCI 지분 52.4%를 취득했으며, 올해 100%로 늘려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HCI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아시아 4개국의 음성인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자금 중 15억원은 HCI 인수에 쓰일 예정이다. 나머지 6억1500만원은 시설자금 용도다.

증권가는 디오텍의 음성인식 솔루션 분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기반 스마트 TV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디오텍의 실적 또한 개선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6일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스마트 TV에 음성인식 솔루션을 채용하면서 이 분야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가전제품, 자동차 전장분야, 스마트폰 등은 물론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사업으로 음성인식 솔루션이 확대되면서 디오텍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디오텍은 음성, 필기인식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작년 인프라웨어에 인수됐다. 디오텍이 만드는 '디오딕 전자사전'과 필기인식 프로그램 '디오펜'은 삼성전자, LG전자에 공급된다. 명함인식프로그램 '모비리더'도 디오텍의 제품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사업분야 별 매출액 비중은 디오펜 43%, 디오딕 36%다. 음성인식 부문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디오텍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액은 139억원으로 2010년 대비 2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650만원을 기록해 95% 줄었으며, 자회사의 이익을 반영한 순이익은 7억4800만원으로 78% 감소했다. 주력 고객사와 공급계약 방식의 변경으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악화라고 회사 측 설명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258만3878주, 무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559만8402주다. 이로 인해 발행주식수는 종전 861만2927주에서 1679만5208주로 늘어난다. 유상증자는 주주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발행해 주는 것이다. 회사로 자금이 들어오면 그 대가로 주식을 발행한다. 늘어난 주식 비율만큼 적정주가는 떨어진다.

반면 무상증자는 무상으로 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재무제표의 자본항목만 변동시켜 주식을 발행한다. 자본잉여금이 무상증자 재원인 만큼 자본금으로 변해 자본총액은 증가하지 않는다.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는 형식적인 증자다.

디오텍의 입장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괜찮은 제테크인 셈이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7550원으로 계산해도 주가수익배수(PER)는 86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5배에 달한다. 1주당 수익가치의 86배에 달하는 가격과 자산가치의 250%인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